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도 금수저가 있다

남경우 대기자l승인2017.03.09l수정2017.03.0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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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우 대기자] 같은 소나무라도 관악산 소나무와 서울대공원의 잔디밭 소나무는 다르다.

산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대개 자생이다. 스스로 씨가 뿌려져 그 곳에서 자라고 성장한다. 반면 공원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사람 손에 의해 심어져 가꾸어졌다. 산에서 자라는 바위와 자갈이 많은 곳의 소나무는 영양분이 적어 잎이 작고 적다.

▲ 남경우 대기자

이들에게 바람과 빛은 충분하지만 물과 영양분이 적다. 좁은 구역에서 많은 묘목이 자라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제한된 물과 영양분으로 많은 묘목들이 경쟁하면서 자라야 한다. 좁은 지역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과 비슷하다.

이들은 비옥한 지역에서 자라는 소나무보다 훨씬 많은 솔방울을 단다. 죽음에 대한 염려가 큰 나머지 후손을 남기고자 하는 본능도 큰 것이다.

서울대공원 등 잘 가꾸어진 공원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어떨까. 나무와 나무 사이가 넓고 거름과 수분이 충분하다. 햇빛도 마음껏 누린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 이들은 잎도 크고 윤택하며 풍성하다. 영양상태가 좋은 청년을 보는 느낌이다. 이들은 빛과 바람과 영양분과 수분을 충분히 향유하기에 이 생을 즐기는 것에 관심이 더 많다.

그러기에 이들은 솔방울을 많이 달지 않는다.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하는 염려가 적다. 주변에 경쟁해야 할 동료도 없다. 오직 스스로 빛나게 성장하는 것이 주어진 환경이다. 이들에게 병이라면 영양과잉이 문제가 된다. 과잉으로 지나친 수분과 영양은 질병을 유발한다. 과잉은 곰팡이를 불러들인다. 지나치게 부유한 환경이 망나니를 만드는 것과 같다.

▲ 전남 완도군 생일도의 관문을 지키는 소나무. 산에서 자라는 자생 소나무는 제한된 물과 영양분으로 많은 묘목들이 경쟁하면서 자라야 한다. 좁은 지역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과 비슷하다./완도군=뉴시스 제공

이들은 산악에서 자라는 소나무와 달리 체내에 온갖 진액을 저장하고 있다. 송진의 양은 많고 진하다. 반면 산악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피죽도 못 얻어먹고 성장한 소년처럼 나무줄기와 솔잎도 부시시하다. 산악 소나무는 체액도 없어 끈기가 없고 잘 꺾어진다. 기암괴석 사이로 자라나 기막힌 모습을 드러내는 소나무가 있다. 우리들의 눈에 멋있게 다가오는 기기묘묘한 소나무가 소나무 입장에서 보면 고난에 찬 성장사를 지닌 것이다.

소나무는 양지 바르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습기가 지나치게 많거나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은 잘 자라지 못해 군락을 이루지 못한다. 소나무는 바늘 같은 잎을 달았다. 바늘 같은 잎은 하나 하나는 작고 왜소하지만 전체적으로 활엽보다 표면적이 넓다. 빛을 많이 받기위한 생존방식이다. 또 에너지를 끌어 모으는 힘이 강해 진액을 만든다. 이것이 송진이다. 사람이 소나무의 꽃인 송화가루를 먹으면 사람도 당연히 끌어 모으는 힘이 강해진다. 끌어 모으는 힘이 부족하여 삐삐 마른사람이 송화가루를 먹으면 살이 찐다.

▲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소나무 숲/뉴시스 자료사진

소나무와 사촌인 잦나무는 금수저 소나무처럼 나무 자체가 윤택하다. 이들은 바위와 자갈이 많은 곳에서는 아예 잘 자라지 못한다. 잦열매는 소나무의 솔방울보다 훨씬 크다. 진액 또한 소나무보다 더욱 진하다. 잦나무는 소나무보다 식생대가 좁다. 잦나무가 자라는 지역은 소나무가 자라는 지역보다 습하다. 식물이나 인간 모두 크게 보면 생장조건이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나무나 사람이나 생명이 다 할 때 까지 자기가 가진 자질이 만개하길 바랄 뿐이다. 관악산 소나무로 태어나거나 대공원 소나무로 거듭나거나 모두 운명이다.

인생이란 어찌 보면 실존적으로 슬픈 것이다. 부처님 말씀대로 고해(苦海)다. 생긴 대로 주어진대로 받아들이고 살다 보니 벌써 오십이고 육십이다. 대공원 소나무라 해서 행복한 것만도 아니다. 남은 인생 삶의 의미를 자각하고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며 자각한 생명으로 살아간다면 최고의 삶을 사는 것이겠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남경우 대기자  kwnam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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