[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여창가곡 계면조 중거에 ‘서산에’로 시작되는 가곡이 있다.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서산에 일모하니 천지에 가이없네이화에 월백하니 님 생각이 새로워라두견아 넌 눌 그려 밤새도록 우나니서쪽에서 해가 지니 천지가 끝없이 아득하게 보인다. 봄밤이었던 모양이다. 이화에 달빛 가득하니 님 생각하는 것이 새롭다. 마침 그 밤에 두견새가 운다. 지은이는 두견새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를 그리워하여 밤새도록 우는가 하고. 지은이의 심정이 밤새도록 울고 있으니, 두견새도 누구를 그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김동인의 소설에 ‘배따라기’(1921)라는 작품이 있다.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는 한 사내의 기구한 운명담을 듣게 된다. 그 사내는 잘 생긴 동생과 아내와 함께 사는 데, 동생과 아내의 사이를 의심하게 된다. 어느날 사내가 장에서 돌아오니 아내의 옷매무새가 풀어져 있고, 동생과 아내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어 형은 아내와 동생 간의 간통을 확신하게 된다.사실은 아내와 동생이 집안에 들어온 쥐를 잡다가 그런 일이었지만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이미 사건이 터진 후.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19세기 초 평양 기생 66인의 사소한 일상사를 다룬 책인 한재락의 『녹파잡기』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섬양은 나섬의 아우이다. 나는 여러 손님과 경파루 밑으로 그녀를 방문했다....(중략)....그녀가 손님을 배웅하고 난간에 기대 소동파의 ‘전적벽부’와 우리나라 사람이 지은 ‘죽지사’ 몇 수를 읊은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녹파잡기』 p.67)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바로 ‘죽지사’인데 분명히 ‘우리나라 사람이 지’었다고 했고, 또 다른 기록에서도 ‘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1980년대 대학가에서 많이 불렀던 노래 중에 ‘진주난봉가’라는 것이 있었다.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그 내용은 시집살이의 고달픔을 노래한 것이다.그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한 여인이 남편 없이 시집살이를 3년 동안 하고 있다. 남편이 온다는 기별이 왔으니 시어머니가 빨래를 하라고 한다. 진주 남강에 가서 빨래를 하다 보니까 남편이 말을 타고 지나간다. 집에 돌아와 사랑방에 가보니 남편이 기생첩과 희롱하고 있다. 이런 남편이 있나 하며 화가 난 며느리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평안도 민요 중에 ‘긴아리’라는 것이 있다. ‘아리’는 아리랑과 거의 어원이 같은 것으로 보여지니, 평안도 아리랑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평안도 용강, 강서 지방의 민요로서 일명 ‘용강긴아리’라고도 한다. 일종의 푸념과도 같으며 이 고장의 노동요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노래는 김맬 때 혹은 조개를 깰 때 불렀던 노래로 여겨진다.목청을 뽑아 부르면 우아하면서도 매력적이다. 가사는 민요가 대개 그렇듯이 지은이가 알려져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 보태여 지기도 하고 새롭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배치기’는 ‘서도배치기’가 있고 다른 지방의 ‘배치기’도 있다. 강화나 인천 지방, 전라북도 위도, 남해의 거문도 등 전국의 해안 지방에서 공통적으로 부르는 것이다. 내용이나 가락도 다 비슷하다. 만선, 즉 풍어를 기원하고 바다에서의 안전을 비는 그런 가사이다. ‘서도배치기’는 연평도와 황해도 평안도 등 서해안 전 지역에서 부르던 노래이며 ‘자진배따라기’의 이본(異本)이라 할 수 있다.노동요이면서 무속적인 성격도 있다. 이러한 뱃놀이 계열의 노래는 대개 한 지역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단가 중에 ‘장부가’라는 노래가 있다. 인생무상을 노래한 단가로 ‘불수빈(不須嚬)’이라고도 한다. 