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팔경과 관동팔경

하응백의 국악가사 이야기 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l승인2016.12.16l수정2016.12.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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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 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심청가’에는 심청이가 공양미 3백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에 빠지기 직전에 나오는, ‘범피중류’와 ‘소상팔경’ 대목이 있다.

‘소상팔경’은 단가로도 부르는데 첫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중국의 경승지를 노래하는 대목이다. 사람을 물에 제물로 바치러가면서 한가하게 경치 타령이나 한다. 얼핏 보면 전체 스토리와는 상관없이 보이는 판소리의 이런 장면은 판소리 다섯 바탕에서 많이 등장하기도 한다. ‘소상팔경’ 한 대목을 보면,

격안어촌(隔岸漁村) 양삼가(兩三家)에 밥 짓는 연기 일고

파조귀래(罷釣歸來) 배를 매고 유교변(柳橋邊)에 술을 산 후

애내성(欸乃聲) 부르면서 흥을 겨워 비겼으니

소림(疏林)에 던진 새는 지는 해를 설워 울고

벽파(碧波)에 뛰는 고기 빗긴 볕을 맞어 노니

어촌낙조(漁村落照) 이 아니냐

이 대목을 쉽게 풀이 해 보면, “강안 민가에서는 밥짓는 연기가 일고 낚시하다 돌아와 배를 매고 고기 주고 술을 사서 취하게 먹은 후에 어부들의 노래 부르니, 숲 속에 있는 새는 저녁이 오니까 슬피 울고, 파도에 고기가 뒷면서 노니 이것이 바로 어촌에 해가 지는 풍경이 아니냐”의 뜻이 된다. 이는 서사적이라기보다는 대단히 서경적인데,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설명하는 분위기인 것이다. 즉 어촌낙조에 대한 풍경인 것이다. 소상팔경은 다음 8가지 풍경을 말한다.

산시청람(山市晴嵐):푸르고 흐릿한 아침 나절의 산마을.

연사모종(煙寺暮鐘):안개에 싸여 저녁 종소리 울리는 산사.

원포귀범(遠浦歸帆):먼바다에서 돌아오는 돛단배.

어촌석조(漁村夕照):저녁 노을 비친 어촌 풍경.

소상야우(瀟湘夜雨):소강과 상강이 만나는 곳의 밤비 풍경.

동정추월(洞庭秋月):달이 비친 둥팅호의 가을 정취).

평사낙안(平沙落雁):기러기 날고 있는 모래사장.

강천모설(江天暮雪):저녁 눈 내리는 강과 하늘.

그러니까 단가 ‘소상팔경’은 이러한 풍경을 이야기하고 있는 노래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관동팔경이니 관서팔경이니 하는 명승지들이 있다. 이 명승지들과 소상팔경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 심청가에는 다른 판소리와 마찬가지로 전체 스토리와는 상관없는 중국의 경승지를 노래하는 ‘소상팔경’이 나온다. 조상현 국창이 2013년 일본 도쿄 키오이홀에서 전통국악공연 ‘한국의 풍류’에 참가해 심청가를 멋들어지게 부르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원래 팔경(八景)의 유래는 중국의 소상팔경(瀟湘八景)을 본 따 붙여졌다는 것이 통설이다. 중국 명승지 호남성 동정호 남쪽 언덕 양자강 중류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합쳐지는 근처의 아름다운 경치 8곳을 그린 송나라 시대 ‘소상팔경도’라는 회화가 고려시대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고, 이를 우리 선조들이 모방하면서 팔경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몽유도원도’를 그린 우리나라 조선시대 전기를 대표하는 화가 안견이 그린 ‘소상팔경도’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에도 상상 속에서 또는 중국 그림을 모방한 ‘소상팔경도’를 많이 남아 있다. 그런 영향을 받아 조선 중기 이후 관동팔경이란 개념이, 또 조선 후기에 관서팔경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것이 지자체 시대가 열리면서 팔경이 우후죽순처럼 많아졌다. 단양팔경은 그래도 좀 오래된 팔경이다. 대구팔경, 부산팔경, 속초팔경, 수원팔경, 목포팔경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팔경이 우리나라 전역을 뒤덮고 있다. 가히 팔경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이 중 재미있는 것은 화성팔경. 화성팔경은 융건백설, 용주범종, 제부모세, 궁평낙조, 남양황라, 입파홍암, 제암만세, 남양성지 등이다. 이중 제부모세가 재미있다. 제부도와 육지로 이어지는 도로가 밀물과 썰물에 따라 사라졌다 나타났다 한다 해서 붙여진 것인데, 성경에 나오는 모세의 기적에서 따서 제부모세로 붙인 것으로 보인다. 발상이 참 재미있다.

 

 

※ 하응백 서도소리 진흥회 이사장은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에 당선돼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옥봉의 몽혼’(2009)등 20여 권의 편저서가 있으며 ‘창악집성’(2011)이라는 국악사설을 총망라한 국악사설 해설집을 펴내기도 했다. 2002년 ‘휴먼앤북스’라는 출판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하 이사장은 경희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를 취득했으며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국민대학교 문창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편집자 주

 

 
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hbook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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