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감옥과 슬픈 영혼들의 감옥

남경우의 세상이야기 남 경우 대기자l승인2017.04.04l수정2017.04.0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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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 남경우 대기자]

▲ 남경우 대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되어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사면논란으로 설왕설래다. ‘국정농단 임시정부’가 옮겨간 대한민국 감옥은 나에게 언제나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필자는 1981년 10월 7일 ‘광주학살의 원흉 전두환을 처단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학내시위를 주동했다. 체포된 나는 경찰 조사를 끝내고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일제시대에 지어진 당시 서울구치소의 이른 밤은 높은 천장에 40촉 백열등으로 희미할 뿐 괴괴한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팬티만을 입고 신체검사를 끝낸 후 4동 상층 7번방에 수감됨으로써 1년 10개월 간의 수형세월을 보내야 했다(당시 서울구치소는 상층 하층으로 된 2층 건물이었다).

그렇게 겪은 감옥은 분단과 절망 그리고 희망이 오버랩되는 상흔이었다. 서울구치소 수감 초기 모든 것들은 어색하고 어리둥절하며 생소한 것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붉은 수인명찰을 부착한 40대 중년의 남자가 수갑을 찬 채로 건물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아주 이례적인 것이었다. 그는 늘 수갑을 찬 상태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를 제외하곤 거의 모두가 구치소 안에서 수갑을 차고 이동하는 일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북한 공작원을 일본에서 만났다는 이유로 사형구형을 받은 국가보안법 사범이었다. 부산대를 나온 40대 중반의 인텔리였다. 인간으로써 연민의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 친북사범으로 경계해야 하는지 혼돈이 밀려왔다. 이 혼돈은 그 후에도 나의 심연 속에 계속되었다. 서로 안면을 익히며 인사를 나누었지만 사형집행만은 미루어져 목숨만이라도 부지하기를 기대할 따름이었다. 다음 해 봄 나는 홍성교도소로 이감되었고 1983년 815 특별사면으로 수형생활을 마쳤다. 감옥은 젊은 날 나에게 분노와 슬픔과 희망으로 뒤범벅된 용광로 같은 곳이었다.

십 수년이 흘러 2000년 초 나는 한 신문사의 중견간부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서울고 출신의 어느 회사 대표가 소개하고 싶은 분이 있다고 해서 점심을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첫눈에 범상치 않게 보였다. 60대 후반의 약간 작은 키 임에도 몸은 잘 단련되어 있는 듯 보였고 눈매 또한 날카로웠다.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나에게 감옥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고아로 어린 시절 서울역 앞 양동에서 넝마주이 집단 일원이면서 간혹 꼬마소매치기 노릇도 했다. 그러던 중 미8군 사령관의 호주머니를 털다 잡히게 되었다. 그에게 이것은 행운이 되었다. 미8군 사령관은 그를 양자로 받아들였고 그는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머리가 좋았던 그는 당시 명문학교였던 서울중학교에 들어갔고 고등학교를 들어갈 무렵 그는 미국인 군인 아버지를 따라 워싱턴으로 이주하였다.

공부를 잘했던 그는 청년이 되어 하버드를 졸업했고 직장으로 미CIA에 취업하게 되었다. 그는 60년대 독일의 서베를린을 첫 임지로 남아시아의 싱가포르, 전쟁 중인 베트남 등지에서 근무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만해도 아주 놀라운 이야기였다.

그러던 중 그는 더욱 놀라운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1970년 직전 북한의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기습작전에 대한 대북 보복작전이 기획되었는데 자신이 이를 기획 지휘를 했노라는 것이었다. 물론 미국인의 신분으로서이다. 보통 특수테러집단을 조직 훈련할 때 죄수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라 했다.

우선 교도소에 중범죄자를 아무런 사전 설명없이 때리기 시작하면 거의 대부분은 굴복하는데 기어이 저항하는 자가 있다고 했다. 이들을 뽑아 특수집단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실미도 사건의 주인공들이었던 ‘특수훈련집단’이었다. 이 특수집단은 남북교류가 일정에 오르면서 1972년 7.4 남북성명 직전 그 용도가 폐기되었고 그 대원들은 죽음으로 끝나게 되었다.

그는 내내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듯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당시 미국에 살면서 한국의 몇 개의 고아원에 기부를 한다고 했다. 그는 식사하기 전 경건하게 기도를 했다.

▲ 맨 얼굴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차량을 타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죄와 직권남용죄 등으로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이제 감옥은 단골 뉴스가 되었다. 나의 감옥은 독재와 분단 그리고 분노와 희망이 교차하는 가교였다지만 40대 중반 부산대 출신의 중년 인텔리에게 감옥은 모든 것을 앗아가버린 죽음의 늪이었으리라. 특수부대에 차출된 청년 수인들게 감옥은 한 많은 젊은 날을 죽음으로 몰아가게 한 저주스런 조국의 창살이었다면, 노인이 된 미CIA 전 직원의 감옥은 반공반북전선에 투입해야할 비밀특수요원을 고르는 고국의 동물농장이었으리라.

박근혜와 김기춘과 조윤선의 감옥은 어떤 감옥일까? 사면논란은 이르다. 그 죄인들에게는...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남 경우 대기자  kwnam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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