사설은 백발을 한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역대의 중국 명문재사 · 충신 · 명장 · 호걸 · 미인들의 생과 죽음의 과정을 열거해 나가며, 결국 인생은 무상한 것이고 죽음이란 면할 수 없는 것이니 한스럽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장부가’의 사설을 근래의 것과 광복 이전의 것을 비교하여 보면, 첫 대목의 내용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즉, 1930년대에 나온 리갈음반(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경기 휘모리잡가에 ‘육칠월 흐린날’이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는 사설시조에서 나왔는데, 약간 변형했다. 앞부분 ‘육칠월 흐린날에’가 원래의 시조에서 추가되었고, 약간의 변형이 있다. 경기잡가가 사설시조를 대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경기잡가의 형성과정의 한 형태를 알려주는 것이어서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다. 그 내용 또한 흥미롭다.먼저 앞부분 가사 내용을 보자.육칠월 흐린 날 삿갓 쓰고 도롱이 입고 곰뱅이 물고 잠뱅이 입고낫 갈아 차고 큰 가래 메고 호미 들고 채쭉 들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여창가곡 계면조 평거에 ‘녹초 청강상에’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녹초 청강 상에 굴레 벗은 말이 되어때때로 머리 들어 북향하여 우는 뜻은석양이 재 넘어가매 임자 그려 우노라 푸른 들판과 푸른 강에 굴레를 벗은 말이 되었다는 것은 벼슬을 물러났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머리를 들어 임금이 살고 계신 곳을 향하여 소리 내어 우는 까닭은 임금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이렇게 임금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시조를 연주가(戀主歌) 혹은 연군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옥분(玉盆)에 심근 매화(梅花) 한 가지 꺾어내니꽃도 좋거니와 암향(暗香)이 더욱 좋다두어라 꺾은 꽃이니 바릴 줄이 있으랴 ‘청구영언’은 현재까지 전하는 가집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고본(古本)이다. ‘옥분에’는 1728년에 중인 가객이었던 김천택이 만든 가집인 청구영언에 실린 김성기의 작품이다. 화분에 매화 한 가지를 꺾어 심어 그 향을 즐긴다는 내용이다.이 시조를 지은 김성기는 조선 숙종 때의 가객이자 이름난 거문고 연주가였다. 그는 원래 활 만드는 사람이었는데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권주가는 말 그대로 술을 권하는 노래이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권주가를 부르지는 않는다. 권주가는 잔치라든가, 큰 행사가 있을 때 부른다. 요즘 시대로 치면 건배사에 해당할 것이다. 부모의 회갑이나 진갑 잔치 같은 곳에서 부르는 권주가는 주로 장수를 비는 내용이다. ‘노랫가락’에 다음과 같은 권주가가 있다. 한 잔 잡으시오 이 술 한 잔을 잡으시오꽃으로 수를 놓며 무궁무진 잡으시오진실로 이 잔 잡으면 만수무강잡으시오 들으시오 이 술 한 잔을 들으시오이 술은 술이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매화가’는 12가사의 하나이다. 사설은 민요풍이며 통속적이라 하며 격이 낮은 가사로 취급했지만, 대중적으로는 더 잘 알려져 ‘매화타령’이라고도 했다. 사설은 다음과 같다.매화(梅花)야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를 온다옛 피었던 가지마다 피염즉도 하다마는춘설(春雪)이 하 분분(紛紛)하니 필지말지 하노매라북경가는 역관(譯官)들아 당사(唐絲)실을 붙임을 하자맺세 맺세 그물을 맺세 오색당사(五色唐絲)로 그물을 맺세치세 치세 그물을 치세 부벽루하(浮碧樓下)에 그물을 치세걸리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임방울이 잘 부른 단가 중에 ‘명기명창’이라는 것이 있다. 그 내용은 기생과 오입쟁이 수 백 명을 모아 전국 팔도로 유람가서 잘 놀자는 것이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명기명창(名妓名唱) 풍류랑(風流郞)과 갖은 호사(豪奢)시켜 교군(轎軍)태워 앞세우고 일등(一等) 세악수(細樂手) 통영갓 방패 철리 안장 말을 태우고팔도 오입쟁이 성세(形勢)도 있고 활협(濶狹)도 있고 알음알이 멋도 알고 간드러진 오입쟁이 수백명 모두 모아 각기 찬합(饌盒) 행찬(行饌) 장만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경기잡가 중에 ‘풍등가’라는 노래가 있다. 1930년대 초에 소리꾼 최정식(崔貞植)에 의해 시작된 노래라고 한다. 여러 가지 볍씨와 잡곡의 이름을 들어가면서 땀 흘려 지은 곡식을 추수하는 농부의 즐거움을 흥겹게 읊고 있다.