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매화가(梅花歌)와 기생

하응백의 국악가사 이야기 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l승인2017.01.20l수정2017.01.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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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 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매화가’는 12가사의 하나이다. 사설은 민요풍이며 통속적이라 하며 격이 낮은 가사로 취급했지만, 대중적으로는 더 잘 알려져 ‘매화타령’이라고도 했다. 사설은 다음과 같다.

매화(梅花)야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를 온다

옛 피었던 가지마다 피염즉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하 분분(紛紛)하니 필지말지 하노매라

북경가는 역관(譯官)들아 당사(唐絲)실을 붙임을 하자

맺세 맺세 그물을 맺세 오색당사(五色唐絲)로 그물을 맺세

치세 치세 그물을 치세 부벽루하(浮碧樓下)에 그물을 치세

걸리소서 걸리소서 정든 사랑만 걸리소서

물 아래 그림자 졌다 다리 위에 중이 지나를 간다

중아 중아 거기 잠깐 섰거라 너 가는 인편(人便)에 말 물어를 보자

그 중이 백운(白雲)을 가르치며 돈단무심만 하는구나

성천(成天)이라 통의주(通義州)를 이리로 접첨 저리로 접첨 개어 놓고

한 손에는 방추 들고 또 한 손에 물박 들고

흐르는 청수(淸水)를 드립더 덥석 떠서

이리로 솰솰 저리로 솰솰 출렁 축쳐

안 남산(南山)에 밖 남산(南山)에 개암을 심거라 못 다 먹는 저 다람

“춘설(春雪)이 하 분분(紛紛)하니 필지 말지 하노매라”라는 봄에 눈이 오니 매화가 필 둥 말 둥 한다는 것. 무엇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이 가사는 매화라는 기생이 춘설이란 기생을 질투하여 생겨났다는 설도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 왜 갑자기 북경 가는 역관이 등장했을까. 조선 시대 역관은 북경 가는 사신을 수행해 여러 역할을 했다. 일종의 중계무역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이것이 큰 이문을 남긴다.

예를 들면 청나라의 벼루 같은 귀중품을 수입해 조선에 팔고 조선의 모피나 인삼 같은 특산물을 중국에 팔면 몇 배의 폭리를 취할 수 있었다. 때문에 역관들은 자연스럽게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사대부들보다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부자일 가능성이 더 많았다.

▲ 매화타령은 평양 등 북쪽지방 기생들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가사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문화가 있는 날’에 매화타령 등 다양한 국악가사를 제자들과 함께 펼쳐보인 김영임 명창. /뉴시스 자료사진

이들이 북경을 오고 갈 때 반드시 지나가는 고을이 성천, 평양, 선천, 의주 같은 곳이다. 이들 지역에는 관아가 있고 기생들이 있다. 사신 일행의 수발을 들고 음식을 내놓는 것도 이들 기생이다. 기생 처지에서 보면 역관 하나를 요즘 말로 ‘잡기만’ 하면 팔자를 고칠 수가 있다. 그러니 당사실, 오색 실로 역관을 묶고 그물을 쳐서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것이 당면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돌아서면 무심한 것이 남자의 마음일 수가 있다. 여자는 속이 탄다. 마침 지나가는 스님이 있어 물어본다. “그 사람 언제 오겠느냐고?” 무심한 스님은 뜬구름만 가리킨다. “인생은 뜬구름 같다”는 뜻일 수도 있고,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마라”의 표현일 수도 있다. 여자는 더욱 애가 타서 맑은 물을 떠 놓고 기원을 드린다.

그래도 임은 오지 않는다. 마지막을 보면 이 남산, 저 남산에 개암을 심어도 못다 먹는 다람쥐 이야기가 나온다. 복이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무리 많은 유혹의 씨를 뿌리면 무엇할까. 이 노래는 신분상으로 천민이었던 기생들의 자기 한탄이다.

조선 시대 인조 이후에는 서울에 있었던 여악을 없애버렸고, 궁중의 큰 잔치에는 평양이나 성천, 선천 등의 관기를 서울로 부르기도 했다. 때문에 이들의 정서가 담긴 노래가 가사로 정착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때문에 가사 ‘매화가’는 북녘 고을 기생들 사이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그런 노래라 할 수 있다.

 

 

※ 하응백 서도소리 진흥회 이사장은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에 당선돼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옥봉의 몽혼’(2009)등 20여 권의 편저서가 있으며 ‘창악집성’(2011)이라는 국악사설을 총망라한 국악사설 해설집을 펴내기도 했다.

2002년 ‘휴먼앤북스’라는 출판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하 이사장은 경희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를 취득했으며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국민대학교 문창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편집자 주
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hbook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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