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롭게 비교해 상황에 맞는 제도 선택…채무 수렁에서 벗어나 새 인생 새 출발!
[이코노뉴스=김일환 법무사] 심각한 채무로 채권자의 독촉에 시달리는 채무자라면 한 번쯤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을 고민한다.
개인파산과 개인회생은 신청자격부터 절차, 기대할 수 있는 결과까지 분명히 서로 다른 제도이지만, 일반 채무자 입장에선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둘 다 채무를 탕감해 주는 제도라는 건 알지만, 둘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는 채무자는 드물다.
40대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급감하면서 카드 대금과 운영자금 대출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고민 끝에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법원은 A씨가 매달 일정한 소득을 올리고 있는 점을 들어, “개인회생절차를 통해 변제하는 것이 채권자들에게 더 이익”이라며 파산신청을 기각(채무자회생법 제309조제1항제2호)했다. A씨는 다시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60대 B씨는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얼마 안 되는 액수지만 매월 소득도 있었고, 파산신청으로 인해 파산자로 낙인찍히는 것도 두려워 개인회생을 선택했다.
법원은 B씨가 청산가치를 보장하지 못하는 변제계획안을 작성해 제출했다는 이유로 채무자회생법 제595조제6호에 의해 개인회생절차개시 신청을 기각했다.
청산가치 보장이란,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개인회생절차를 통해 변제받는 총액이 채무자가 파산을 했을 때 배당받을 총액보다 많아야 한다는 원칙으로, 개인회생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B씨는 개인파산으로 방향을 바꿔야 했다.
설마 이런 일이 정말 있을까 싶겠지만, 실무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실제로 서울회생법원은 개인파산절차를 이용해야 할 상황에 있는 채무자가 개인회생을 신청한 경우에 개인회생을 취하하고 개인파산을 신청할 것을 권유하는 ‘절차 전환’ 제도를 실무준칙으로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자신의 상황에 맞지 않는 제도를 선택하면, 법원의 기각 결정이나 절차 전환 권유를 받고 다시 다른 제도를 시작해야 해, 채무 탕감을 받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
개인회생은 일정한 수입이 있는 채무자가 신청할 수 있는 제도이다. 매달 정기적이고 반복적인 소득이 있는 급여소득자나 자영업차가, 매월 소득에서 생계비를 제외한 금액을 3년간 채권자에게 성실하게 변제하면, 이후 남은 채무는 전부 면책받는다.
개인파산은 소득이 없고, 보유한 재산으로도 채무를 다 갚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채무자가 신청한다. 법원이 파산을 선고한 후 채무자의 재산을 청산하여 채권자에게 나누어주고, 이후 면책 결정을 통해 남은 채무를 탕감해 주는 절차이다. 재산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채무를 상환하는 변제재원이다. 개인회생은 장래 수입의 일정 금액으로 변제하는 구조이고, 개인파산은 파산선고 당시 보유하고 있는 재산으로 일부 채무를 갚고 나머지를 면책받는 구조이다.
따라서 수입이 있는 사람이 개인파산을 신청하면 ‘변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기각될 수 있고, 반대로 수입이 없는 사람이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가용소득(변제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처음부터 다른 제도를 다시 신청해야 하므로, 채무 탕감을 받기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가 길어지고 경제적·심리적 부담도 커지게 된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중 어떤 제도를 이용할 것인지 결정하려면, 총 채무액, 정기적 수입의 존재 여부와 규모, 보유 재산의 종류와 시가, 부양가족 유무, 채무 발생의 경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법원도 채무자의 성실성과 채무 발생 경위, 재산 상태에 대한 설명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경향이 있어, 자신에게 맞는 제도를 올바르게 선택하고 슬기로운 변제 전략을 짜는 것이 절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무로 인해 일상과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면, 중요한 것은 빠른 결정이 아니라 올바른 결정이다. 개인회생이든, 개인파산이든 자신에게 맞는 제도를 선택하고, 그 절차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새로운 출발을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 김일환 법무사는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고용정보원 전략기획·홍보·고객상담 팀장을 역임했습니다. 김 법무사는 회생파산을 비롯해 민사소송 및 집행, 가사·형사 사건 등 폭넓은 분야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