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사장·숭실대 겸임교수] 양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었다.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사장·숭실대 겸임교수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사장·숭실대 겸임교수 

그렇지 않아도 표를 갈구하는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선심성 정책이 걱정이었는데 대선 후보들은 얼마나 많은 정책을 남발할까 우려스럽다.

특히 최근 IMF(국제통화기금)에서 발표한 재정모니터링을 보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한국의 부채증가 속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 시점이니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정부와 많은 수의 정치인들은 한국의 부채비율이 아직도 낮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하면서 부채를 통한 재정지출의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재난지원금의 추가 지급을 압박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재정지출을 강조한다.

과연 한국의 부채비율은 아직도 낮은 편에 속할까? 재정지출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측 모두 엉터리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인데 같은 수치를 보면서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보면 독자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제에 재정정책이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국가의 부채비율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국가부채의 여러 종류를 먼저 구분

같은 수치를 보면서도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는 이유의 하나는 여러 종류의 국가부채가 있는데 서로 다른 국가부채를 기준으로 자기의 주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국가부채는 부채의 산정범위에 따라 다음과 같이 D1, D2, D3 그리고 확장된 개념의 국가부채로 구분할 수 있다.

D1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만의 부채이다. 그래서 국가채무라고도 하며 가장 좁은 의미의 국가부채이기도 하다.

여기서 채무와 부채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채무는 빌린 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환할 시기와 금액이 확정된 것을 말하고, 부채는 상환이나 충당할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그 시기와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것도 포함하고 있다.

D2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에다가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를 포함하는 것이고, D3D2에다가 비금융공기업의 부채를 포함하여 부채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이다.

앞선 D1이 현금주의 방식으로 집계한다면 D2D3는 발생주의 회계방식에 의해 산출된다.

D1D2는 명확하면서도 객관적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D1GDP(국내총생산)로 나눈 비율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제기구에서는 주로 D2 기준으로 상호비교를 하고 있다. 이런 기준으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부채비율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고 건전한 경제를 꾸려나가는 개발도상국과 비교해도 높지 않은 편이다.

공기업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니 공공부문 부채비율을 볼 필요

D1D2를 기준으로 산출한 부채비율을 보면 우리의 재정이 매우 건전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만 한국은 공기업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어서 국가의 실질적인 재정의 안정성을 보고자 한다면 D1D2보다도 비금융공기업의 부채를 포함하는 공공부문 부채(D3)를 기준으로 부채비율을 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국가별 공무원의 수에 대한 논쟁과 마찬가지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만 보면 한국은 인구 대비 공무원의 비중이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와 비교하여 현저하게 낮다. 그것은 군인을 제외하였고 공무원이 아니면서도 공익과 공공부문에 근무하는 은폐된 공무원때문이므로 실제로는 더 많은 공무원이 있음을 고려되어야 한다.

같은 맥락으로 한국의 경우, 비금융공기업의 부채까지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D3)를 중요시해야만 한다.

공기업이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정부가 책임져야 하니 정부의 보증채무인 셈이다.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앞에서의 국가부채에 포함되지 않은 공기업부채는 최근 자산보다 훨씬 빨리 늘고 있어 우려할 수준이다.

이 기준을 통한 통계자료는 공기업의 범위가 나라마다 상이하니 객관성이 부족하고 비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7개국만이 이 기준의 부채비율을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2019년 기준, 멕시코(48%), 한국(59%), 호주(80%), 영국(90%), 캐나다(118%), 일본(254%))

공공부문 부채(D3)를 기준으로 제한된 자료이지만 살펴보면 그 규모가 이미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우리보다 대외교역 의존도가 낮은 멕시코가 우리보다 낮은 부채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부채비율이 안심할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부채비율을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와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날로 수지가 악화하고 있는 연금충당부채까지 포함할 필요

비금융공기업을 포함하는 것은 물론 장기재정의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날로 수지가 악화하고 있는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앞의 국가부채 종류에는 나오지 않지만 확장된 국가부채(D3+연금충당부채)의 개념을 적용하면 부채는 1,100조원이 늘어난다.

