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팔경가와 정도전

하응백의 국악가사 이야기 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l승인2016.12.23l수정2016.12.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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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 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여창가곡 보유자였던 김월하 명인이 남긴 시조창 중에 ‘한양팔경가’라는 것이 있다. 그 가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전산하 으뜸이요 도성궁원도 진경이라

열성성호는 제방기포요 동문교장에 사강조박도 한성팔경에 꼽히노라

남도행인 그 모습도 북교목마도 진경이라

대개의 시조창이 고시조를 그 가사로 하고 있지만 우리 고시조엔 이러한 가사가 없다. 시조로 보기에는 가사의 형식이 이상한 것이다. 김월하 선생은 생전에 ‘한양팔경가’를 설명하면서 이 노래는 옛 명인인 정도전의 시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시조가 아니라 ‘팔경시’라는 정도전의 한시이다.

조선왕조실록 1398년(태조 7년) 기사를 보면 “좌정승 조준과 우정승 김사형에게 신도 팔경(新都八景)의 병풍 한 면씩을 주었다. 봉화백 정도전이 팔경시(八景詩)를 지어 바쳤는데, 첫째는 기전(畿甸)의 산하(山河)였다”라는 기사가 나온다.

정도전이 조선을 개국하고 한양에 천도한 뒤 나라가 어느 정도 안정되자 지은 시로 보인다. 그 내용은 풍경을 이야기하는 다른 팔경과는 완전히 다르다. 정도전이 말한 서울의 팔경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① 기전산하(畿甸山河), ② 도성궁원(都城宮苑), ③ 열서성공(列署星供), ④ 제방기시(諸坊碁市), ⑤ 동문교장(東門敎場), ⑥ 서강조박(西江漕泊), ⑦ 남도행인(南渡行人), ⑧ 북교목마(北郊牧馬) 등이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는 서울 주위의 산하 풍경이다. 둘째는 한양 도성의 궁궐 풍경이다. 이때 경복궁이 완성되었고 여러 부대시설이 완비되어 도성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셋째는 여러 관공서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두고 여러 관공서가 즐비했다는 것인데 요즘으로 보면 세종로 풍경쯤 되겠다. 넷째는 도성 여러 지역에 들어선 집들이다. 태조 초기에 관직에 따라 차등하여 땅을 나누어 주었고, 벼슬아치들과 여러 평민도 집을 지었으니,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말한 것이다.

다섯째로 동대문 밖 군사훈련장의 모습이다. 종과 북을 울리고 훈련하는 군사훈련의 장관을 말한 것이다. 여섯은 서강에 몰려든 여러 배를 말한다. 각 지역의 조운선들이 서강에 몰려들어 창고에는 곡식이 넘쳐났다. 이 활기찬 모습을 두고 서강조박이라 한 것이다.

일곱째는 남쪽 나루터에 행인이 넘쳐났다는 것인데, 아마도 노량진 정도에 사람들이 득시글거렸던 모양이다. 마지막은 도성 북쪽에 있었던 말 목장의 풍경이다.

▲ 한양팔경가라는 시조창은 정도전의 팔경시를 바탕으로 누군가 새롭게 시조창으로 만든 것을 고 김월하 명창이 부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 이수자인 이승윤 선생이 시조창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이 시는 서울의 땅과 궁궐, 관청, 주택, 상업, 군사, 물자에 대한 칭송이었던 것이다.

정도전은 조선 개국의 설계자로서 도성이 완비되는 모습을 보고 자랑스럽게 이 시를 지었다. 일반적인 풍광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서울 정비와 건설에 대한 찬양가였다.

특히 서강조박 부분을 보면 무릇 정치란 먹을 것이 풍부해야 하는데, 태조가 정치를 잘해서 창고에 곡식이 넘쳐나 썩을 정도라 했으니, 이 팔경시를 통해 조선 개국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조준과 김사형과 정도준 등 개국공신들의 자화자찬과도 같은 이 팔경시는 수백 년 잠을 자다가 느닷없이 김월하 명인을 만나 노래가 입혀진 것으로 보인다.

즉 김월하의 시조창 ‘한양팔경가’는 예부터 내려왔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정도전의 팔경시를 보고 새롭게 요약해서 가사를 만들고, 그것을 김월하가 시조창으로 만들어 부른 것으로 보인다. 혹 김월하의 스승인 누군가가 만들었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 하응백 서도소리 진흥회 이사장은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에 당선돼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옥봉의 몽혼’(2009)등 20여 권의 편저서가 있으며 ‘창악집성’(2011)이라는 국악사설을 총망라한 국악사설 해설집을 펴내기도 했다.

2002년 ‘휴먼앤북스’라는 출판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하 이사장은 경희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를 취득했으며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국민대학교 문창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편집자 주

 

 

 

 

 

 
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hbook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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