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응백의 국악가사 이야기

[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배치기’는 ‘서도배치기’가 있고 다른 지방의 ‘배치기’도 있다. 강화나 인천 지방, 전라북도 위도, 남해의 거문도 등 전국의 해안 지방에서 공통적으로 부르는 것이다.

▲ 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내용이나 가락도 다 비슷하다. 만선, 즉 풍어를 기원하고 바다에서의 안전을 비는 그런 가사이다. ‘서도배치기’는 연평도와 황해도 평안도 등 서해안 전 지역에서 부르던 노래이며 ‘자진배따라기’의 이본(異本)이라 할 수 있다.

노동요이면서 무속적인 성격도 있다. 이러한 뱃놀이 계열의 노래는 대개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해안을 따라 거의 비슷하게 전파되기에 비슷한 특징을 가지는 것이다. 이는 고기를 따라 이동하며 생활하던 어부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서도배치기의 일부 가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영도 칠산을 다 쳐다 먹고

연평 바다로 돈 실러 갑시다

이물 돛대는 사리화 피고

 

고물 돛대는 만장기 띄었다

연평 장군님 귀히 보소

우리 배불러서 도장원 주시오

정월부터 치는 북은

오월 파송을 내 눌러 쳤단다

연평바다에 널린 조기

양주만 남기고 다 잡아드려라

암매 숫매 맞 마쳐놓고

여드레 바다에 두둥실 났단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 바로 “어영도 칠산을 다 쳐다 먹고 연평 바다로 돈 실러 갑시다” 부분이다. 어영도는 평안북도에 있는 섬. 예로부터 조기 어장으로 유명했다. 칠산은 전라남도 영광 앞바다, 역시 유명한 조기 어장이다. 어영도와 칠산에서 고기를 다 잡고 연평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가자는 뜻이다. 고기는 곧 돈이기 때문에 돈 실러 가자고 했다.

▲ 지난해 10월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서 열린 '가무별감 박춘재의 황제를 위한 콘서트‘에서 서도소리 예능보유자 이춘목씨가 수심가, 배치기 등 서도 특유의 매력적인 소리를 전했다. 사진은 콘서트의 한 장면. (사진=종로문화재단 사이트 캡처)

과거 우리나라 3대 조기어장은 전라남도 영광 칠산 앞바다, 황해도의 연평도 앞바다, 평안북도 철산군 앞바다 이 세 곳. 거리상으로 볼 때 는 당연히 철산이어야 한다. 하지만 분단 이후 철산은 잘 모르는 곳이고 칠산은 잘 아는 곳이며 특히 조기가 많이 나는 어장이니 칠산이 맞을거야 하고 고쳐불렀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런 것을 개악(改惡)이라 한다.

즉 지역적이나 거리로 보아서는 어영도 철산으로 불러야 마땅한 것이다.

평안도 고기잡고, 전라북도에서 잡고 다시 황해도 부근으로 가자는 것은 말이 맞지 않는 것이다.

※ 하응백 서도소리 진흥회 이사장은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에 당선돼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옥봉의 몽혼’(2009)등 20여 권의 편저서가 있으며 ‘창악집성’(2011)이라는 국악사설을 총망라한 국악사설 해설집을 펴내기도 했다.

2002년 ‘휴먼앤북스’라는 출판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하 이사장은 경희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를 취득했으며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국민대학교 문창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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