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경우의 세상이야기

5월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4월말 남북정상회담 뒤이어서다. 외신들은 이 놀랄만한 소식을 세계에 타전했다.

▲ 남경우 편집위원

이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북미관계정상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까지 이어질까.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만일 일련의 과정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동북아에서 세계사적인 대변화가 시작된다. 필자는 수 많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이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희망 섞인 전망이기도 하다.

우선 극적인 변화를 끌어낸 공을 들라면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순으로 들고 싶다. 북한과 미국, 한국이 평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권유할 수 밖에 없는 내외 정세를 진단해 보자.

북한의 내외적 요구

우선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북한은 UN의 맹주 미국과 휴전상태에 있는 전쟁국가다. 북한은 UN가입국이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UN의 수 십년 간의 다면적 규제에 묶여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그간 미국 및 그 동맹국들의 위협 속에 자력갱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력갱생은 국가원칙이기도 하지만 내외의 상황이기도 했다. 특히 외침의 위협 속에 자위적 국방력강화에 온 힘을 쏟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국가의 재원을 국민의 생활에 쏟아붓기에는 힘든 세월을 보내야 했다. 북한은 국제관계에서 정상국가가 누려야 하는 모든 혜택으로부터 배제되어 왔다. 이 와중에서 그들이 선택한 노선은 핵-경제 병진노선이었고 지난해 12월 모든 외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핵무장력을 갖추었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했다. 경제적으로도 고난의 시기를 거쳤고 내수를 활성화시켜 지난해 3.9%에 달하는 고성장을 이루었다(한국은행).

북한은 이제 스스로 국방-경제부문에서 자생력을 구축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비정상적인 대외관계를 정상화시키는 ‘획기적 전환’은 북한 스스로 항구적인 안전과 발전의 필수불가결한 국가발전방향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적대적인 상대인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전쟁상태의 종식뿐 아니라 정상적 국제관계로 들어가는 관문이 된다. 이 점이 북한으로 하여금 대미 대남 관계를 적극화하게 하는 근본 동력이다. 이 방향은 북미 남북 관계에 일시적인 뒤틀림이 있을지라도 북한의 일관된 방향일 수 밖에 없다.

남한의 내적 요구와 동력

다음으로 이러한 극적 변화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북미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에 힘입은 바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다수 한국민들의 전쟁종식과 평화에 대한 갈망은 한국민의 제1의 정치적 소망인 점을 받아들였다. 또 전쟁의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 및 남북관계개선은 대한민국을 성숙한 민주주의와 안정된 나라로 만드는데 절대절명의 과제임을 가슴깊이 받아들인데서 오는 행보이기도 하다.

한국의 모든 정상적인 발전과 인간을 위한 진보적 가치들은 분단으로 제약되고 왜곡되어 왔다. 온갖 사회적 모순에 대한 발전적 대안은 전쟁위협과 혼란을 이유로 유보되어 왔다. 내면화된 분단의식과 그에 따른 공포는 많은 사람들의 창의적인 대안과 자유로운 전망을 위축시켜 왔다.

최근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의 한국정치사는 국민과 민주개혁진영이 이룩한 사회진보를 위한 일정한 업적도 수구세력의 10년 집권으로 단시일 내에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국사회는 내부적으로 극심한 빈부격차의 완화, 지속가능한 성장, 실업해소와 일자리 창출, 보편적 복지의 대대적 확충을 위해서라도 구조적인 개혁은 필수적이다. 한국사회의 심층적인 개혁은 국민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상상력의 발현과 그 구현을 동원해야 한다.

▲ 북미정상회담은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한국 및 북한 모두에게 현재의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고 한반도 평화구조를 구축하는게 이익이며 인류의 바람이다. 이런 전체적인 정황과 구도가 주변국 모두를 협상테이블로 다가가게 만드는 동력이다. 사진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며 오른쪽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뉴시스 자료사진 합성)

하지만 이러한 개혁은 민주적 개혁을 지향하는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서만 가능하다. 또 현재의 문재인 정권하에서라도 개혁은 분단의식이 광범위하게 잔존하는 한 지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남북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한국내부의 더 많은 민주주의와 공정을 위해서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전제 조건으로 되었다. 즉 문재인 정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나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나 후퇴할 수 없는 과제이다. 물론 민족의 화해와 통합은 여전히 최고의 시대적 과제이다.

미국도 대화에 응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월 정상회담의 전격적 수용은 어쩐 일인가. 미국은 만성적인 재정적자, 달러체제의 동요, 산업생산력의 정체 등으로 압도적인 무장력에 기초한 최강미국과 세계의 주도국으로서의 위상이 점차 실추되고 있다.

