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SIG 패키징코리아 사장] 펀드란 재테크를 위해 직접 돈을 굴리기 어렵거나 힘든 사람들을 위해 자산운용회사들이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고객을 대신하여 운용해서 그 수익을 돌려주는 간접투자 형태의 투자대상이다.

박병호 SIG 패키징코리아 사장
박병호 SIG 패키징코리아 사장

이러한 펀드를 모집 방법과 운용상의 차이에 따라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로 분류한다.

공모펀드는 공개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데 반해 사모펀드는 49인 이하의 투자자만 모집할 수 있다.

공모펀드는 금융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지만, 사모펀드는 사적인 계약 형태이므로 완화된 제약과 의무를 적용받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 국내 투자시장에 등장한 사모펀드

국내에서 사모펀드가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Lonestar)로 인해서이다.

1997년 외환위기 혹은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시절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하고 많은 이익을 남기고 매각하였던 펀드인데 ‘블랙머니’라는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도입 이후에도 상당한 시기 동안은 기관투자자와 거액자산가의 투자전유물로 간주 되었다. 이런 사모펀드가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가 논란이 되면서부터이고 그 뒤 라임과 옵티머스의 사기 행각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하였다.

영화 '블랙머니'(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뉴시스 제공)
영화 '블랙머니'(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뉴시스 제공)

사모펀드는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 경영참여형(사모투자 전문회사, PEF)으로 구분하여 시작하였지만,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잇따르자 2021년에 투자자를 기준으로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 전용 사모펀드로 분류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와 운용 자율성을 구분하여 적용하고자 제도가 개편되어 운영되고 있다.

◇ 사모펀드의 놀랍도록 빠른 성장

국내에서 사모펀드 시장은 1998년 일반 사모펀드가 도입된 이후 2004년 PEF가 도입되고 2011년 헤지펀드가 도입되는 등 제도적인 모습이 갖추어지기 시작하면서 그 규모가 불과 수조 원하던 것이 지금은 560조원까지 늘어나는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그것도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가 일어난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사모펀드의 놀랍도록 빠른 성장은 수익률에 목말랐던 투자자들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2008년 이후 저금리 시대가 시작되면서 은행 이자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고액자산가들이 사모펀드 시장으로 대거 몰리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던 사모펀드가 성장의 속도를 더 높인 것은 사모펀드를 활성화하여 투자를 장려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큰데 2015년에 특히 진입규제가 대폭 완화되었다. 최소 투자 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한 것도 이때의 일이다.

◇ 사모펀드와 달리 부진한 공모펀드

일반적으로 간접투자 시장은 공모펀드가 그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공모펀드는 2015년부터 사모펀드에 의해 설정 규모나 자산총액 모두 추월당한 이후 아직도 정체되어 있는데 이는 특히 주식형펀드가 시장에서 신뢰와 인기를 상실한 결과로 해석된다.

공모펀드가 사모펀드에 비하여 맥을 추지 못하는 우선적인 이유는 운용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낮은 수익률로 인해 시장의 신뢰와 인기를 상실한 결과 주식형 공모펀드가 미국의 경우 주식시장의 40%가 넘고 일본도 25%, 영국도 20% 이상에 상당하지만, 한국의 경우, 규모로 보면 50조원 수준으로 시가총액 대비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 공모펀드 시장의 침체 원인

공모펀드는 운용과 성과측정 방식에 따라 패시브(Passive)와 액티브(Active) 펀드로 나누어진다. 패시브 펀드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것으로 인덱스 펀드로 불리는데 지난 몇 년간 실제 지수보다도 성과가 나지 않았고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 업계는 정부의 과한 규제와 불공정한 잣대를 문제 삼고 있다. 공모펀드는 펀드의 설정, 판매, 그리고 운용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규제가 강하게 적용된다. 대표적인 것으로 ‘10% 룰’이 있는데 설정액 총액의 10% 이상을 한 종목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정부의 방침에도 상당한 명분은 있다. 공모펀드는 다수의 일반투자자 자금을 운용하는 것인 만큼 규제와 기준을 엄격하게 하고 사모펀드는 자율성을 강조하여 혁신적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이원화한다고 표방하였다.

그 결과 공모펀드는 투자자로부터 외면받고 있고 일부 사모펀드는 사기행각이 벌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선진국의 경우 공모펀드가 주(主)이고 사모펀드는 종(從)이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공모펀드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시장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고 시장을 따라가는 속도도 느려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는 결과가 되었다.

◇ 공모펀드 시장의 회복이 필요

저조한 수익률 그리고 장기 투자에 따른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근본적인 원인 이외에도 상장주식만큼이나 편리하게 매매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도입되어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일반 공모펀드 대신 ETF를 선호하는 것도 공모펀드의 부진에 대한 원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공모펀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는 성과연동형 운용보수 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성과연동형 펀드의 운용보수를 기본보수와 추가성과보수로 나누어 해당 펀드의 운용성과가 기준지표를 상회한다면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하회한다면 받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성과보수 기준의 변경만으로 공모펀드에 등 돌린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동학 개미와 같은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고 간접투자 상품의 종류도 많아졌기 때문이지만 지나치게 사모펀드로 몰린 돈을 일부는 공모펀드가 수용할 수 있어야 금융투자시장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기대했던 사모펀드, 그 성과는 어떨까?

