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미래연구소

[이코노뉴스=김창훈 민족미래연구소 연구실장] 난민문제로 한국이 들끓고 있다.

▲ 김창훈 민족미래연구소 연구실장

5백여 명에 이르는 예멘 난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수용을 주장하는 측과 이들 난민이 진정한 의미의 난민이 아니라 사실은 돈을 목적으로 온 불법체류노동자와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하는 측이 충돌한다. 예멘난민을 받아들이자는 측이나 거부하자는 측이나 겉도는 주장이기는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인다.

유엔난민친선대사인 정우성씨의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보자. “제주도 예멘 난민이 젊은 남성이 다수라고 하는데 만난 분들은 왜 고향을 떠났다고 하던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이 계속되면서 성인 남성들은 정부군이나 반군에 우선적 징집 대상이에요. 자기가 원하지 않는 전쟁임에도, 징집되면 살인을 해야 하고 자신의 생명도 위협받죠. 그런데 징집을 거부하면 가족을 볼모로 위협을 가한다고 해요. 살인과 죽음에 대한 공포, 가족의 안전,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예멘을 탈출했다고 해요”

만약 정우성씨가 판단하는 대로 예멘전쟁이 정부군과 반군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동족을 상대로 벌이는 잔혹한 내전이라면 정우성씨의 난민에 대한 발언은 온전히 정당하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지는 좀 더 살펴보아야 한다.

현대의 거의 대부분의 나라는 세계시스템을 받아들이면서 존재한다. 선진국이란 세계시스템을 활용해 가장 큰 이익을 얻은 국가들을 이르는 말이다. 선진국들은 대체로 유엔난민협약에 가입되어 있다. 2015년 1월 현재 유엔의 회원국이 193개국인데, 그 가운데 145개국이 난민협약 당사국이다. 다만 아시아의 경우 한국, 일본,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5개국에 불과하다. 난민이 입국을 한다 해도 최소한의 경제적 활동도 쉽지 않은 필리핀, 캄보디아를 제외하면 불과 세 나라뿐이다. 이 세 나라는 세계자본주의 시스템의 수혜국이다. 물론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세계시스템으로부터 얻은 이익을 국내에서 균형 있게 분배하지 못한 것은 세계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 국내정치의 실패라고 보아야 한다.

유엔은 일정한 규칙을 모든 나라가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모두가 나서서 해야만 세계시스템은 굴러가게 된다. 정당한 난민을 받아들일 것을 권하는 유엔난민협약이 바로 그러한 규칙의 하나다.

난민반대를 말하는 사람들은 국경을 폐쇄하려는 유럽을 보라고 말한다. 그런데 유럽은 국경 폐쇄 전에 이미 수많은 난민을 받아들였다. 난민이든 불법체류자든 많은 범죄를 일으킨다고 한다. 통계는 난민이나 불법체류자들이 내국인보다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우리의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경우 과대 포장된 ‘카더라’통신으로 돌고 도는 이야기다. 난민구호에 너무 많은 재정이 투입되게 된다는 것도 난민들이 평생 놀고먹는 것을 전제해야 성립되는 이야기다. 한국처럼 복지가 부족한 나라에서 놀고먹을 수 있는 난민은 존재할 수가 없다. 난민들을 받아들이면 자국민의 일자리를 침식당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난민들의 일손을 환영하는 영세사업자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난민에 관한 주장이 난무한다. 난민을 수용하면 이래서 이익이라는 주장도 이래서 피해라는 주장도 모두 유불리(有不利)의 관점에서만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우리에게 아무리 이익이 되어도 정당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하고 우리에게 아무리 불리해도 정당하면 해야 한다. 예멘전쟁 자체로 들어가 보자. 전쟁에 대해서 먼저 말하고 난민을 논하자.

시리아 때문에 세계인의 시야에서 사라진 예멘전쟁은 도대체 어떤 전쟁일까? 예멘전쟁에 대한 정보는 그다지 많지 않다. 언론들도 예멘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하고 있다.

예멘내전은 예멘정부가 2004년 시아파 종교 지도자인 후세인 바드레딘 알후티를 체포하려하자 시작되었다. 이후 내전은 후티반군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2015년 후티반군은 선거를 통해 정부를 출범시킨다. 후티반군의 자주적 노선은 예멘의 후원국가였던 사우디를 자극했다. 사우디는 곧 아랍연합군을 조직해 예멘내전에 개입한다. 후티를 반군이라 부르는 이유는 예멘정부의 대통령이었던 하디가 사우디 리야드에 임시집무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다수에 의해 쫓겨나서 외세에 의탁해 겨우 유지되는 정치세력을 합법정부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적 의미에서 예멘의 합법정부는 후티반군세력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예멘에서의 영향력축소를 우려하는 세력이 후티‘반군’이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다.

