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대표·숭실대 겸임교수] 지난 3일 여야 대선후보 4인의 첫 TV토론에 이어 11일 2차 TV토론이 열렸다.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대표·숭실대 겸임교수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대표·숭실대 겸임교수

각 후보의 공약에 대한 경쟁과 날 선 정책에 대한 비판 속에서도 국민연금개혁에 대해서는 모든 후보가 필요성에 동의했다. 알고 보면 득표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다루기 어려운데도 연금개혁이 큰 주제의 하나로 부상하게 된 것은 이를 주로 다룬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공(功)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이 달라도 너무 많이 다른 후보들 간에 연금개혁이 유일하게 의견일치를 보였다는 것은 국민연금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어차피 연금개혁을 다룬다면 후보들은 첫째, 연금개혁은 무서운 폭탄 돌리기이며, 둘째, 승자가 되면 임기 초반에 바로 맞닥뜨려 해결해야 하는 무서운 폭탄이라는 것을 알기 바란다.

◇ 국민연금개혁이 폭탄 돌리기인 것은

국민연금은 1988년 5,300억원으로 시작해서 2021년 10월 말 기준으로 918조원으로 적립금이 늘어났다. 그런데도 개혁이 시급하게 된 것은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받는 사람은 오래 많이 받고 내는 사람은 줄어들어 30여 년 후가 되면 기금이 고갈되어 현재 연금을 납부하는 90년대 이후 출생자에게는 지급할 기금이 남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민연금을 개혁한다면 정책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더 내게 할 것인지 아니면 덜 받아가게 할 것인지 또는 동시에 더 내게 하고 덜 받아가게 하는 선택인데 모두 고통스러운 결정이다. 그 어느 방향으로도 선택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지급하고 기금이 바닥나면 당시의 조세수입으로 해결하도록 그냥 두는 것이다.

어떤 방향을 선택하든 이해관계가 있는 국민의 저항을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무서운 폭탄이라는 것이다. 덜 받아가게 하면 주로 60대 이상인 연금수급자들이, 더 내게 한다면 30∼40세대 납부자들의 저항이 예상되고 군인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을 주장하여 통합한다면 이들 직업군 종사자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 폭탄 돌리기도 한계…터놓고 논의하고 국민적 합의 이루는 계기로 삼기를

국민연금법에 따라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안정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재정계산 작업을 5년마다 벌이는데 그 시기는 새로운 정권의 집권 초기인 2023년이고 심각성을 아는 보건복지부는 올해 후반 재정 추계를 발표할 전망이어서 후보 중 승자는 대통령으로서 집권 초기에 바로 연금개혁을 다루어야 한다.

엘리트들의 지원을 받는 대선후보들이 연금개혁은 폭탄 돌리기라는 것을 모르지 않겠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촉진되면서 피할 수 없는 주제라는 것도 잘 알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뒤로 떠넘기기 바빴던 연금개혁이라는 폭탄은 점점 더 해체하기 어려워지게 되었고 허송세월하는 동안 국민연금은 더 빨리 침몰하게 되었다.

2017년 4월 대선후보토론회에서 당시 유승민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겠다는데 무슨 돈으로 할 거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설계만 잘하면 국민연금 보험료 증가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돈을 더 내지 않고도 받는 연금액을 늘릴 환상적 비법이 있다는 장담을 했었지만 한 푼도 더 주지 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제4차 재정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11월 보건복지부가 더 내는 방향으로 연금납부 개선안을 올렸지만 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돈을 더 내는 이들의 저항을 의식하고 지지율 관리를 위해서인데 연금개혁에 대한 무소신과 무책임은 청와대와 정부만이 아니었다. 거대 여당이 집권한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연금개혁에 대한 진전은 전혀 없었다.

이렇게 돌고 돌아온 무서운 폭탄을 다시 다음 정권으로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폭탄 돌리기도 이제 한계에 왔다. 그래서 이번 선거기간 동안 차라리 터놓고 논의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계기로 삼는 것이 좋을 것이다.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집권 초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차라리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덜 주는 것이 가능하고 정당할까?

연금개혁의 방향을 덜 주는 것으로 한다면 어떨지 생각해보자. 국민연금은 납부 기간과 금액에 따라 수급액이 다른데 지금의 수급액은 40년 납부를 기준으로 평균소득의 43% 수준을 지급한다.

쉽게 말해 수급자의 평균적인 수령금액은 월 55만원이고 월 100만원 이상 수급자는 전체의 8.7%에 불과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1인 가구 중위소득이 월 194만원이고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최저보장수준이 월 154만원인데 이런 형편에서 덜 주는 것으로 결정하기 쉬울 것 같지 않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시기도 과거 만 60세에서 출생연도에 따라 61∼65세로 상향 조정되었다. 아마 덜 주기 힘들다면 정년연장의 카드를 제시하면서 연금지급 개시시기를 늦추는 개혁안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정년연장으로 인한 기업들의 재무부담과 이로 인해 야기될 조직 내에서의 세대갈등을 생각하면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 더 내게 하는 것이 가능하고 정당할까?

