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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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박병호 SIG패키징코리아 사장] 개인들은 주식시장을 통해 기업에 여윳돈을 투자하고 기업이 얻은 추가 이익이라는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주식시장이 개인의 투자와 기업의 성과를 연결하여 경제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합리적인 제도와 시스템을 기반으로 잘 돌아간다면 그것이 바로 선진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적인 주식시장이 되려면 제도와 시스템과 같은 하드웨어 못지않게 투자문화라는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우리의 주식시장은 투자문화 측면에서는 아직 후진적인 요인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선거 때마다 정치인테마주가 난무하는 것이 그중의 하나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박병호 SIG패키징코리아 대표 
박병호 SIG패키징코리아 사장 

◇ 난무하는 정치인테마주

정치인테마주는 특정 유력 정치인의 정책이나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은 인맥을 통해 혜택을 볼 것으로 믿는 기업의 주식을 의미한다.

뭔가 혜택이 있을 터이니 주식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정치인테마주의 경우 해당 정치인과의 합리적인 인과관계가 없는데도 주가가 급등락하여 시장을 교란한다는 점이다.

작년 20대 대통령 선거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윤석열, 이낙연, 이재명 그리고 안철수 등의 정치인테마주가 난무하였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특별조사팀을 꾸려 사전에 단속한다고 공언했어도 실효성은 별로 없었다.

이전에는 박근혜, 문재인 등의 정치인테마주가 등장하였었고 이제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와 김기현 의원과 관련된 주식은 상승하고 나경원 관련주는 급락하고 있다. 정말 웃기는 주식시장이 되고 있다.

◇ 급등락으로 요동치는 주가

덕성과 NE능률은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가 가깝다고 했던 많은 주식 중 일부이다.

선거 1년 전부터 초반까지 급등하였다가 대선 이후에는 급락한 것을 그래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아래는 최근 높은 주가 상승을 보이는 안철수 의원의 안랩과 김기현 의원과 관련되었다고 말이 도는 나무기술의 주가 그래프이다.

◇ 정치인테마주의 근거는?

그런데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을 딴 정치인테마주로 형성되었던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덕성은 회사의 사외이사가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것이고 NE능률은 최대 주주가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라고 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최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나경원, 유승민 전 의원들의 불출마로 당선될 기대감이 커진 안철수 의원의 안랩이 사흘간 37%나 상승하였다. 안 의원과 2파전 양상을 보이는 김기현 의원과 사법시험 동기라는 이유로 억지로 정치인테마주로 옷을 입은 나무기술과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급상승하고 있다.

특정 정치인의 정책을 토대로 테마주가 나온다면 그나마 합리적인 비판이라도 가능할 것이다. 과거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사업이라는 공약으로 인해 건설주가 많이 올랐었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의 판세에 따라 군수, 담배, 의료산업 등의 주가가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국의 최근 정치인테마주는 확인되지도 않고 근거도 희박한 인맥에 의해 형성된다.

해당 기업의 자가 발전인지 작전세력의 의도적인 유포인지 모르겠지만 선거 관련 여론조사나 정치적인 행보 등에 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도 크게 움직인다.

◇ 정치인테마주에 대한 베팅은 투기일 뿐

정치인테마주가 우리 주식시장에서 사라져야 하는 이유는 우선 이런 주식에 대한 투자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자하는 다수의 투자자는 근거가 희박한 줄 알면서도 단기간에 이익을 보겠다는 탐욕으로 뛰어든다. 남들보다 먼저 들어가서 먼저 먹고 나올 수 있다는 착각으로 운에 맡기는 베팅을 하는 것이다.

앞의 그래프를 한 번 더 보자. 돌이켜 보면 쉬워 보이지만 급등과 급락의 연속선상에서 타이밍을 잡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타이밍은 주로 작전세력이 결정하고 주도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조금 빠른 정보를 갖고 빨리 움직여서 조그마한 이익이라도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착각이다.

정치인테마주에 대한 투자는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높다.

명확한 통계자료는 조사하기 어렵겠지만 상당수의 개인투자자는 정치인테마주로 매년 몇 조 원의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기에 손실 가능성이 큰 정치인테마주에 대한 투기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정경유착의 문화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

정치인테마주로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종목은 대부분 중소형 주식들이다. 대기업에는 해당 정치인과 혈연, 지연, 학연을 가진 사람이 많다면 훨씬 더 많을 터이지만 주가를 단기간 끌어올리기 어렵기에 평소 유동성이 떨어지는 중소형 종목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정치인이 집권하거나 당선되었을 때 그 정치인과 관련 있다고 믿는 기업이 수혜를 보는 것이 만약 사실이라고 한다면 주식의 가치평가이론으로는 정경유착에 따른 기업의 이익 증가에 따른 현재가치의 상승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정치인테마주에 투자하는 이들은 정경유착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경유착은 사법적으로 처벌의 대상이다. 정치인테마주로 형성된 기업들이 실제 해당 정치인의 당선을 통해 혜택을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주가 상승으로 사주의 주식이나 회사 자사주를 처분해서 해당 기업은 이득을 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름이 오르내린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이런 종목에 대한 투자가 몰리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우량 주식과 작전 주식의 경계가 희미해져 시장이 도박판으로 바뀔 우려가 있다. 이는 선진자본시장과는 거리가 먼 투자문화이고 장기적으로 나라 경제에도 크나큰 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 이제 정치인테마주는 자리 잡지 못하도록

정치인테마주가 남발되는 이면에는 ‘유사투자자문사’들이 활개를 치기 때문이다. 유사투자자문사는 금융감독원의 인가 혹은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는 정식 금융회사가 아니다. 인터넷이나 SNS 등의 통신매체를 이용하여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이들에게는 물량 매집과 시세 견인, 이익 실현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고 다수의 투자자에게 추천하기 수월하여 정치인테마주는 매우 적합한 작전대상이며 점점 더 많이 단골 메뉴로 이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아무리 여러 차례 칼을 빼내 단속한다고 해도 효과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사투자자문사들은 SNS를 주로 이용한다. 필자의 주위에도 혹하는 SNS 문구를 보고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번 국민의힘 당 경선은 물론 내년 4월에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그 외에도 정치 일정과 움직임에 따라 정치인테마주가 분명 꿈틀댈 것이다.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부 작전세력에 의해 어떤 솔깃한 정치인테마주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이에 흔들리지 않는 투자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고 이를 통해 우리 주식시장에서도 정치인테마주가 자리 잡지 못하는 투자문화가 형성되기를 기원한다.

※ 박병호 SIG 패키징 코리아 사장 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겸임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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