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 경우 편집위원]전운이 감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

▲ 남경우 편집위원

이는 한반도에서 불의의 전쟁을 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능한 판단이다. 중·러 등 전통적인 아시아대륙의 대국들도 동쪽 변방의 동요가 자국의 거대한 동요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일본은 보통국가로 이행함으로써 미국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기를 갈망하지만 현재로는 미·일동맹의 포위망으로부터 벗어나기 쉽지 않다. 이들은 미·일동맹의 틀에 안주하면서 남·북간, 북·중간 중·한간 갈등을 유발하는 이간책에 골몰할 따름이다. 북한은 얼마 전까지 미·중·러 간에 벌어지는 세계적인 파워게임에서 종속변수였으나 최근 5년간 동북아정세를 뒤흔드는 주요변수로 등장했다.

북한의 등장으로 미국의 ‘압도적인 미국의 동북아패권’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대응하는 미국은 북한과의 전쟁이 그들의 관리수준을 넘어서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로 선뜻 전쟁에 나서기 쉽지 않다. 미국에게는 북·미간 전쟁에서 북한을 완벽하게 궤멸시키지 못할 경우, 미국패권이 전세계적으로 급속하게 무너지는 전환점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이는 미국이 아프리카, 중동, 남아메리카를 다루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동북아 특히 북한과의 관계정황이다.

고립된 북한의 어쩔 수 없는 선택

지금까지의 동북아 지형은 미국 주도의 ‘패권적인 미·일·한 수직동맹’을 축으로 대만, 베트남(자주 동요), 호주, 인도로 이어지는 대중-대러 포위망을 구축하는 팍스아메리카나가 작동했다. 악마화·피폐화의 이미지로 덛씌워진 북한은 미국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주둔시키는 명분이었다. 이로써 미국은 핵심동맹인 일본을 통제 보호하였고 실질적으로는 반중-반러 전선의 주요라인을 구축 운영할 수 있었다.

이는 미국의 세계정치기구인 유엔(UN)에 의해 합법화되었고, 미국 및 서방 언론에 의해 전세계에 주입되었다. 동북아의 정치지형의 급격한 변화를 우려하는 중국과 러시아도 이를 수용해 왔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미국과 전시상태에 놓여 있는 북한은 미국주도의 반북 군사위협과 제재에 맞서 자강력에 기초한 전략자산의 확보만이 자국의 해체를 방어하는 유일한 출구였다. 과거 동맹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반북정책을 방어하는 외부역량이 되기는 커녕 제 살기도 바쁜 상황이었다.

▲ 북한은 최근 5년간 동북아정세를 뒤흔드는 주요변수로 등장했다.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개발로 미국의 ‘압도적인 미국의 동북아패권’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으며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며 오른쪽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뉴시스 자료사진 합성)

북한의 핵과 장거리미사일의 확보는 미국의 군사행동을 방어하는 전략수단이 되었고, 이를 통해 국내자산의 민수로의 전용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그들이 말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러한 군사-경제의 선순환은 북한 체제의 내구성을 견고히 하면서 대미 항전의 총체적 힘과 탄력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북한의 등장은 미국에게 동북아패권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새로운 요소이고 미국에게 점점 ‘통제할 수 없는 힘’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시점에서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의 문제를 정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해졌다.

하나는 군사적 해법으로 북한을 완전히 제거 해체하는 방안이다. 둘은 군사위협, 간계, 제재를 지속하며 현재의 ‘불안정하게 변모하고 있는 미국의 패권’을 지속시키는 방안이며 셋은 북미간 휴전협정을 북미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방안이다.

미국과 북한의 선택지는 세가지

여기서 군사해법은 성공가능성이 매우 낮고, 만일 실패할 경우 미국의 세계경찰국가로서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는 미국의 세계체제의 종말로 이어지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당장으로는 세계정치를 주도해야 하는 미국의 대외적 명분, 미국시민들의 반발, 동북아 역내 국가들의 반대에 봉착해 동북아 정치외교에서 고립을 맞을 수도 있다.

둘째 위협, 간계, 제재를 지속하며 불안정하지만 미국패권을 유지하는 종래의 정책을 고수하는 방안이다. 현재 미국의 모습이다. 저강도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비군사적인 부분이 취약해져 궁극에는 군사운용에서도 그 취약성이 드러날 때 군사해법이나 평화조약의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하더라도 미국의 카드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저강도 압박전쟁에도 불구하고 총체적 힘과 탄력성이 더욱 커질 때 미국의 카드는 대폭 축소되는 방향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이러면 정세의 주도권이 북한으로 급속히 이행해 갈 수 있다.

셋째 평화조약으로 가는 방향이다. 이는 미국의 카드가 거의 없어진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밀려가는 방식으로 이 또한 미국 지도부가 선택하기 쉽지 않은 방향이다. 고립주의를 지향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일부의 북한핵 보유 인정론자(평화조약론자)들 보다 미국의 주류인 군산복합체제 및 월가의 국제금융자본이 이들의 평화조약 방향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면은 미국과 북한의 상호공세가 교착상태에 있는 가운데 저강도 전쟁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미국은 UN의 제재 및 경제제재의 강도를 높이면서 북한의 내구력, 체제안정성을 지속적으로 뒤흔드는 과정이다. 이에 맞서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 제재를 극복하고자 지속가능한 성장과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미국 군사자산의 북한 근접비행은 북한 체제의 피로감을 증폭시키고 역내동맹 및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한 시위라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양측 모두 서로에 대한 공세와 압박, 방어와 인내에서 누가 먼저 굴복하느냐가 향후의 정치지형(전쟁이든 평화협상이든)을 결정하는 주요 동인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 정세흐름은 누구로 쉽사리 전쟁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 다만 미국 내 평화분위기의 움직임, 한국 내의 반전평화운동의 고양, 러시아와 중국의 대미견제의 강도 등이 또 다른 정세변화의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물론 반대 흐름도 상정해 볼 수 있다. 미국 내 전쟁 분위기의 고조, 한국 내 평화운동의 취약성, 러시아 중국의 미약한 대응이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한국인들은 벽에다가라도 반전평화를 외쳐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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