가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조선 헌종 때의 정학유(정약용의 둘째 아들)가 지은 ‘농가월령가’의 형식을 축약하고 1930년대 당시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최정식(1886년∼1951년)은 일제 강점기에 활약한 시조·가사·경서도 소리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여창가곡 보유자였던 김월하 명인이 남긴 시조창 중에 ‘한양팔경가’라는 것이 있다. 그 가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기전산하 으뜸이요 도성궁원도 진경이라열성성호는 제방기포요 동문교장에 사강조박도 한성팔경에 꼽히노라남도행인 그 모습도 북교목마도 진경이라대개의 시조창이 고시조를 그 가사로 하고 있지만 우리 고시조엔 이러한 가사가 없다. 시조로 보기에는 가사의 형식이 이상한 것이다. 김월하 선생은 생전에 ‘한양팔경가’를 설명하면서 이 노래는 옛 명인인 정도전의 시라고 하였는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심청가’에는 심청이가 공양미 3백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에 빠지기 직전에 나오는, ‘범피중류’와 ‘소상팔경’ 대목이 있다.‘소상팔경’은 단가로도 부르는데 첫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중국의 경승지를 노래하는 대목이다. 사람을 물에 제물로 바치러가면서 한가하게 경치 타령이나 한다. 얼핏 보면 전체 스토리와는 상관없이 보이는 판소리의 이런 장면은 판소리 다섯 바탕에서 많이 등장하기도 한다. ‘소상팔경’ 한 대목을 보면,격안어촌(隔岸漁村) 양삼가(兩三家)에 밥 짓는 연기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인터넷 검색을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IT강국답게 유무선 인터넷 망이 발달하여 스마트폰으로도 쉽게 검색을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검색엔진을 이용하여 여러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검색창에 ‘단가 공명가’를 쳐보면 아래와 같은 설명이 나타난다.“가야금병창이란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음악이다. 판소리의 한 대목이나 단가 또는 통속민요를 연주하는데, 단가와 판소리에서는 북 장단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 진흥회 이사장] 판소리의 특징을 꼽으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내용상으로 말하자면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권선징악으로 대표될 수 있다. 조선 사회의 필수 덕목인 삼강오륜에 기초하여, 유교적 질서 체계를 공고하게 하는 이데올로기의 유희적 표현이 바로 판소리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이런 말은 대단히 표면적인 말이다. 만약 판소리가 기존 질서 체계의 옹호로만 짜여 있었다면, 판소리의 생명력은 대단히 짧았을 것이다. 판소리가 개화기를 거치면서 근대 이후에도 살아있는 장르가 된 이유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많이 부르는 남도 민요 중에 ‘새타령’이 있다. 많이 부르지만 가사의 내용은 어려운 곳이 많다. 정확한 가사의 뜻을 살펴보자.새가 날아든다 왼갖 잡새가 날아든다새 중에는 봉황새 만수문전(萬壽門前)에 풍년새산고곡심무인처(山高谷深無人處) 울림비조(鬱林飛鳥) 뭇새들이농춘화답(弄春和答)에 짝을 지어 쌍거쌍래(雙去雙來) 날아든다 여기서 봉황새나 풍년새는 실제 존재하는 새가 아니라 행운을 가져다주거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로 삽입된 새이다. 만수문 역시 특정한 문을 말하는 것
[이코노뉴스=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서도의 ‘놀량사거리’의 사설은 초목이 무성해지자 전국의 명산이나 명승지를 찾아 유람을 떠나 전국의 이름있는 명승지를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사당패의 활동과 일치한다.사당패는 추운 겨울에는 자기들의 근거지에 머물고 있다가 날씨가 풀리면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자신들의 기예를 팔아 생계를 이어 나갔다. 안성의 청룡사가 대표적인 사당패들의 근거지이다. 사당패는 조선 세조 때부터 본격적인 조직이 생겨 선조 이후 번성했다.선조실록에 보면 “어리석은 백성들이 미혹되어 남자는 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