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사람들은 의미를 제공해주는 정체성을 갖기 위해 상상적인 경로를 통해 면역성을 구축한다. 자신에 대한 걱정이 무의식적으로 적에 대한 갈망을 일깨운다. 적은 상상적인 형태 속에서도 신속하게 정체성을 제공해준다. 적은 우리 자신의 문제가 형태화된 것이다. (…) 그것은 암세포처럼 무한정한 창궐, 과잉성장, 전이를 통해 확산된다.” - 『타자의 추방』,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26-27쪽.전후 패전 국가 일본이 만들어 낸 기민(棄民) 정책의 망령이 일본 열도, 특히 요코하마 항구 앞 크루즈선 다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1790년에는 수도원 교사였던 사람이 1792년에는 교회를 유린했고, 1793년에 공산주의자였던 사람이 5년 후에는 백만장자가 되었으며, 10년 후에는 (프랑스 최고 부자 반열에 오른) 오트란토 공작이 되었다.”(『조제프 푸셰』, 슈테판 츠바이크, 이화북스, 9쪽)그리고 나폴레옹의 신임을 받아 경찰장관으로 10년이나 권세를 누렸지만 나폴레옹을 탄핵하는데 앞장섰고, 자신이 맞아들인 부르봉 왕가에 의해 고국에서 쫓겨나 이역만리에서 숨을 거뒀다. 프랑스 혁명에서 왕정복고에 이르는 23년에 걸쳐 기괴한 음모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전쟁은 나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행위이자,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에 지나지 않는다.”고 칼 폰 클라우제비츠는 말했다(『전쟁론』, 칼 폰 클라우제비츠, 김만수, 갈무리, 46, 77쪽). 지금 우리는 마치 전쟁과도 같은 정치의 현장에 놓여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세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세운 법무부장관을 죽이기 위해 시작한 전쟁이다.기득권 개혁 대신 조국 낙마에 매달린 검찰국정농단으로 엉망이 된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국민적 열망을 안고 출범한 문재인정부에게 개혁은 하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체체야, 넌 자유가 뭐라 생각하니?” 안도현 시인이 1996년 『연어』를 출간한 뒤 23년 만에 그 후속편이라 할, 어른을 위한 동화 『남방큰돌고?뻗?펴냈다. 지난날 연어의 입을 통해 희망과 열정의 메시지를 전하여 뭇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긴 그가, 이번에는 사람에게 포획되었다 풀려난 남방큰돌고래 체체의 눈과 입을 통해 다시금 소중하고 절실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연어』 이후 23년 만에 펴낸 안도현의 어른동화체체의 이야기는 곳곳에 유머와 해학을 실은 채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조선은 개국 초 명나라의 간섭과 주변국의 위협으로부터 국체를 보전하고자 사대교린을 국시로 삼았다. 그런데 왕권이 뿌리내리지 못한 틈을 타 사대부와 권신들은 개국의 명분이 되었던 신분제 혁파와 토지개혁을 무위로 돌리려 했다. 그들이 근거로 내세운 핵심 논리가 주자학을 근간으로 한 친명 사대주의였다.“명나라에 부끄러우니 한글은 아니 되옵니다”훈민정음 창제를 반대한 최만리 일파의 소동은 조선 초 권신들의 사대주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당시 상황은 세종실록에 상세히 기록되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1980년부터 2000년 초중반까지 출생한 청년층을 밀레니얼 세대 또는 Z세대라 부르는데, 통칭 20대라 하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한 해 뒤 이들 사이에서 ‘놀족’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일상을 놀이로 보내고 놀이를 일상으로 여기는 가치관을 지녔다는 의미다. 해가 지나자 ‘소소잼’이라는 말이 이를 대체했는데, 소소한 것에 재미를 느끼는 세대라는 뜻이다. 그해 말 이 세대의 세계관을 근저에서 뒤흔든 사건이 일어났으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승리로 이끈 촛불집회가 그것이다.촛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일본 소프트뱅크사는 초기에 잡화 자영업점(나까마)으로 시작하여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일본 시중에 판매하는 소매유통점으로 간신히 자리 잡았는데 이후 급성장하여 2018년 3월 결산 기준 총자산 300조원과 매출 100조원으로 도요타, NTT와 함께 하는 일본 3대 그룹, 알리바바를 거느리는 세계 최대 규모 유통회사, 그리고 자체 자산 110조원을 운용하는 초거대 대안투자그룹으로 성장했다.