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를 찾은 시민이 상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를 찾은 시민이 상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이코노뉴스=박병호 에스아이지 패키징 코리아 사장] 국민연금은 국민이 일할 수 있을 때 낸 보험료를 노후에 돌려받는 사회보장제도이다. 은퇴 후 받는 연금은 노후생활을 위한 소득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출산율은 낮아지고 기대수명은 늘어나 2041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되어 지급할 수 없을 전망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기에 국민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개혁의 필요성이 갑자기 최근에 나타난 게 아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이 진즉에 겪은 일이었고 쉽게 예상되던 바였다. 지난 여러 번의 정부에서도 필요하다고 말만 하다가 이루지 못한 과업이었기에 서둘러서 될 것 같지 않은데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본다.

◇ 이해관계에 따른 반발을 무마해야 하는 고통과 어려움

연금개혁은 누가 어떻게 하든 연금을 내는 측면과 받는 측면에서 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기금이 소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내는 측면에서는 지금보다 더 오랫동안 많이 내거나 받는 측면에서는 지금보다 덜 받거나 더 늦게부터 받도록 해야 한다.

작년 10월 기준으로 연금을 내는 사람은 약 2,229만 명이고 받는 사람은 631만 명이다. 낮은 출산율로 내는 사람은 줄고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받는 사람은 늘어난다.

연금개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세대가 있는가 하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세대도 있다.

박병호 에스아이지 패키징 코리아 사장
박병호 에스아이지 패키징 코리아 사장

연금개혁이 고통스럽고 어렵다고 예상하는 것은 개혁의 방향에 따라 세대별로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이에 따른 엄청난 반발을 무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연금 문제를 개혁이라고 하는가 보다. 개혁(改革)은 살아있는 사람이나 동물의 가죽을 바꾼다는 의미처럼 엄청난 고통이 따르고 힘든 법이다. 그냥 일반법 개정하듯이 국회에서 뚝딱 바꾸는 것과 완연히 다르다.

◇ 더 많이 내는 것에 대한 문제

연금개혁에서 전문가들이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더 많이 내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국민연금은 보험료율(소득 대비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의 비율)이 9%인데 이를 올려야 한다고 한다. 대부분 두 자릿수인 다른 나라의 보험료율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어서 인상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보험료율이 올라가면 현재 및 미래의 가입자 모두에게 부담을 주는 반면 현재 연금을 받는 사람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2055년 기금이 고갈된다고 하면 이때부터 연금을 받을 세대인 지금의 30대 중반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지급할 기금이 없으니 그들보고 돈을 더 내서 그 돈으로 지급한다고 하니 젊은 세대일수록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료율이 오르면 젊은 사람일수록 더 오랫동안 올라간 보험료를 내야 한다. 기성세대는 낮은 보험료를 내고서 그냥 그대로 연금을 받아 간 것과 비교하면 뭔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게다가 가뜩이나 실업문제와 물가상승의 고통으로 힘든 젊은 세대에게 더 부담을 지우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러한 보험료율 인상은 공무원, 사학, 군인연금 등의 연금과 비교하면 형평성 문제마저 거론될 수 있다. 특정 직업군의 사람들은 정부에서 세금을 투입하여 부족한 연기금을 메꿔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젊은 세대일수록 보험료율 인상을 반대하고 국고로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 같다.

◇ 더 적게 받는 것에 대한 문제

생애 평균 소득 대비 받는 연금을 소득대체율이라고 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 다른 국가들과 비교 목적으로 다시 계산하면 31.2%에 불과하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42.2%이므로 11%나 낮다.

(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비록 2011년 이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노인 빈곤율은 2020년 기준으로 39%이다. OECD 평균인 13.1%보다 아직도 매우 높은 편이다. 고령자 고용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며 노인 간의 빈곤 격차도 큰 편이다.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몇 %가 전체인구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에 해당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를 말한다.

현행 연금은 괜찮은 노후를 보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복지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하는데 연금의 재정을 위해 더 적게 받는다는 것은 기존 수령자들의 지지를 얻기가 힘들 것이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내야 하므로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 받고 내는 시기를 늦추는 것에 대한 문제

연금의 수급 시기를 늦추면 더 내고 덜 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출생연도에 따라 만 61세부터 65세로 정해진 연금개시시기를 늦추고 연금보험료를 내야 하는 가입연령을 상향하는 것도 개혁방안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연금의 수급 시기를 미루기 위해서는 근로자 정년이 연장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년퇴직 이후에 보험료는 내야 하고 연금은 그보다도 훨씬 더 늦게 받는다면 소득도 없고 연금도 없는 공백 기간에는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정년을 연장하는 문제는 연금 문제보다 그 영향이 더 클지도 모른다. 일자리 문제, 노동조합의 이해관계, 기업에 대한 부담 등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기에 사회적인 합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아무리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하여도 한계 연령에 닿은 이들의 심한 반발도 예상된다.

◇ 지지율 높은 프랑스의 마크롱도 힘들어하는 연금개혁

우리에게 연금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서 지금에 와서는 더 미룰 수 없다는 컨센서스(Consensus)가 형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개혁의 방향이 앞서 언급한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인 이상 불가피하게 이해관계에 따른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낭트에서 연금 개혁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남성이 거리 표지판을 뽑아 던지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10차 시위와 파업이 이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인기를 잃더라도 국익을 위해 연금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낭트=AP/뉴시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낭트에서 연금 개혁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남성이 거리 표지판을 뽑아 던지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10차 시위와 파업이 이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인기를 잃더라도 국익을 위해 연금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낭트=AP/뉴시스

작년 프랑스의 대선에서 에미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58%의 득표율로 2위 후보와 17%의 득표 차이로 연임에 성공하였다. 그런 마크롱 대통령도 프랑스의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근 지지율이 32%로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48.56%의 득표율로 2위 후보와 단지 0.7% 차이로 당선되었고 최근 40% 지지율을 겨우 지키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며 지지율을 떨어트린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전문가들도 우왕좌왕하는 개혁방안을 확정하고 끝까지 밀고 나갈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뭔가 하기는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하는 것이 사회 정의 차원에서 가장 적합한지 여야는 물론 민간과 정부가 끊임없이 논의하고 어떤 방안이 도출되더라도 이의 충격을 완화 시킬 수 있도록 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실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박병호 에스아이지(SIG) 패키징 코리아 사장 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겸임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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