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미래연구소 칼럼

[이코노뉴스=강철구 전 이화여대 교수] 미국과 북한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미군이 남한에서 철수하고 일본이 독자핵무장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므로 그에 대한 대처방안을 미리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강철구 전 이화여대 교수

지금 한국사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재도입하거나 독자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나 미군이 아예 철수하는 상황이라면 전술핵무기 도입은 불가능해 보인다. 남은 방법은 독자 핵무장 밖에 없다. 단기간 내에 핵무장을 할 수 있게 되면 한국은 북한과 대등한 힘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조절할 수 있다.

한국도 핵무기를 만들 기술이나 핵물질, 운반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울대의 핵공학자인 서균렬 교수는 핵실험 없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만으로 6개월이면 충분히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또 미국의 과학자연맹 회장인 찰스 퍼거슨도 널리 알려진 2015년 보고서에서 한국이 단기간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운반체계로는 사정거리 800킬로미터의 현무 미사일을 조금 손보면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은 흥분한 채 한국의 핵무장 불가론을 길게 주장한다. 핵무장을 하려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해야 하는데 그러면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이 경제제재를 가할 것이고 경제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퍼거슨은 인도의 경우 핵실험을 하고 경제제재를 받았으나 1년 만에 풀렸다면서 한국의 경우 경제규모는 작지만 세계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아마도 수개월 내에 해제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퍼거슨의 이야기가 아니라도 주한미군 철수 상황에서는 미국자본을 비롯한 외국자본이 대거 빠져 나갈 것이고 한국은 금융위기를 비롯해 엄청난 경제위기에 부딪치게 될 것인바 어차피 닥칠 경제위기라면 무엇이 두렵나.

그뿐 아니다. 만약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면 상황은 매우 달라진다. 일본은 핵무기 생산의 모든 준비가 되어있는 나라이므로 정치적 결정만 내리면 즉각적 생산이 가능하다.

▲ 미국과 북한간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미군이 철수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방법은 독자 핵무장 밖에 없는게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북한이 지난 7월 감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 시험발사 장면. /뉴시스 자료사진

일본도 NPT를 탈퇴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NPT 조약의 10조 1항에 국익을 위협하는 비상사태의 경우 유엔 안보리에 통고하고 탈퇴할 수 있게 되어 있고 또 일본 같은 강대국이 탈퇴하고 핵무장을 하는 경우 반대할 수 있는 나라도 없다. 미국은 자기 책임도 있으니 뭐라 할 말이 없을 터이고 그 외의 어떤 나라가 일본에게 경제제재를 하겠다고 나설 수 있겠나. 한국은 준비를 갖추고 있다가 일본을 따라만 가면 된다.

트럼프 미국대통령도 작년의 대선 기간에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올해 9월초에는 미국의 존 맥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10월 초에는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이 한국의 핵무장 허용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잘 설득하면 미국의 동의를 얻어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핵무장을 주장하는 주된 집단은 자유한국당 같은 보수정당들을 중심으로 하는 우파세력이나 이 문제는 우파세력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만약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한반도에서 북한세력이 지배적이 되면 한국의 기존 질서는 몽땅 무너지게 되어 있다. 북한의 체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나는 한국사회에 대해 불만은 가지고 있더라도 한국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가치들, 생산력, 질서를 보존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다수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사람들 모두에게 핵무장은 사활의 문제이다.

핵무장을 한 다음에 북한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통일의 길로 나아가면 될 것이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면 동아시아와 세계에 핵확산이 된다느니 어쩌니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것은 도덕 선생에게나 어울릴 이야기일 뿐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원래 생각이 친미적인지 아니면 트럼프의 협박에 휘둘렸는지 모르겠으나 계속 미국 정책을 굴종하는데 바쁘다. 그러면서 한 편에서는 개를 끌고 등산을 하든지, 춤판에 가서 춤을 추든지, 영화배우들과 어울리든지 사진 찍힐 일만 궁리하는 것 같다. 좀 더 진지하게 위험에 처한 우리 국민들의 삶을 근심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될까.

※ 강철구 민족미래연구소 고문은 서울대 서양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1979~2012년 서원대, 이화여대 등 대학강단에서 후학을 가르쳐왔습니다. 강 고문은 현재 민족미래연구소를 만들어 우리나라가 지향해야할 미래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과 강의를 하는 등 활발히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역사와 이데올로기’, ‘우리 눈으로 보는 세계사’가 있으며 ‘민족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역서를 갖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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