국제금융그룹과 군산복합체가 주도하는 세계국가로서의 국가발전 전략은 점차 그 힘을 잃어 왔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스티브 배넌으로 대표되는 백인중산층 중심의 신고립주의 노선이 지난 미국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승리의 배경이었다.

물론 이러한 노선은 트럼프 내각이 구성되자 점차 제거되었지만 지금까지의 미국 국가노선-달러와 무기를 기반으로한 세계패권주의-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내외환경에 직면했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이 시점에서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 내부를 정비하고 일등국가 미국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고 군살을 빼야한다. 하지만 기왕의 노선을 수정하기도 쉽지 않다. 일단 중동정책에 강력한 입김을 가진 시오니스트들과 군부의 압력을 이겨내기도 쉽지 않다.

가령 최근의 시리아 내전을 증폭시키려는 것이나 아프가니스탄의 미군증파 등에서 보듯이 중동 및 중앙아시아에서 미국의 지위를 급격히 감소시킬 수도 없다. 또 과거 미국의 앞마당이었던 라틴아메리카도 베네수엘라를 필두로 하는 반미성향 국가들의 움직임을 과거처럼 제압하기도 힘들다. 이는 과거와 같이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국제정치를 휘두를 수도 없게 되었다는 의미다. 즉 미국은 돈도 줄었고 힘도 명분도 줄었다.

다시 기지개를 켠 러시아와 부상하는 중국

수 주 전 러시아 푸틴대통령의 5대 신무기에 대한 공개천명은 군사력을 동반한 미국 중심의 세계국제정치질서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러시아는 푸틴의 공개발언 이후 시리아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또 중국의 등장 특히 세계 공장으로서의 산업생산력의 확보와 막대한 외환보유고로 중국은 전 세계를 향해 일대일로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즉, 미국은 정치경제적 파워가 약화되어 가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등장으로 무소불위의 국제정치력은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미국 스스로도 연착륙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즉 완전히 제압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체면을 구기지 않는 상태에서 재조정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북미관계다.

바로 이 시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시의적절한 출로를 제시할 수 있는 선물인 셈이다. 이미 UN의 각종 제재와 군사옵션기획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게 되었다. 즉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또 미국이 제재나 군사옵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없어졌다. 설령 미국내 강경파의 정파적 이익에 끌려 각종 북한에 대해 경제적 군사적 옵션을 수행한다 하더라도 그 비용과 후과(좋지 못한 결과)를 감당하기는 이미 미국의 관리력을 넘어섰다. 가령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하여 좀 더 광범위한 군사행동(괌 포위 미사일발사 등)을 한다면 미국의 위상은 추락하며 대응책은 마땅치 않다. 군산복합체이 기반한 강경파는 긴장을 격화시키는 것이 부분적으로는 이익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이제 북한을 직접 타깃으로 한다거나, 대중 대러 압박수단으로 북한을 거론하기에도 이미 세계정세는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합리적 노선일 수 있다.

북한이나 한국 모두 친중·친러가 아니며 미국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중립지역에서의 대화라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이는 러시아나 중국 모두에게도 결코 나쁘지 않은 방향이다. 현재까지 북한은 어떤 경우에나 블록 불가담 자주노선을 천명하여 왔기에 미국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방향이다.

평화는 인류의 이상이다

물론 한국이 미국의 최대 무기수입국이었지만 이는 미국의 세계전략의 입장에서 일정 부분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또 북한 변수가 아니더라도 한국이 요구하고 있는 작전권환수를 언제까지 틀어쥘 수도 없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 또한 불가피하게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남북한 내부의 다양한 요구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는 남북한간 화해 및 교류의 진전을 미국 또한 도외시 할 수 없다. 즉 미국의 트럼프가 미국 정가의 합의가 불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호응할 수 밖에 없었던 정황이다.

다만 미국내의 대북강경파가 우세한 정치상황, 일본의 교란전술과 북미수교에 대한 견제, 미국의 북한체제붕괴론에 입각한 간계로서의 협상태도, 남북한의 비탄력적인 협상태도 등으로 북미협상이 중도하차할 가능성이 많다. 북미협상이 성공하려면 10가지 조건이 구비되어야 하고 한 두 가지 조건의 미비만으로도 결렬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한국 및 북한 모두에게 현재의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고 한반도 평화구조를 구축하는게 이익이며 인류의 바람이다. 바로 이런 전체적인 정황과 구도가 모두를 협상테이블로 급속히 다가가게 만드는 내적 동력이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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