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기명창’과 ‘팔도유람가’

하응백의 국악가사 이야기 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l승인2017.01.09l수정2017.01.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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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 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임방울이 잘 부른 단가 중에 ‘명기명창’이라는 것이 있다. 그 내용은 기생과 오입쟁이 수 백 명을 모아 전국 팔도로 유람가서 잘 놀자는 것이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명기명창(名妓名唱) 풍류랑(風流郞)과 갖은 호사(豪奢)시켜 교군(轎軍)태워 앞세우고 일등(一等) 세악수(細樂手) 통영갓 방패 철리 안장 말을 태우고

팔도 오입쟁이 성세(形勢)도 있고 활협(濶狹)도 있고 알음알이 멋도 알고 간드러진 오입쟁이 수백명 모두 모아 각기 찬합(饌盒) 행찬(行饌) 장만허여 팔도강산 구경간다

경상도 태백산 낙동강을 구경허고 전라도 지리산의 동진수를 구경허고

충청도 계룡산 백마강을 구경허고 평안도 자문산의 대동강을 구경허고

황해도 구월산의 옹진수를 구경허고 강원도 금강산의 세류강을 구경허고

경기 삼각산의 임진강을 구경허니 왕십리 청룡이요 태산대악(太山大嶽)이 전부 금성 (金城)이라

종남산은 천년산(千年山) 한강을 만년수(萬年水)라 북악은 억만봉이요 상봉삭출(上峰削出)은 대모색(玳瑁色) 허니 선장인지(仙場人地) 천하건곤(天下乾坤) 사방 산수(山水)가 지중(至重)허여 만리건곤만안경(萬里乾坤滿眼景)이라

수락산 폭포수 남으는 서장대 이화정 장춘대 비륜대 세검정 백련동 달 뜬 경 구경허니

아니 놀고 무엇 헐거나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세

쉽게 풀이해 보면 명기명창 풍류랑을 모아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꾸며 가마꾼을 앞세우고 장구, 북, 피리, 해금, 대금 등으로 구성한 악사들을 데리고 유람을 가자는 것인데, 풍류랑의 자격은 그 자격은 집안 형편도 경제적으로 좀 되고, 호탕하고 의협심도 있어야 한다. 음식을 싸들고, 팔도를 두루 유람하고 마지막에는 서울에서 놀자는 것이다.

그런데 임방울의 이 가사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다. 임방울의 단가를 잘 들어보면 ‘왕십리 청룡’이라고 발음하는데 이는 천룡(天龍)의 오류다. 천룡은 지네를 뜻하면서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을 말한다. 때문에 이것은 천룡으로 발음해야 하나 아마도 천룡이 발음 상 어렵기 때문에 청룡으로 발음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태산대악이 전부 금성’이라는 부분도 오류다. 원래는 ‘태산대악(太山大嶽)이 천부금성(天府金城)’이라고 해야 한다. 서울의 지세가 하늘이 내려준 그런 살기 좋은 땅이라는 말이다.

▲ ‘명기명창’이 ‘팔도유람가’로 변한 것처럼 시대에 따라 노래 가사도 변한다. 사진은 2007년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 인간문화재 문재숙교수(가운데) 등이 김죽파전승 가야금병창 ‘명기명창’을 연주하는 모습. /뉴시스 자료사진

이 ‘명기명창’을 바탕으로 해서 거문고의 명인 신쾌동이 거문고 병창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제목을 ‘팔도유람가’로 달았다. 왜 그랬을까? 바로 ‘명기명창’의 내용이 시대에 맞지 않아 퇴폐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생들을 데리고 유람가지는 이야기니 그 내용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따라서 ‘팔도유람가’에서는 ‘명기명창’을 ‘명인명창’으로 바꾸었다. 또 ‘오입쟁이’를 ‘풍류남아’로 바꾸었다. ‘산수(山水)’를 ‘산세(山勢)’로도 바꾸었다. 하지만 이것은 오류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팔도유람가’의 마지막 부분은 전부 풍수지리와 관련된 가사이기 때문에 ‘산수’로 해야 정확한 것이다.

‘명기명창’이 ‘팔도유람가’로 변한 것처럼 시대에 따라 노래 가사도 변할 수는 있지만 위의 ‘천룡’을 ‘청룡’, ‘천부’를 ‘전부’, ‘산수’를 ‘산세’로 노래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이니 앞으로 ‘명기명창’과 ‘팔도유람가’의 오류를 바로 잡았으면 한다.

 

※ 하응백 서도소리 진흥회 이사장은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에 당선돼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옥봉의 몽혼’(2009)등 20여 권의 편저서가 있으며 ‘창악집성’(2011)이라는 국악사설을 총망라한 국악사설 해설집을 펴내기도 했다.

2002년 ‘휴먼앤북스’라는 출판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하 이사장은 경희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를 취득했으며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국민대학교 문창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편집자 주

 

 
하응백 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  hbook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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