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대표·숭실대 겸임교수] 요란했던 20대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정해졌다. 누가 되면 나라를 떠나겠다는 사람도 있고 좋은 세상이 온다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 원하지 않는 후보가 되었다고 이민 가는 사람 못 봤고 원하는 후보가 되었다고 좋은 세상이 오는 것도 못 보았다.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대표·숭실대 겸임교수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대표·숭실대 겸임교수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국민이 뽑은 새 대통령은 이제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할 것이고 그중에서 당장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의 하나는 국민연금개혁이다. 젊은 사람일수록 불안해하는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문제에 대해 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새 정부는 시작부터 어려워질 수 있다.

필자는 지난 2월 14일에 ‘국민연금개혁은 무서운 폭탄 돌리기라는 것을 아는지?’라는 칼럼을 통해 국민연금개혁이 쉽지 않음을 얘기했고 현실적인 해결책에 대해 생각을 전달하였다. 이번에는 지난 칼럼에 이어 국민연금의 궁극적인 개혁 방향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전하려고 한다.

◇ 새 정부에서도 쉽게 다루기 힘든 국민연금개혁

국민연금개혁은 새 정부에서도 쉽게 다루기 힘들 것이다. 아마도 연금개혁을 한다면 덜 받게 하거나 더 내도록 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기초연금, 공무원, 사학 그리고 군인연금 등과 통합하는 것도 기존 수령자와 공무원, 교원과 군인들이 덜 받게 하는 방안일 따름이다.

그 어떤 방향으로 추진하더라도 덜 받고 더 내도록 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다루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새로운 대통령은 국민 50% 미만의 득표율로 대통령이 되었다. 투표하지 않았던 사람까지 포함하면 고작 전 국민의 37% 지지를 받고 당선되었는데 집권 초기부터 지지율을 걱정해야 할 판에 돌고 돌아온 무서운 폭탄을 감히 과감하게 해체하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개혁이 필요하게 된 것은 저출산 추세가 고착되었기 때문

국민연금이 고갈될 위험에 처한 원인을 저출산·고령화 때문이라고 한다. 고령화를 방지하고자 국민의 기대수명을 낮출 수는 없으므로 고령화도 결국은 저출산의 결과라고 본다면 국민연금개혁이 필요하게 된 건 저출산 추세가 고착화 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저출산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높은 청년실업률, 교육체계와 사교육비, 근로자들의 직업의 안정성과 근로여건, 부동산 가격의 안정과 주택보급, 사회적인 의식 개선 등 엄청난 난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주어진 5년이 아니라 50년이라도 부족할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당선 후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 및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당선 후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 및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게다가 저출산을 막기 위해 기존에 투입된 예산만도 천문학적 숫자라고 한다. 그런데도 날로 출산율이 더 떨어지는 것을 보면, 저출산 문제는 몇십 년 내에는 아무리 유능한 대통령이라 한들 해결하기 힘들고 세계적으로도 선진국들이 모두 겪고 있는 문제이므로 저출산 자체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 저출산이 이어져도 유지 가능한 연금을 위한 개혁이 필요

그렇다고 저출산 방지 대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다만, 저출산이 이어져도 유지 가능한 연금을 위한 제대로 된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한 개혁의 청사진을 새 정부는 조만간 젊은 세대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덜 받게 하거나 더 내게 하는 식의 당장 가능한 방식으로 연금 수급을 조정한다면 이에 대한 최대의 피해자는 기존의 연금수령자나 기득권을 일부 잃게 되는 공무원, 군인이나 교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최대의 피해자는 다른 세대보다 오랫동안 더 내고 나중에 덜 받아가야 하는 젊은 세대들이다.

새 정부에서 단순하게 조금 덜 받게 하거나 혹은 조금 더 내게 해서 연금개혁을 끝냈다고 생색을 낸다면 젊은 세대는 연금을 수령 할 나이에 도달하기까지 몇 번이나 더 개혁해야 할지도 모르고 몇 번이나 더 절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연금 수급 조정을 넘어 제대로 된 연금개혁이 필요

저출산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 돈 낼 사람의 수는 줄어들고 고령화로 받아가는 사람은 오랫동안 받아간다. 받아가는 사람을 줄일 수 없으니 돈 낼 사람을 늘리거나 돈을 더 내게 해야 한다. 인구가 줄더라도 일자리를 늘려 돈 낼 사람을 늘리고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통해 많이 내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하다. 연금만의 개혁이 아니라 현재 한국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를 종식하고 친기업가 정책으로의 전환이라는 개혁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늘리고 고부가가치 사업을 만드는 것은 오로지 기업가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반기업 정서와 친기업가 정책

한국에서의 반기업 정서는 재벌들의 반사회적 행동이나 경영권의 무리한 가족 승계, 상속세 회피, 형제간의 재산분쟁 그리고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 등을 보면서 생겨났다. 교육수준이 높고 정서적으로 풍부한 국민의 눈에는 기업이 돈만 밝히는 천한 존재로 보이도록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이런 정서를 업고 기업을 옥죄는 법안과 규제를 많이 펼쳐왔다. 언론과 시민단체도 이에 동조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반기업 정책을 펼쳤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사회적인 약자를 보호하고 균형발전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펼치다 보니 기업활동을 규제하는 결과가 되었을 뿐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중소상인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규제가 11년 전에 이루어졌다. 당시 입법을 반대하는 유통기업과 전문가의 청원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은 물론 심지어 헌법재판소마저 이를 지지했다. 온라인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대형마트는 이제 사양길에 들어섰지만, 그 덕택으로 전통시장이 살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지난 2020년 10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지난 2020년 10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시스)

최저임금을 단기간에 급격하게 인상하고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실시 등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친기업가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면 이러한 입법과 규제가 사회적으로 절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면 세심하게 검토하여 사전에 이를 제거해 주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 친기업가 정책으로의 전환이 진정한 개혁이다

세계적인 반기업 정서와 자본주의 폐해로 인한 부의 불균형 하에서 친기업가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개혁은 가죽을 벗기어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쉽지 않지만 해야 하는 일이고 가야 하는 길이다.

기업가의 육성과 이들의 기업 활동을 통해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더 좋아지는 진정한 연금개혁이다. 기회를 창출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 활동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새 정부와 정치권은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해주는 친기업가 정책으로의 전환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Evergreen Packaging Korea) 대표이사 사장 겸 숭실대 겸임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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