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신간서평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비운의 삶을 살다 떠난 19세기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우리 서점가에서 전례 없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 김선태 편집위원

니체는 문학이나 철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한 번 쯤 도전해보고는 그 난해함에 혀를 내두르는 사상가이다. 현대 철학의 거장으로 자신의 글이 공상과학소설과 같다고 말할 정도로 복잡한 논리를 전개한 질 들뢰즈도 니체의 재해석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고전 형이상학을 새롭게 부활시켰다고 평가될 정도였다.

일본 석학이 쉽게 풀어 쓴 니체

사이토 다카시(齋藤孝)교수는 니체의 책을 늘 곁에 두고 마치 삶의 지표와 같이 삼아 온, 일본 지성계를 대표하는 석학이다. 이 책을 통해 그는 니체의 저작들에서 다양한 경구를 찾아내어 자신의 경험을 바탕 삼아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니체 철학이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 할 수 있다. “아포리즘을 특징으로 하는 사상가”라는 저자의 지적처럼, 니체의 글은 수용자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재해석될 수 있고, 또 니체의 다른 저작들에서 다양한 경구와 잠언들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저자가 평소 항상 곁에 두고 본다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 아포리즘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니체 스스로 “나는 이 책으로 인류에게 최대의 선물을 했다”고 자부했을 정도다. 만일 저 책에서 줄거리를 구성하여 체계적인 논리를 구성하려 한다면,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실은 니체의 생각을 전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저자가 니체의 말을 잠언으로 받아들여 직접적인 해석 대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느낌’을 전하고자 한 이유일 것이다. 그 느낌을 독자가 수긍할 수 있는 이유는 니체가 자신의 모든 글에서 일관된 관점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게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인데, 그것을 저자는 니체의 ‘초인관’에서 찾는다.

▲ 『곁에 두고 읽는 니체』 = 사이토 다카시. 홍익출판사.

니체에게 인간이란 어떠한 정지도 허용되지 않는, 변화와 극복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였다. 그는 초인에 대해 설교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란 극복되어야 할 어떤 존재이다. 그대들은 인간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던가? 원래 만물은 스스로를 극복하며 무엇인가를 해왔다. 그런데도 그대들은 이 거대한 흐름의 썰물이고자 하여 인간을 극복하기보다 차라리 짐승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하는가? … 형제들이여! 항상 대지에 충실하라! 그리고 천상의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을 믿지 마라. 그들은 그것을 의식했건 못 했건 간에 독을 넣는 자들이다.”

니체의 초인, 현대인에게 절실한 존재

니체의 책에서 억지로 논리를 구성하여 설명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한, 이 초인은 어떤 식으로건 고정된 인간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령 니체가 말한 ‘낙타’와 ‘사자’와 ‘어린아이’의 연장선상에서 설명되는 특정한 역사적인 유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에게 니체의 초인이 의미하는 것은 ‘내일을 향한 화살’이고, ‘허물을 벗는 뱀’이고, ‘죽음을 죽이는 용기’이며, ‘아모르 파티’이다. 운명을 긍정하되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여 ‘자기만의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의 소유자인 것이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빠르게 향상심을 잃고 있기 때문에 니체가 더 절실해졌다고 말한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한 구절을 빌려 향상심을 상실한 현대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처럼 정신적으로 향상되려는 마음이 없는 놈은 바보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진짜 니체를 읽고 스스로 느껴본다면 혹시 ‘영혼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는 영웅’을 깨울 수 있을까? 그 난해함에 나가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이겠지만, 아무튼 이 책은 그처럼 즐거운 상상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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