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사장·숭실대 교임교수]

코로나 19로 인해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일들을 많이 하면서 살고 있다.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사장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사장

이 중 하나는 식당이나 카페를 출입하기 위해 입구에서 핸드폰을 꺼내고 준비하는 것이다. QR코드를 스캔하거나 안심콜 번호로 전화해서 본인의 핸드폰 번호를 등록해야 하는 출입명부작성 때문이다.

출입명부 작성이 방역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국민이 대부분이겠지만 필자는 최근에 와서 출입명부작성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방역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정부나 어떤 정치인도 가타부타 아무런 관심이나 언급이 없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이다.

출입명부 작성을 위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을 테지만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 비용을 모른다고 해도 국민이 감수해야 하는 수고만 해도 그 시간과 노력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큰 투자를 하는 셈이다. 이러한 투자에 대한 효과분석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출입명부 작성의 배경과 근거

출입명부 작성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시행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장이나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는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제반 조치를 할 수 있으며 감염병 전파의 위험성이 있는 장소 또는 시설의 관리자⦁운영자 및 이용자 등에 대하여 출입자 명단작성,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의 준수를 명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로 달랐던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출입자 명단작성이 요구되는 시설도 2020년 4월 5일부터는 집단감염위험시설(유흥시설 등)은 물론 모든 실내 다중이용시설과 사업장으로 확대하여 시행되었다.

위반할 경우 업주에게는 300만원, 이용자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 수기명부, 알아보기도 믿기도 어려운 데이터

출입명부 작성을 의무화하면서 상당한 시간 동안은 오직 수기식 명부만이 이용되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출입명부를 작성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출입명부를 작성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다수가 이용하는 명부에 방문 날짜, 시간, 이름, 연락처를 기재하다 보니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필기구를 공동으로 이용하다 보니 접촉에 의한 감염의 위험이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었다.

일부의 사람들은 알아보기 어려운 글씨로 작성하고 간혹 허위정보를 기재한다. 법적으로는 개인정보의 수집⦁이용과 제3자 제공 동의에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동의란에 체크나 줄을 긋는 등 동의 여부를 불명확하게 표시하는 등의 많은 문제가 드러났었다.

이러한 시행착오는 수기 작성의 경우 식당과 카페 직원이 고객의 신분증을 보면서 기재된 내용을 대조하도록 규정한 당국의 방침을 보면 불가피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고객들이 저항할 것은 물론이거니와 손님 응대에도 바쁜 식당이나 카페의 종업원에게 작성정보의 진위를 확인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참으로 안일한 발상이었다.

◇ 정보수집 본연의 취지를 망각한 전자출입명부의 문제

수기로 작성되어오던 출입명부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수기 작성의 불편을 해소하면서 허위로 작성되는 방역망의 미비점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정부는 네이버, PASS, 카카오톡의 3개 회사를 QR발급회사로 지정하고 이들이 발급한 개인별 QR코드를 시설관리자의 앱에 스캔하는 방식의 전자출입명부를 보급하였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들이 QR코드 체크인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들이 QR코드 체크인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전자출입명부를 관리하는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방문정보(시설, 방문시간, 암호화된 QR코드)를 가지고 QR발급회사는 개인정보(이름, 전화번호, QR코드)를 나누어 가지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확진자가 나온 경우, 그 확진자의 경로를 추적하고 동일 장소와 동일 시간에 있었던 이용자들을 신속하게 찾는 것이 정보수집 본연의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정보를 분리해 놓아 방역 당국이 역학조사를 하려면 상기 연구원과 QR발급회사 모두에게 각각 자료를 요청해야 한다.

◇ 출입명부작성은 역학조사에 도움이 되고 있나?

실제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많은 보건소 혹은 지자체 담당자의 실상과 고충을 제대로 들어봐야 하겠지만 필자가 들은 바로는 확진자가 나오면 핸드폰 기지국 접속정보를 주로 이용하여 경로를 파악하고 전파 가능성을 추적하지 출입명부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작은 사업장이 전파 위험성이 높아 출입명부가 제대로 작성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전파위험이 낮은 큰 사업장은 출입명부가 잘 작성되지만 작은 사업장은 출입명부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전자출입명부로 축적된 정보는 요청하는 공문작성과 회신받는데 긴 시간이 소요되어 실제 활용하기 어렵다고 하고 있다.