사모펀드가 기대하는 펀드 당 연간 수익률은 10% 안팎이며 중간 정도의 수익과 중간 정도의 리스크(risk)를 표방하는 펀드 수익률도 연간 6∼8%에 달한다. 몇 년 전에 출시한 코스닥 벤처펀드의 경우에는 대형공모주에 기대를 걸고 목표수익률로 15∼20%를 제시하기도 하니 사모펀드로 뭉칫돈이 몰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실제로 제시된 수익률이나 목표수익률만큼 좋은 실적을 내었을까? 사모펀드들은 수익률 분석이 쉽지 않다.

공모펀드와 달리 수익률이나 기준가를 공시하지 않아도 되고 PEF는 경영을 통하여 정상화 혹은 회사 성장을 이룬 뒤에 지분을 매각하고 나올 때 큰 수익을 추구하므로 연간 수익률의 의미가 없다.

헤지펀드의 성과를 바탕으로 사모펀드 전체 수익률을 유추하는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는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공모펀드의 인덱스 펀드나 패시브 펀드와 달리 시황과 무관하게 운용하여 수익을 내는 것이 상품의 특징이자 강점이다.

그렇지만 헤지펀드의 하락장에서 수익률을 보면 실망스럽다. 가장 직전의 하락장인 2018년에 사모펀드 1900개 중 900개가 손실을 기록했다. 헤지펀드의 주요 전략의 하나인 롱숏전략은 힘을 못 쓴 대신 메자닌이나 IPO에 집중한 펀드는 괜찮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가 주로 구사하는 롱숏(Long-Short) 전략이란 투자할 때 롱과 숏을 동시에 포지션을 잡는데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종목에만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는 종목에도 베팅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좋아 보이면 하이닉스를 롱 취하고 삼성전자를 숏한다. 전략이 통하면 수익은 2배가 나지만 반대로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면 2배로 손실이 날 수도 있다.

강세장인 2020년의 경우를 보면 시장이 30% 상승할 동안 사모펀드의 수익률 중 가장 높은 것은 47%에 달하지만 가장 낮은 것은 -6%로서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다. 리스크(risk)에 비해 수익률이 생각보다 높지도 않다.

◇ 좋은 사모펀드를 찾고자 해도 찾기 어려운 이유

투자 대상으로서 사모펀드는 다른 상품이나 투자대상에 비해 더 나을 것은 없다. 첫째, 수익률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공모펀드보다는 높을 수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를 더 짊어져야 하므로 공모펀드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 low return)’이라면 사모펀드는 상대적으로 ‘하일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일 뿐이다.

금융정의연대, 전국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7월 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사모펀드 불법 사기 혐의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경고장을 붙이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금융정의연대, 전국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7월 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사모펀드 불법 사기 혐의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경고장을 붙이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둘째, 수수료가 매우 비싼 상품이다. 헤지펀드의 경우 통상 ‘2-20’이라고 하는데 기본보수 2% 이상, 성공보수도 20% 이상의 의미이다. 최소 투자금액이 높아 보통 사람들은 가입할 수도 없겠지만 평균수익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 경우 비싼 수수료는 장기적으로 부담되는 수준일 것이다.

셋째, 상품선정을 잘해야 하는데 상품선택이 운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거래하는 금융회사가 모든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하는 사모펀드 중에서만 선택할 수 있고 펀드 모집기간 중에만 가입할 수 있다.

은행이나 증권회사 지점을 방문하여 창구 직원이 추천하는 상품을 덥석 잡는 것이 제비뽑기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다.

넷째, 나름 연구·분석을 하겠다고 사모펀드의 투자설명서를 읽어도 답을 찾기 어렵다. 예를 들어 환매사태를 야기한 라임자산운용의 설명서에는 위험중립형 상품이며 확정금리성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로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되어있다.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운용되었는데도 통제장치가 없었음이 드러나 투자설명서를 신뢰하기도 어렵고 게다가 읽어도 잘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펀드를 분석할 수 있는 다른 자료인 운용보고서를 봐도 그냥 잘하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이해하기 어렵다.

※ 참고 운용보고서의 일부 발췌(단순 예시임)

펀드는 그동안 시장 방향성을 예측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보다는 시장 방향성과 무관한 초과 수익 기회를 추구하는 가운데 하방 방어에 힘쓰고자 하였습니다.

이러한 운용방향은 언제나 유효하며, 당 펀드가 목표하는, 시장과 무관한 안정적인 절대 수익을 확보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계획한 다수의 초과 수익 기회(IPO, 해외 MBS 등)를 충분히 실현했다고 판단하여, 4분기에는 신규 알파 원천 확보에 매진할 것이며, 포트폴리오 일부의 리밸런싱을 실시하겠습니다. 동시에, 시장 변동성이 높아졌을 시 하방 방어에 효과적인 헤지 및 포트폴리오분산 전략은 지속적으로 유지해, 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겠습니다.

◇ 눈앞의 고수익에 현혹되어 사모펀드를 찾기보다는 공모펀드에도 관심을

좋은 사모펀드를 찾아낼 만한 지식과 투자 경험이 없는 일반투자자의 경우 은행과 증권사의 직원들이 권유하는 사모펀드보다는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모펀드를 활용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박병호 SIG 패키징코리아 사장 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겸임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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