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에버그린패키징 코리아 대표] 돈 쓸데는 많은데 쓸 돈이 없는 건 개인들이나 나라나 마찬가지인가보다.

박병호 에버그린패키징 코리아 대표
박병호 에버그린패키징 코리아 대표

지난 선거 때 후보들은 입만 열면 지원하고 보상도 해주고 세금은 감면해 준다던데 그 무수한 공약들은 무슨 돈으로 가능할 수 있을지 의아스러웠다.

◇ 나라 살림을 위해 필요한 돈

작년 10월, 국회예산정책처는 2022년 총예산을 604조4000억원으로 책정하고 이를 위한 재원인 총수입은 549조원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확장적인 재정지출은 2022년에도 계속될 전망인데 총수입보다 큰 예산 금액은 나라의 빚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다.

이런 형편인데 지난 대선 때 모 후보는 당선되면 18세 이상 국민 한 사람당 1억원을 지급하고 매월 150만원씩 평생을 지급한다고 했다.

매월 주는 것은 차지하고 취임 후 2개월 이내에 지급한다던 금액만 봐도 18세 이상 국민이 4,300만 명이면 4,300조원이 필요하다. 연간 나라의 수입을 생각하면 현실성이 없어도 너무 없어 보인다.

개인의 경우에는 수입보다 많은 지출계획을 세우기도 힘들지만 가능하더라도 주위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 어떻게 수입보다 많이 지출하면서 살림을 꾸려나가느냐고 말이다. 나라 살림살이에 대한 걱정으로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국가부채와 국가채무를 거론하였으니 이번에는 나라의 수입에 대해 생각해 볼 차례이다.

◇ 내는 사람만 내는 세금

위의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총수입 549조원은 국세에서 339조원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기금수입 184조원과 세외수입으로 재산수입, 경상 이전수입 등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모든 나라가 그렇듯 나라의 살림살이에서는 국세 수입이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재원인데 한국의 경우 총수입의 62%를 부담한다.

나라 살림을 위해 필요한 세금납부는 국민이라면 예외가 없이 누구나 지켜야 하는 의무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개인과 기업 중에서는 절반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고 했으니 소득이 면세수준이거나 이익이 없어 못 낸다면 탓할 수 없다.

2020년 6월 24일 당시 김현준 국세청장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열린 '2020년 국세청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이서진, 이지은(아이유) 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세청 제공)
2020년 6월 24일 당시 김현준 국세청장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열린 '2020년 국세청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이서진, 이지은(아이유) 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세청 제공)

그렇지만 세금을 내는 사람이 심각하게 편중되어 있는데 기업의 경우 상위 10%가 97%의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고 개인의 경우 상위 10%가 72%의 소득세를 부담한다고 한다. 소득이 적거나 없어서 부득이 세금을 내지 못한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내는 세금은 없는데 과소비하고 떵떵거리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이건 뭐지?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 세금 잘 내는 사람과 기업을 우대한다면

예를 들어, 지난 대선 당시 공개된 일부 후보들의 세금납부 현황을 보면 낮은 임금의 일반 근로소득자보다도 낸 세금액이 적은 후보들이 여러 명 있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3억원이라는 대선 후보등록 기탁금과 선거운동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돈 쓸데는 많은데 쓸 돈이 없고 쓸 돈을 마련하다가 나라가 빚더미에 주저앉지 않으려면 국민이 제대로 세금을 잘 내도록 해야 한다. 예산 규모가 늘어날 때마다 과세당국은 세수증대를 위해 무리한 과세를 집행하여 불필요하면서도 막대한 행정소송비용을 낭비해 왔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행정력에 의존한 과세보다는 차라리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곧 애국인 현실을 인정하고 우수 납세자들은 사회에서 존경받는 문화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도 애국자

세금과 마찬가지로 개인이나 기업이 낸 상당수의 기부금도 공익을 위해 사용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다만 세금은 쓸 돈을 마련하는 것이고 기부금은 정부의 주머니에서 쓸데를 줄여주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므로 결국에는 살림살이를 꾸려가기 위해 늘어나는 빚을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현실을 보면 불행히도 한국은 기부 후진국이고 기부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미국은 기부금이 국내총생산(GDP)의 2.3%나 되는데 한국은 0.5%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기부금의 80%가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라고 한다.

◇ 세금과 기부금은 애국심의 척도

과거에는 부정부패나 일확천금을 얻어 벼락부자도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안정된 사회에서의 고소득은 좋은 능력과 아이디어의 결과이기 때문에 내는 세금과 기부금은 지금 시대에서는 애국심의 척도가 되어야 하고 세금과 기부를 많이 한 사람과 기업은 사회에서 존경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고소득자를 부러워하면서도 동시에 경시하는 문화도 문제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낸 세금과 기부금은 민감한 개인정보로 분류되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북구청 직원과 주민들이 지난 2020년 1월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2동주민센터에서 익명의 기부자가 소외이웃을 위해 전달한 20kg 포장쌀 300포를 나르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로 불리는 이 익명의 기부자는 2011년부터 10년째 싯가 1억 8000여만원에 이르는 쌀 총 3000포를 기부했다./뉴시스
성북구청 직원과 주민들이 지난 2020년 1월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2동주민센터에서 익명의 기부자가 소외이웃을 위해 전달한 20kg 포장쌀 300포를 나르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로 불리는 이 익명의 기부자는 2011년부터 10년째 싯가 1억 8000여만원에 이르는 쌀 총 3000포를 기부했다./뉴시스

이러한 정보가 보호받아야 하는 정보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향후로 미루더라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고위공직자의 경우를 제외하면 알 수 없는 납부 세액과 기부금의 정보는 정보공개를 희망하는 개인과 기업의 경우에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 응당 내야 하는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과 남을 돕는 기부와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에게도 무임승차의 가능성을 줄이고 목소리가 작아도 성실하게 살아가는 애국자들이 사회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믿는다.

※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Evergreen Packaging Korea) 대표이사 사장 겸 숭실대 겸임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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