◇ 안심콜과 같은 개선된 출입명부 작성방식의 도입

전자출입명부 이용에 불편해하고 수기명부의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화 기반의 새로운 출입명부 작성방식이 민관 양쪽에서 도입되었다.

정부는 국민이 특정 시설에 들어갈 때 14로 시작하는 6자리 전화번호(14OOOO)로 전화하면 출입을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공청사나 전통시장, 종합병원 등에 보급하였다.

민간에서는 080 수신자부담 전화로 출입명부 작성을 대체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14로 시작하는 번호나 080 수신자부담방식은 시설마다 한 개의 전화번호가 필요하고 이로 인해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서울 양천구청 로비에서 방문객이 안심콜 시스템을 이용해 출입하고 있다. (사진=양천구 제공)
서울 양천구청 로비에서 방문객이 안심콜 시스템을 이용해 출입하고 있다. (사진=양천구 제공)

실제로 080 번호를 이용하는 지자체에서도 집단감염위험시설에만 보급할 따름이고 많은 사업장에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비용문제를 해결하고자 080 수신자부담 전화와 유사하지만 1만 개까지의 시설이나 사업장이 하나의 전화번호를 이용하고 그 대신 시설이나 사업장마다 서로 다른 4자리 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 안심콜이 있어서 서울, 인천, 성남 등의 지자체에서 관내 사업장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아직도 수기명부를 찾는 사람들

QR코드 방식의 전자출입명부, 전화 기반의 안심콜 등 디지털 방식의 출입명부가 보편화 된 지금도 수기명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핸드폰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경우이거나 전화가 고장 난 경우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떤 의도일까?

싱가포르는 소수라도 출입명부 작성을 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수기로 명부를 작성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스마트폰이 없다든지 하는 이유를 제거하기 위하여 QR코드 기능만을 가진 탑재한 토큰을 무상으로 보급하여 전면적인 디지털 방식으로만 관리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법적으로 수기명부작성을 허용하고 있다.

◇ 출입명부작성, 이대로 좋은가?

다양한 출입명부 작성방식이 있으면 이용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을 수 있지만, 자료가 분산되어 당국이 감염자 경로파악을 위한 정보수집은 그만큼 더 늦어지고 출입명부를 목적에 부합하게 활용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다양한 전자출입명부 작성 등에 많은 예산이 소모적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은 출입명부 작성을 아예 하지도 않고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만일에 현행 출입명부 작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거나 제때 정보를 취합하기 힘들다고 한다면 그래서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폐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힘들더라도 방역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면 출입명부 작성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개선해야 할 것은 즉각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특히 출입명부는 명부를 만드는 것에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활용 가능성에 그 의미를 두어 신속하게 감염자 경로파악과 전파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출입명부작성을 계속한다면, 차제에 출입정보라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도록

이와 함께, 국민을 수고스럽게 하여 만들어 내는 출입명부는 일종의 빅데이터(Big Data)이다. 그냥 없애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데이터이다. 출입명부의 정보 중 개인정보의 인구통계학적인 정보(성별, 나이 등)만을 추출하여 방문정보와 결합하여 분석하면 사업장을 위한 유용한 영업 분석자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개인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출입명부를 이용하여 사업장의 비즈니스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응용할 수 있는 IT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사업장의 단골을 파악해주고 우대권이나 할인권 지급 등을 통해 판매촉진 활동을 가능케 할 수도 있으며 새로운 메뉴 등을 안내할 수도 있다.

출입명부 작성은 귀찮고 불편하지만 어렵게 생성하고 획득한 정보를 창의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그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모든 국민이 출입명부작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한국이 디지털 선진국, 데이터 강국으로 성장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Evergreen Packaging Korea) 사장 겸 숭실대 겸임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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