서구의 주류언론은 자국 내에서는 진보보수로 갈라져도 국제문제에 대해서는 지독하리만치 자국우선주의다. 글로벌이슈로 국한한다면 프로파간다기구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서구 주류미디어에 대항하는 언론으로는 러시아기반의 뉴스네트워크 RT가 있다. RT의 대담프로그램 크로스톡(crosstalk)에서 최근 방영한 ‘예멘의 파괴’(destruction of Yemen)를 살펴보자. RT는 서구 주류미디어의 관점과는 다른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매체다. 대담자로 나온 전문가들에 비친 예멘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토크쇼의 사회자인 피터 러벨(peter lavelle)은 패널들에게 질문한다.

“2천7백만 인구 중 2천2백만명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이 절실하다. 4백50만명의 어린이와 여성 등이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백90만명이 내전으로 살던 곳에서 떠나야 했다. 이런 재앙을 불러일으킨 사우디의 예멘침공을 미국과 영국은 왜 지원하고 하는 것일까?”

다음은 사회자 러벨의 질문에 대한 패널들의 답변이다.

“미국과 영국은 이 지역에서 이란에 반대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영국은 예멘을 공격한 사우디, 아랍에미레이트에게 엄청난 규모의 군수품을 공급하고 있다. 트럼프를 포함해 미국과 영국의 고위관료들이 취임하고 가장 먼저 찾는 두 곳이 이스라엘과 사우디다. 이란이 후티를 돕는다고 하지만 지난 3년간 이란의 지원이 명백한 증거는 없다”-찰스 슈브리지(charles shoebridge) 영국군 대태러팀 장교출신의 안보분석가

“2011년의 민중봉기는 사우디가 컨트롤하던 당시정부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레이트는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을 가지려는 후티세력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예멘은 해상수송로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이 예멘에 대해서 이해관계를 갖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예멘의 후티반군을 이란의 대리인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이란은 국경선이 안정되기만을 바라고 있다”-캐서린 샥담(catherine shakdam) Al Bayan Centre 선임연구원

“서구의 주류언론들은 자신들의 정부에 의한 범죄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후티를 이란의 꼭두각시(proxy)로 몰아간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사우디에게 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서구 역시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만큼이나 죄가 있다. 서구의 지원 없이 이런 비인도적인 범죄가 수행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예멘은 미국과 사우디에 의해 완전히 봉쇄되어 있어서 이란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조차 없다. 외부로부터의 식량지원조차 막혀있어서 예멘사람들은 굶주림을 강요받고 있다. 사우디와 서구에 대한 저항은 예멘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은 서구주류언론에 전혀 나오지 않는다”-모하마드 마란디(mohammad marandi) 테헤란대학 교수

토크쇼의 패널들이 하는 이야기는 거의 동일하다. 2011년 개혁을 요구하던 예멘 민중들이 정권을 잡게 된다. 이들의 자주적인 노선을 우려한 사우디는 아랍에미레이트, 수단용병 등을 동원하여 예멘을 침공한다. 사우디의 우방인 영국, 미국, 프랑스는 예멘을 철저히 봉쇄한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봉쇄로 인해 식량 등의 물자가 들어가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다.

제주도에 온 예멘청년들은 이런 상황에서 자국을 탈출하여 한국에 온 것이다. 국제적인 기준에서 보면 그들은 난민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난민으로 만든 것은 사우디와 서구세력의 봉쇄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진정 난민을 위한다면 난민을 반대하는 국민들을 상대로 윤리적인 훈계를 하기 보다는 예멘인들을 기아상태로 몰아가는 사우디연합세력과 이를 후원하는 서구선진국에 대해서 반전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전쟁은 그들이 하고 난민은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정의는 아닐 것이다.

난민대사 정우성씨가 반전운동에 앞장서기를 기대해 본다.

 

※김창훈 민족미래연구소 연구실장은 헤드헌팅 브레인코리아 대표와 코위컨스트럭션 대표를 역임했습니다. 사회디자인연구소 이사로 지방자치단체의 발전방향에 대한 컨설팅과 민간기업의 조직문화의 개선사업 등의 자문을 맡아 일해왔습니다. 현재 국제관계와의 연관성 속에서 한국사회의 모순을 이해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수년 째 지식인그룹 ‘고전강독회’를 운영하며 동서양 고전을 진지하게 읽어나가는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단행본 ‘낯선 것과의 조우’와 ‘공공부문 개혁논의의 현주소와 충남에 대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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