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추덕 배재원]

풍경소리

댕그랑 풍경소리는 바람이 스쳤다는 것이고,

누군가의 깨달음처럼 내 마음이 출령거려 춤을 췄다는 것일테니

누군가 내 마음에 파문(=波紋)을 남겼다면 그게 ‘벗님’아닌 또 무엇이랴?

바람이든 사람이든 추억이든 인연이든 제 리듬에 맞춰 오갈뿐이니

굳이 내 그물에 가둬놓고 이러쿵저러쿵 시비(=是非)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시절이 부처님오신날 즈음이라 깨달음, 수도, 수행, 명상, 참선, 선화, 선필 이런 류(類)의 단어들에 대하여 친밀도가 높은 내게는 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고, 또 억지로 주변의 절이라도 한 번 찾아가서 기웃거리게 만드는 묘(妙)한 끌림이 있는 때이다.

수도자에게 안부를 묻는 것은 “깨달음”을 얻어 득(得)했는지 외에는 의미가 없듯이

수도를 일상생활로 끌고 온 자에게 안부를 묻는 것은 “일상(日常)의 일상(一相)화”이다.

오늘이라는 현재시점에서 여여(如如)와 시중(時中)을 꿈꾸는 것은 그야말로 꿈인지도 모른다. 한 순간도 쉴 틈이 없는 파도가 멈추는 것을 도모한다면 그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일 테지만 현자(賢者)의 말씀대로 파도를 물놀이 하듯 타려는 자에게는 일상이 놀이이고 즐거운 시장바닥이고 이룰 수 있는 꿈이다.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살아가는 모두에게 삶의 지혜가 풍경을 스치는 바람처럼 샘솟기를 기대한다.

추덕 배재원
추덕 배재원

추덕(追德) 배재원

- 1963년생, 경북 상주

- 대구 능인고등학교

- 대전 대전대학교 한의학과 2회 졸업

- 한의사/우리한의원 원장 (경북, 상주)

나는 ‘우주는 휘고, 꼬이고, 비틀리면서, 가고 있는’것이라고 배웠다. 우주뿐만 아니라 인간 삶이 그러한 것 같다.

철들면서 바로 접하는 ‘깨달음’이라는 신세계는 내 삶이 눈앞의 利를 쫓지도 못하게 했고 명예를 추구하지도 못하게 했으며,

그저 평범하고 소박한 시골한의사로 여기까지 이끌어왔다.

대체로 동양학의 줄기는 ‘良心’을 得하면 儒家, ‘無爲’를 得하면 道家, ‘空과色’을 得하면 佛家, ‘陰陽’을 得하면 한의학이 저절로 一通해져야 하는데, 한울정신문화원의 ‘禪筆’을 공부하면서 그 깊고 오묘한 방법을 알게 되었다.

붓에 氣Energy가 집중되면 한 겹 한 겹 허물이 벗겨져 나가고, 맑은 거울을 앞에 두고 춤추듯 저절로 움직여지는 붓흐름 따라 기존의 書法에 없는 無爲붓글을 써왔다.

지금은 천부경의 ‘本心本太陽昻明’에서 모티브를 얻어 ‘本心이라는 거울에 비춰보는 빛글’이라는 타이틀로, 동양사상을 관통하고 있는 의미 있는 한자와 우리 한글을 중심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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