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북한의 화성14호 발사와 관련하여 미·일·한 3국은 북한에 경제제재를 단행할 것을 중국에 압박하고 있다.

▲ 남경우 대기자

중국은 언제나 UN안보리 제재안을 동의하면서도 중·조 혈맹을 내세워 미국의 대북압박제안을 흘려버리고 있다. 간혹 북핵미사일 문제는 미국의 북한봉쇄와 압박에서 출발한 문제이므로 직접 미·북대화에 나서라고 맞서고 있다.

북핵과 관련하여 판은 미국이 벌여놓고 설거지는 중국이 하라는 모양새다. 중국의 경우 미국과의 복잡한 경제적 의존관계로 인해 미국의 요구에 마냥 거부하기도 힘들다. UN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동의는 하지만 북을 압박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북한을 압박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북한의 대외경제의존도는 전체경제의 5%에 지나지 않는다. 그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다. 그러니 중국의 영향력은 전체 북한경제의 3.5%일 뿐이다. 이것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 경제원조가 아니라 상호교역이다. 석유 등의 전략물자가 포함되어 있어도 교역을 중단하기에는 북·중관계의 지난 역사가 간단치 않다. 북한이 무너지면 중국의 경우 동북삼성과 이어져 있는 동북부의 변경이 불안해 진다. 그렇지 않아도 티벳 등지의 분리주의 운동 등으로 변경문제가 골치아프다.

▲ 북한의 화성14호 발사이후 미국은 중국을 통해 북한을 더욱 압박하려고 하지만 중국의 대북 압박은 거의 실체가 없고 실현 가능한 방식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는 모습.[함부르크(독일)=AP/뉴시스]

중국은 역사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해서 별로 득을 못봤다. 한나라 때의 한사군의 설치, 수당시기의 고구려와 접전, 명나라때의 임진전쟁 시기, 19세기 후반의 조선반도에서의 청·일전쟁, 마오시기의 한국전쟁…. 대부분 반도문제에 휘말린 후 왕조가 멸망했다. 한국전쟁시기 중국의용군의 지원도 모택동의 커다란 결단에 따른 결과였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 중 유독 모택동만이 군대의 파견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주은래 조차 한국전 개입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때 모택동이 조선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보은론을 개진하면서 다른 중앙위원들을 설득했다는 것이 역사기록이다.

1945년 이후 동북지역의 중국공산당 대 국민당의 내전에서 조선노동당의 인적·물적 도움에 힘입어 군사적 우위를 점했고 이를 발판으로 중국 전체를 석권하게 되었던 조선과의 인연을 모택동은 모른 체할 수 없었다.

중국 역사학계는 역사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한 역대 왕조들이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모택동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의용군 파견을 상당히 선전한 결정이었다고 자평했다.

중국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지 못하는 사정은 북·러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고 하는 점도 있다. 러시아는 동북지역을 개발에 북한의 건설기술과 노동력을 대거 차용하고 있다. 중국의 과도한 북한압박은 좀 더 강한 북·러 밀착으로 압박의 효과가 거의 없을 거라는 현실적 판단도 압박을 강행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여기에 잠재해 있는 중국내의 사회주의에 대한 열망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정당 중국공산당이 운영하는 나라다. 등소평의 개혁개방 이후 자본주의식 경제발전전략을 받아 들였으나, 극심한 빈부격차로 모택동식 중국공산주의에 대한 열망이 저변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이는 중국의 반북정책을 제어하는 진원지가 될 수 있다. 특히 북한과 가까운 동북삼성 등지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일련의 역사적 경험이나 북한과의 교역관계의 실상 그리고 중국내부의 사정을 살펴볼 때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크지 않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이 가능하려면 북한의 중국에 대한 종속적 관계가 구조화되어 있으며 북한 내에 종중(從中)세력이 존재해야 한다. 50대 이후 북중관계는 이러한 구조와 인맥이 전혀 형성되지 못했다.

한국언론이 학수고대하고 상상하는 중국의 대북 압박은 거의 실체가 없고 실현 가능한 방식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북한은 정치문화적으로 중국에 크게 위축되는 바가 없다. 북한은 스스로 자기들은 2차세계대전 당시 세계 최강의 육군을 운용하고 있었던 일본제국주의와 맞붙기를 포기한 바 없으며, 2차세계대전의 승전국 미국과 그 동맹국 16개 나라와 붙었던 불패의 무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북한이 중국의 압박에 후퇴하리라는 가정은 그저 기대일 뿐이며, 이런 가정을 전제하는 동북아 외교및 대북 관계 설정은 별로 성과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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