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미래연구소

[이코노뉴스=강철구 전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고공행진을 한다고 청와대가 계속 자랑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60% 이하로 떨어지고 그와 함께 민주당의 지지율은 40% 이하로 내려갔다.

▲ 강철구 전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취임 1년 넘어 식을 줄 모르던 대통령의 인기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동안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급격한 호전에 현혹되어 있던 국민들이 그 문제의 해결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데에다가 최근 경제사정이나 고용사정이 악화되자 현 정권의 국내정책을 냉정하게 평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지율을 떨어뜨리는데 가장 기여한 사안은 최저임금 2년 연속 고율인상과 국민연금의 보험료 상향조정 및 가입연령을 상향조정하는 개편안의 발표로 보인다. 두 정책의 성격이 다르기는 하나 많은 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국민연금 문제는 여론이 좋지 않자 대통령이 직접 ‘자신도 개편안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히며 후퇴했으니 앞으로 더 완화된 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저임금 고율인상은 결정한 대로 밀고나가겠다고 하니 앞으로도 계속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되어 있다.

최저임금은 올해에 16.4% 올려 7,530원이 되었는데 내년에도 10.9%를 올린 8,350원으로 결정하여 2년 연속 27.3%를 올렸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급격한 인상이다. 그러니 가뜩이나 장사나 사업이 안 되어 울상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일부 지역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불복종 선언을 하기도 했고 또 8월 29일에는 대규모 시위가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필자는 이런 반발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자영업자들은 현재 무려 564만 명에 달하는 큰 규모이다. 한국인의 평균 가족수 2.7인으로 계산하면 약 1,500만 명이 자영업과 직접 연관을 맺고 있는 셈이다. 전체 인구의 약 30%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이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OECD 국가 안에서도 손꼽을 만큼 높은데 그것은 IMF 체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른 나이에 직장에서 밀려나오면서 자영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먹고 살길이 막막해 퇴직금 등 있는 돈을 탈탈 털어 편의점이나 음식점, 숙박업소 등을 차리나 너무 경쟁이 심해 소득이 매우 적다. 50대 자영업자 약 절반의 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니 저임노동자들보다도 심각하게 낮다. 인건비조차 제대로 안 나오는 수준이다.

지영업자들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데도 그 동안 정부는 이들에게 정책적으로 거의 아무런 배려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형마트들과 대규모 프랜차이즈점들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내 버려 두어 이들의 몰락을 재촉했다. 5년 안에 망하는 자영업자가 70%나 된다고 하니 그 참상은 안 봐도 뻔하다. 작으면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피 같은 재산을 날리고 상황이 나쁜 경우 거리에 나앉게 된다. 참으로 기막힌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지금까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은 조직화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매일 같이 가게에 붙어 앉아 일을 해야 하니 어디에 모이기도 힘들고 조직화도 어렵다. 투쟁은 언감생심이다. 사업의 장기적인 전망이 안 보이니 아마 더 그럴 것이다. 그래서 그 많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한국사회에서 거의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천대를 받아 왔다.

이번에 최저임금 고율 인상 문제도 그렇다.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처음 민노총에서 들고 나온 것이다. 민노총도 그것을 선전차원의 구호로 내세웠을 뿐 당장 실현 가능한 목표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며 조직노동을 정권의 지지기반으로 만들려고 했는지 그것을 주요 정책의 하나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2년 거푸 최저임금 고율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고율인상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되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자, 저임노동자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제5단체 추천의 사용자위원 9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추천하는 근로자위원 9인, 주로 교수와 연구원들인 공익위원 9인, 정부 고위관리들인 특별위원 3인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여기 어디에도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또 저임노동자를 대변하는 위원들은 없다. 그러니 그들의 이익을 어떻게 지킬 수 있나.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은 저소득층의 임금소득을 올려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요소이다. 그런데 지난 1분기의 가구당 소득을 보면 1분위(최하위 20%)의 가구당 소득은 8.0%가 줄었고 5분위(최상층20%)는 9.3%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화가 상당한 정도로 나타난 것이다. 또 2월부터 6월까지 각각 작년 같은 달에 비해 신규 취업자수가 10만 명 증가에 머물러 있어서 최저임금 급격 인상과 고용감소의 상관관계를 엿보게 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나 그 극성스러운 지지자들은 아직 그 관계를 증명할 유의미한 통계가 없다느니,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과다한 임대료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다한 수수료, 또 카드 수수료 때문이지 최저임금과는 상관없다느니 하며 억지를 부렸다. 지불능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이나 소상공인이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줄이려면 고용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그 명백한 사리를 모른단 말인가. 참으로 청맹과니 같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7월 신규취업자 수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고작 5000명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고용이 많이 감소한 업종은 최저임금에 민감한 도소매업, 음식·숙박, 시설관리업 부분이다. 언론에서 고용쇼크니 뭐니 떠들어 대자 청와대도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일자리 문제를 정부의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우고 예산 54조원을 들어부었는데 오히려 일자리가 줄었으니 난감할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지난 19일에 급히 당·정·청회의를 열고,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 책임자들에게 ‘직을 걸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라‘고 엄명을 내렸는데 그런다고 지금 와서 뭐가 갑자기 달라지겠나.

자영업자 정부의 주요한 협의 파트너로 관련 정책들을 결정해야

이 모든 소동은 현 정권이 조직노동의 환심을 사기 위해 소득주도정책을 내세우며 자영업자들이나 소상공인을 무리하게 압박하여 벌어진 일이다. 정말로 최저임금을 올려야겠다 싶으면 먼저 중소기업이나 소상인들에 대한 재벌들의 갑질을 없애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다한 수수료, 건물임대료, 카드 수수료를 적정한 수준에서 재조정하여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나 소상인에게 큰 부담이 가지 않게 만든 다음에 시행하는 것이 수순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무작정 최저임금을 올리니 고용감소, 소비감소, 물가상승 등 총체적 경제난이 오게 된 것이다.

사태를 수습하려면 지금이라도 우선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중요한 협의 파트너로 삼을 생각을 하고 그들의 말을 충분히 들어 자영업과 관련된 사안들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노사정위원회나 최저임금 위원회 등 중요한 경제관련 정부위원회에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대표들을 포함시키고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을 높여 주어야 할 것이다. 총 경제인구의 근 3분의 1에 달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천대하며 정치가 안정되기를 바라나. 우선 내년 최저임금 인상분부터 철회하기 바란다.

 

※ 강철구 민족미래연구소 고문은 서울대 서양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1979~2012년 서원대, 이화여대 등 대학강단에서 후학을 가르쳐왔습니다. 강 고문은 현재 민족미래연구소를 만들어 우리나라가 지향해야할 미래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과 강의를 하는 등 활발히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역사와 이데올로기’, ‘우리 눈으로 보는 세계사’가 있으며 ‘민족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역서를 갖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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