현재의 모습만으로는 손정의 회장이 옛날 직원 두 명과 길거리에서 보따리를 풀어 오가는 손님을 향해 외치는 모습을 상상하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인간의 육체가 긴 진화의 역사를 지닌 여러 기관의 박물관임을 보여 주듯이, 마음도 같은 양식으로 꾸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음의 그릇인 육체가 그러하듯이 이 마음 또한 역사 없이 그저 생겨났다고 볼 수는 없다. (...) 아득한 옛날의 그 마음이 오늘 우리가 지니고 있는 마음의 바탕을 이룬다. 이것은 흡사 우리 인간의 육체 구조가 포유류의 일반적인 해부학적 패턴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 것과 같다. 나는 그 고태의 잔재를 ‘원형’ 혹은 원초적 심상이라고 부른다. - 『인간과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인상주의 운동은 마네로부터 시작되어 모네에서 전형화되고 확장되었으며 피사로의 열렬한 믿음 속에 성장했다. 점차 외연을 확대하여 쇠라의 점묘법을 잉태했고 르누아르와 드가에서 다양한 혁신과 변주를 낳았으며 고흐와 고갱의 하이브리드 스타일을 거치며 세잔에 의해 극복되기까지 현대 미술의 초석을 쌓았다.한 세기에 걸친 이단아들의 투쟁 그런데 ‘인상주의’가 애초 조롱거리로 만들어진 용어인 탓에 인상주의자들은 이 명칭과 거리를 두려했다. 당장 마네부터 그랬는데 실제로 그의 작품 상당수가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회화 작품을 감상하지만 작가이자 문화비평가인 알랭 드 보통은 ‘치유의 힘’을 강조한다. 우리는 미술이 우리를 도와 더 나은 삶, 더 나은 자아로 이끌어준다고 믿기 때문에 선호하며, 따라서 미술은 믿을 만한 기초 위에서 유용한 경험을 이끌어내는 도구가 된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처한 여건이 제한적이라 가정할 때, 과연 어떤 그림을 선택하면 우리 자신을 더 잘 치유할 수 있을까?더 나은 삶과 자아로 이끄는 도구알랭 드 보통은 그 대답으로 예술이 제공하는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에게 유명한 서곡들이 많지만 대표작은 아마 16시간에 걸쳐 펼쳐지는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일 것이다. 개인사적으로 그는 이 대작을 통해 자신을 끝없이 좌절시킨 베토벤의 벽을 가까스로 넘어선 듯이 보였다. 그런데 바그너는 열렬한 반유대주의자였다. 후일 히틀러는 파시즘의 선구자로 그를 추켜세웠으며, 때문에 바그너의 서곡들은 아우슈비츠 광장을 가득 메운 채 장엄하게 울려 퍼진 대학살의 반주곡으로도 기록된다.니벨룽겐의 노래, 곧 신과 악마의 대결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역사는 우리에게 현실의 데자뷔를 광범위하게 불러일으키며 이를 곱씹을수록 왕왕 엄중한 교훈을 남긴다. 재야사학자 이덕일은 『조선왕조실록』 태조 편을 재해석하며 조선 개국 과정에 숨겨진 숱한 데자뷔와 교훈을 들춰내는데 그중 전제(田制)를 둘러싼 공방은 단연 압권이다.고려 29대 충목왕이 세상을 떠나고 열세 살의 후계 충정왕에 이르러 정세가 혼돈으로 치닫자 원나라 순제는 1351년 충정왕을 폐위시키고 28대 충혜왕의 친동생인 왕기를 후사로 선택했는데 그가 공민왕이다. 고려의 중대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서승 선생은 이 땅에서 한 인간의 육신이 레드 콤플렉스로 인해 얼마나 처참하게 파괴될 수 있는지, 그럼에도 한 인간의 정신이 얼마나 위대하게 레드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산증인이다. 이 책은 19년에 걸친 그 생생한 증언의 기록이다.선생은 1945년 전쟁 중에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사건은 도쿄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유학하던 때인 1971년 3월 6일 귀경길 비행기 안에서 시작되었다.‘서승’을 부르는 기내방송과 함께 화려한 치마저고리를 입은 스튜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24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새경제규칙포럼(준),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공동주관해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초청포럼에서 “세계경제 대전환과 한국경제 – 복지국가, 산업정책, 경제민주화”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특별히 산업정책과 재정정책에 관해 현재의 정부 정책 기조와 대비되는 입장을 밝혀 주목받았다. 