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가족보건의원에서 관계자가 마스크 착용 의무 안내문을 제거하고 있다. 이날부터 코로나19의 위기경보 수준이 '심각'에서 '경계'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며 마스크 착용 의무가 남아있던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에서도 '자율 착용'으로 전환됐다. /뉴시스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가족보건의원에서 관계자가 마스크 착용 의무 안내문을 제거하고 있다. 이날부터 코로나19의 위기경보 수준이 '심각'에서 '경계'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며 마스크 착용 의무가 남아있던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에서도 '자율 착용'으로 전환됐다. /뉴시스

[편집자 주]

“정부가 경제적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방역정책을 ‘엔데믹(풍토병화)’ 쪽으로 전환하다 보니 ‘코로나19는 이제 끝났다’는 막연한 인식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형이다. 환자와 사망자 수가 여전히 독감보다 훨씬 많다. 특히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 사망자 비율은 급증하고 있다.

요양시설 내 코로나 감염시 마땅한 치료제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요양시설에서는 ‘현대판 고려장’ 같은 비극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해법은 없는 것일까.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에 허점은 없는지 점검해본다.”

◇ 코로나 치료제가 아직도 없다니

정부가 1일 0시를 기해 사실상 코로나19 엔데믹에 돌입했지만, 사망자 수는 좀체 줄지 않고 있다. 매일 2만명 안팎의 국민이 신규 확진되고, 10명 안팎이 목숨을 잃는다.

코로나19 위기 경보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31일 전국에서 2만4604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1일 0시부로 코로나19위기 경보 단계는 최고 수위인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됐으며 마스크 착용·확진자 격리 의무 등 주요 방역 조치들이 해제됐다.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일 0시 기준 확진자는 2만4604명 늘어 누적 3170만3511명으로 집계됐다.

(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코로나19 사망자는 20명 늘어 누적 3만4804명이 됐다. 전체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중을 뜻하는 치명률은 0.11%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에 있는 고위험군 사망률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이런 요양시설들이 ‘코로나 무덤’으로 불릴 정도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가 이 같은 사회적 문제에 아무런 대책 없이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 정부, 요양시설내 ‘고려장’ 사실상 방치

특히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대유행하는 트윈데믹이 진행될 경우는 상황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에 걸릴 경우 세포 내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이 10배 가량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염증반응과 장기손상 증가로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지난해 요양병원서 숨진 코로나19 환자 전년보다 17배 급증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에게 제출한 코로나19 사망자의 사망장소별 현황을 보면 지난해 요양병원에서 숨진 코로나19 환자는 7,613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444명)보다 무려 17배나 급증한 수치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에서 ‘경계’로 완화된 첫날인 1일 오전 광주 북구 상시선별진료소에 주요 방역조치 완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에서 ‘경계’로 완화된 첫날인 1일 오전 광주 북구 상시선별진료소에 주요 방역조치 완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이에 따라 2020년 전체 코로나19 사망자의 9.9%(48명)에 그쳤던 요양병원 사망자 비율은 지난해 28.6%로 높아졌다. 반면에 코로나19 치명률은 2020년 3월 2.87%에서 2022년 11월 0.08%로 낮아졌고, 20·30대의 치명률은 0%였다. 감염취약시설인 요양시설이 코로나 무덤으로 불리게 된 핵심 이유다.

◇ ‘밀집구조’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 늘어

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델타에서 오미크론으로 바뀌자 노인,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중점관리하는 방향으로 방역정책을 전환했다. 하지만 고위험군 사망률은 갈수록 증가 추세여서 방역 정책의 최대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60세 이상 고령층 사망자는 지난해 195.6명으로 2021년보다 5.2배 늘었다. 이는 요양병원 등 요양시설이 밀집 구조로 되어있어서 집단감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 ‘코로나 무덤’ 요양시설, 치료제 사실상 없어

요양시설이 ‘코로나 무덤’으로 불리게 된 것은 입소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처방할 수 있는 마땅한 치료제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노인 등 고위험군용으로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등 먹는 치료제 2종을 대량 확보해두고 있지만, 병용금기약물이 많은 팍스로비드는 대다수가 혈압약 등을 복용 중인 고령의 입소자들에게 처방이 아예 불가능하다.

◇ 팍스로비드, 변이에 갈수록 무력…라게브리오는 ‘無효능’ 논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병용금기약물 종류가 많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바이러스 변이에 효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팍스로비드 대체제인 미국 머크(MSD)의 라게브리오는 지나치게 낮은 효능 때문에 유럽에서는 이미 사용승인 금지 권고 대상에 올라있다.

지난해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에서 먹는 치료제 처방은 4월 279건에서 11월에는 2건으로 대폭 줄었다. 치료제가 없으니 요양시설에서는 현대판 고려장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요양원,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에 대해서는 면회 제한 조치를 반복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책 없이 땜질식 처방만으로 대응해 고위험군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요양시설의 환기 등 시설 개선도 요원하다.

◇ 긴급승인 절차 진행 한국산 제프티, 블록버스터급 범용약물

현재 수명이 다 한 치료제를 대체할 만한 항바이러스제는 일본이 지난해 11월 긴급사용을 승인한 시오노기제약의 조코바, 한국에서 대규모(300명) 임상을 성공리에 마치고 긴급사용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제프티(성분명 CP-COV03)밖에 없다. 100% 한국산 항바이러스제인 제프티는 기존 치료제 대비 효능과 안전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병용금기약물이 없어 블록버스터급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시오노기제약의 조코바
시오노기제약의 조코바

RNA 바이러스 계열 질환인 코로나19는 특성상 끝없는 변이로 언제든지 팬데믹을 초래할 수 있다.

◇ 정기석 위원장 “백신∙치료제 구걸 더는 안돼, 국산 약물 만들어야”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지난 5월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초기 대응과 자체 백신·치료제 개발이 관건이다. 코로나19 때처럼 다른 나라에 백신과 치료제를 구걸하러 다녀서는 안된다"며 "한국이 자체적으로 백신과 치료제를 반드시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한 연구·개발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는 시간 끌지 말고 결단 서둘러야

하지만 새로운 치료제 확보에 시간을 끄는 듯한 정부의 행보를 보면 한심스럽다. 일각에서는 현재 90만명분으로 알려진 팍스로비드 재고량 때문에 보건당국이 새 치료제 확보를 미룬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사례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팍스로비드 200만명분을 구입한 일본 정부는 현장의 처방 외면으로 재고분이 194만명분에 달하던 지난해 11월 자국산 조코바의 긴급사용을 전격 승인했다. 정부가 국민 안전을 생각한다면 결단을 서둘러야 한다. [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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