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재민 한국조폐공사 디자인센터 수석연구원]  러시아 공식 화폐는 루블(ruble)이다.

지폐는 액면가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 10루블(연두색), 50루블(파란색), 100루블(적갈색), 500루블(분홍색), 1,000루블(하늘색) 등 모두 7종류의 지폐가 있다.

동전은 1·5·10·50코페이카와 100코페이카가 있다. 100코페이카는 1루블이다.

▲ 러시아, 1,000루블 앞면, 2012 야로슬라프 1세(980-1054)

루블은 영어로는 ‘ruble’로 표기하며, 기호는 ‘R’ 또는 ‘Rub’이다.

루블은 러시아어로 ‘은(銀) 조각’이라는 뜻이다. 루블은 '자르다'라는 뜻의 러시아어 동사 рубить에 어원을 두고 있다. 역사상 루블은 일정한 무게로 잘라낸 은괴 조각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게 되었다.

루블은 14세기부터 사용되어 왔다. 1961년 화폐개혁으로 1루블화(貨)의 금 함유량은 0.987412 g이 되었다.

소련 붕괴 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루블의 달러 환율은 하락하여 1994년 1월의 경우 2.927루블=1달러인 적도 있다.

코페이카(kopeck)라는 이름은 러시아어로 창을 뜻하는 копьё에서 유래했다. 첫 코페이카 동전은 모스크바 대공국이 노보고로드를 점령한 1478년에 주조되었다.

이 동전에는 성 게오르기우스가 창으로 용을 무찌르는 모습을 담은 모스크바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으며, 현재 러시아의 코페이카에도 이 문장이 있다.

500루블 지폐 앞면에는 표트르 1세(1672~1725) 동상이 있다. '대제'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표트르 1세는 러시아를 '근대화', '서구화'한 황제다.

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원래 습지대에 불과한 황무지였는데 표트르 1세의 급진적인 개혁들로 인해 지금의 살기 좋은 도시로 바뀌었다.

당시 러시아는 국력이 약했는데 표트르 1세는 신분과 이름을 계속 바꾸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포병 기술, 선박 기술, 수학, 기하학 등을 배웠다.

▲ 러시아, 1,000루블 뒷면, 2012 크렘린(Kremlin) 궁전

그는 '수염세'를 도입하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인들은 동방에 가까운 중앙아시아식 복장과 긴 턱수염을 길렀는데, 표트르 1세는 이를 유럽식으로 바꾸기 위해 서양식 관복을 도입하고 긴 턱수염은 자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정말로 수염을 기르기 원하는 국민들에게는 '수염세'를 내도록 했는데, 큰 함대를 몇 척이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세금이 쌓였다고 한다.

500루블 뒷면에는 '아르한겔스크'라는 러시아의 해안도시가 있다. 백해(白海)에 면하고 있는 무역항인 이곳에서는 가끔 오로라도 보인다고 한다.

1,000루블 앞면에는 현자(賢者) 야로슬라프 1세(980-1054)가 있다. 그는 키에프 러시아 시대의 최고 황금기를 만들어냈던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재위 중 발트해의 이민족을 정복해 유리에프를 건설하였고 최고의 법전인 야로슬라프 법전을 편찬하기도 했다.

이 법전은 지금까지도 러시아법의 근간이 되고 있다. 초기 법전의 내용에는 대표적으로 '피의 복수 금지','이자 지불 규정','재산 침해 금지' 등이 있다.

1,000루블 뒷면에는 크렘린(Kremlin) 궁전이 그려져 있다. 크렘린 궁전은 14세기~17세기 러시아와 외국의 뛰어난 건축가들이 건설했는데, 대공이 거주한 왕실이자 종교적 중심지였다.

크렘린 궁전은 13세기 이래로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정치적 사건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 크렘린 궁전 성벽 아래 붉은 광장(Red Square)에 있는 상트 바실리 대성당(Saint Basil’s Basilica)은 러시아정교회의 가장 아름다운 기념물이다.

50루블에는 옛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식시장, 로스트랄 기둥 앞 동상과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가 새겨져 있다. 100루블에는 볼쇼이 극장 앞 4두마차가 새겨져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5,000루블에는 하바롭스크의 니콜라이 무라비요프아무르스키(1809-1881)가 그려져 있다.

그는 동시베리아의 총독으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아무르강 하구에 니콜라옙스크를 건설했으며, 태평천국의 난으로 고통 받고 있던 청나라를 위협하여 아이훈 조약을 맺은 공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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