더 내게 해서 해결하는 방안이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가장 보편적인 연금개혁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13.0%), 일본(17.8%), 독일(18.7%) 그리고 영국(25.8%)과 같은 선진국들과 단순하게 비교하면 한국의 보험료율이 낮고 지난 1998년 이후로 23년째 소득의 9%에 머물러 있다.

보험료율을 3∼4% 인상한다면 개인이 부담하는 것은 이의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고용주가 부담한다. 이렇게 소득의 1.5∼2%를 더 내는 것이니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여 보험료율 인상을 대안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과거에도 보험료를 인상하고자 하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해당사자 국민의 거부감과 저항을 의식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만들지 못하여 번번이 물거품이 되어 왔다. 이번에는 심상정 후보를 포함하여 다시 한번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니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하여 개혁 방향을 잡을 수는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젊은 세대를 위한다고 연금개혁을 하는데 보험료율 인상으로 납부 부담을 가장 무겁게 짊어지는 피해자는 젊은 세대들이다. 보험료율을 올려 내더라도 낸 것 이상의 연금을 확실히 받는다는 보장도 없으며 정부는 당연히 그렇다고 주장하겠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고용기업과 사업주의 반발도 그리 만만하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 덜 주고 더 내도록 하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운용수익률을 높이도록

국민연금이 바닥나더라도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은 줘야 하므로 후대에 엄청난 재정부담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덜 주거나 더 내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개혁 방향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기금운용수익의 중요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개혁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연금 고갈을 늦추는 방안으로 기금 운용수익률을 높여 적립된 돈으로 기금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기금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자면 우선, 현재 쌓인 기금 918조원 중에서 508조원은 운용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며 기금의 수익률을 1%P 더 올리면 약 1년 정도는 고갈을 늦출 수 있다. 물론 운용을 통해 현재의 고갈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아직도 적립금이 증가하는 시기이므로 그 운용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전문가들을 영입하여 체계적으로 기금운용을 잘하는 편이며 그동안의 수익률도 나쁘지 않지만, 운용수익률을 더 높이는 방안은 오직 한가지뿐일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것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을 정부와 국회, 그리고 정치인에게서 멀리 떨어트려 독립시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의 몇 가지 생각을 참고로 제시해본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연금을 관리하는 공적인 기관이지만 기금운용은 민간자본과 경쟁하고 해외투자자와도 수익률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따라서 공적인 기관으로서 지나치게 공익성을 강조하면 수익성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공익성에 대한 강조는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

운용은 수익성과 안전성이라는 2마리 토끼를 잡는 행위이다. 안전성을 강조하면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고 수익성을 강조하면 안전성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수익성을 기대해보고자 하면 정부와 국회는 기금운용본부를 국정감사에서 제외해 주어야 한다. 운용수익률에 대한 질타를 의식하지 않고 독립적인 운용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전북 전주에 본사가 있어 기금을 운용하는 인력들도 모두 전주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은 중요하지만, 기금의 40% 이상을 글로벌시장에서 운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글로벌 시장플레이어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정보수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수도권에서의 근무를 허용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유력 후보 중의 한 분은 코스피 5000시대를 언급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에 대한 비중증가를 제안했다. 국민연금은 국내외채권, 국내외주식, 그리고 대체투자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운용하고 있는데 이 중 국내주식은 18%이다. 지금도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러한 판단은 철저하게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운용의 자율성을 부여하지 않으면 수익률 제고는 기대하기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 국민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의 정서

최근 들어 정부와 국회, 그리고 정치인이 국민연금개혁을 운운하는 것을 보면, 버스회사가 도로 사정이나 기름값 책정을 잘못해놓고 올라탄 버스 승객들에게 운임을 더 내고 하고 수화물을 줄이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내 밥그릇을 빼앗아가는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므로 폭탄이라고 표현하였다.

긴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의 조그마한 잘못이 축적되어 나타난 결과이어서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기도 어렵더라도 연금개혁을 요구한다면 정서적으로는 정부 관료와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들의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 지금 고위관료나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받고 얼마나 내는지 알고 싶을 것이다. 버스를 맘대로 몰다가 이제 그 뒷감당을 온통 국민에게 떠넘기니 한때라도 버스를 몰았던 사람에 대한 뼈아픈 각성을 요구하지 않을까?

◇ 이번에 연금개혁에 성공하려면

개혁은 가죽을 벗기어 새롭게 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의 가죽을 벗겨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연금개혁에 있어서 절대적인 정의나 좋은 묘안이란 없다. 대의를 위해 불가피하게도 고통을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연금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은 국민에게 먼저 사과부터 하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연금공약에 대한 듣기 좋은 소리는 없다. 연금개혁을 먼저 치른 선진국도 홍역을 치르고 갈등을 겪었던 일이다. 사회적인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모든 후보의 소신을 말하게 하고 이를 통해 언론은 후보의 용기와 진실성 그리고 개혁의 의지를 가늠하여 누가 진정한 대통령감인지를 국민이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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