장 교수 주장의 요지는 대략 아래와 같다.1980년대 이후 세계경제를 지배해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나는 선택의 폭을 가능한 한 넓게 유지하는 것을 좋아한다.”- 도널드 트럼프 일반적으로 미국 고위 정치인들이 스코틀랜드 계나 유대 계 또는 적어도 상류층 유럽 이민자 계층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과 달리 트럼프는 별 볼 일 없는 스웨덴 이민자의 후손이다. 할아버지는 뉴저지에 정착하여 식당을 경영하다 술병으로 일찍 운명했고 할머니는 세 자녀를 키우기 위해 재봉틀을 돌렸다. 아버지야 더 말할 것도 없어서 어릴 때부터 과일 배달, 구두닦이, 공사장 잡역부 등 시쳇말로 안 해본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비운의 삶을 살다 떠난 19세기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우리 서점가에서 전례 없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니체는 문학이나 철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한 번 쯤 도전해보고는 그 난해함에 혀를 내두르는 사상가이다. 현대 철학의 거장으로 자신의 글이 공상과학소설과 같다고 말할 정도로 복잡한 논리를 전개한 질 들뢰즈도 니체의 재해석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고전 형이상학을 새롭게 부활시켰다고 평가될 정도였다.일본 석학이 쉽게 풀어 쓴 니체사이토 다카시(齋藤孝)교수는 니체의 책을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생이 술술 마음먹은 대로 풀리기를 원하지만 아쉽게도 세상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영웅이건 천재이건 예외가 아니며 인생의 섭리를 꿰뚫은 동서 고전 어디서나 이 점을 강조한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서양 속담도 있지만 하늘의 운을 거머쥔 순간에도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완벽한 성취를 주지 않는다. 주역에서도 이를 강조하여 군자 유유해 길(君子 維有解 吉-40괘), 즉 군자는 오직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며 그럴 때 비로소 길하다 하였다.젊은 추사, 조선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지구상의 생명체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분자생물학을 비롯한 현대 과학은 이 문제에 대해 아직도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대에는 생명체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1861년 프랑스의 루이스 파스퇴르가 실험을 통해 자연 상태에서 미생물이 생겨날 수 없음을 보인 뒤,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야 이런 생각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DNA 이중나선 구조로 유전의 비밀 밝혀대체 생명체란 무엇인가. 20세기 초에는 이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1932년 닐스 보어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북한 사회의 향배에 대한 관심도 비상하게 높아지는 중이다. 여기서는 이 문제를 사실적 측면을 바탕으로 비교적 가볍게 확인해 보고자 한다.먼저 김정은 위원장에 관한 이야기다. 그가 판문점에 등장한 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는 그에 관한 두 가지 이미지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고모부 장성택을 공개 처형하고 이복형인 김정남을 독살한 것으로 의심받으며 동해와 태평양에 탄도미사일을 퍼붓던 이미지가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판화의 시인’ 이철수 화가가 원불교의 경전을 구도자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대종경을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 성찰한 끝에 부드러운 목판 위에 짧은 칼끝으로 굵직하고 명징하게 새겨 종이에 찍어내고 채색했다. 화가는 경전을 읽었지만 그의 판화는 현대인이 품고 있는 일상의 번민을 이야기한다. 그가 선택한 짧은 글귀들은 진중한 화두가 되고, 그가 형상화한 간결하고 묵직한 그림들은 찰나의 시선에 일만 가지 사유를 포섭한다.찰나의 시선에 담긴 일만 가지 사유“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