물론, 연금충당부채는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충당되기도 하므로 온전히 상환해야 하는 국가채무와는 궤가 다르지만, 미래에 재정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취지라면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반영한 재정계획이 요구될 것이다.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하여 국가결산보고서에 재무제표상 부채를 산출하는 국가는 13개국에 불과하다고 한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한 2019년 기준의 비율을 보면 한국이 91.1%로서 미국(131%), 영국(214%), 그리고 일본(229%)보다도 낮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비교가 가능한 국가 가운데 고령화와 인구절벽 현상에 가장 심각하게 직면한 국가는 바로 한국이다. 이러한 경제변수들과 이들의 전망치를 함께 놓고 부채비율을 비교하여 본다면 안전하다는 생각이 절대 들지 않을 것이다.

낮은 부채비율은 이미 과거형, 가파른 증가는 현재진행형

어떤 종류의 부채를 놓고 보더라도 한국의 부채비율은 여야를 막론하고 지난 여러 차례의 정권에서 보수적으로 관리해온 덕분에 국가 간의 비교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정부 정책에 아무리 비판적이라고 하더라도 인정을 해야 하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사실은 이미 과거형이 되어 버렸다. 현재진행형은 낮았던 부채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국가의 부채비율이 얼마여야 한다는 법이나 원칙은 없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지난 여러 차례의 정권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온 국가채무비율(D1)의 상한선인 40%가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무너졌다.

위의 그래프는 국가채무비율(D1)의 과거 수치와 향후 몇 년의 예상치이다. 이 예상치는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나오는 수치를 인용한 것으로 이를 보면 지난 25년간 40%의 상한선을 잘 지켜오다가 깨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60%를 향해 급격하게 치솟고 있다.

국민의 우려를 의식하여 정부는 나랏빚을 일정 수준 이상 늘지 못하게 막는 일종의 제동장치인 한국형 재정준칙(fiscal rules)을 마련하였다.

2025년부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정치인들의 국가부채에 대한 인식을 보면 조만간 재정준칙을 다시 변경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부채를 늘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주장에 대한 반론

현재의 코로나 경제위기에서 탈출하지 못해 빚으로 연명하는 소상공인과 청년들의 주거 불안과 일자리 위기는 심각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부채를 늘린다는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해 필자는 반론을 제기한다.

과거에는 성장을 위해 빚을 졌는데 이제는 소비를 위해 빚을 져야 한다?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재난지원금 같은 정책은 근본적인 대책안이 아닌 일종의 미봉책(彌縫策)에 불과하다.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지원책은 수립되어야 하지만 재난지원금으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와 국가부채의 증가로 인해 나타날 후유증에 대한 냉정한 편익비용분석(Cost-Benefit Analysis)이 요구된다.

현재 당면한 문제가 가장 고통스럽다? 25년 전 국가신용등급의 하락으로 일시에 닥쳐온 부채상환압력에 초유의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실업률과 자살률이 동시에 급증하였던 과거를 잊을 수는 없다.

그때부터 국가신용등급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부채비율을 철저히 관리해왔던 한국이다. 지금의 어려움의 고통을 일부 덜고자 미래에 다가올 더 큰 문제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지난 9월 6일 서울 중로구 통인시장에 '긴급재난지원금 받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지난 9월 6일 서울 중로구 통인시장에 '긴급재난지원금 받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지금의 기성세대가 살자고 나랏빚을 늘려 소수의 젊은 세대에게 빚을 떠넘길 수 있나? 정부가 국가부채를 늘려 펼치는 재정정책의 수혜는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30세 이상의 기성세대에게 주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지만 늘어난 부채는 앞으로 인구감소와 경제활동인구의 급격한 축소로 경제활동의 동력이 약해질지도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빚을 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려운 시기에 국가의 진정한 리더는 당장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 미래를 위해 지금 가야 하는 어려운 길은 나라의 경쟁력을 길러 곳간을 채우는 것이다.

기존 벌어 놓은 곳간을 털어서 인심을 얻는 일은 쉬운 길이다. 이런 일은 경제관료들에게 맡기면 된다. 코로나19로 살기 어려워진 지금도 세계는 경쟁하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더 벌어들일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나라의 지도자가 필요하다.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Evergreen Packaging Korea) 사장 겸 숭실대 겸임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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