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을까?

남경우의 세상이야기 남경우 대기자l승인2017.06.04l수정2017.06.0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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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시시각각으로 변합니다. 따라서 남북관계도, 북미관계도, 북중관계도 변해왔고 변해 갈 것입니다.

▲ 남경우 대기자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및 북중관계 등은 매우 복잡하고 다면적이고 중층적입니다. 반면 정보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고 많은 경우는 왜곡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상황을 객관적이고 균형있게 보기 어렵습니다. 많은 한국 언론기사는 몇 가지 고정된 가치판단이 사실판단을 압도하고 있어 균형있는 판단을 방해합니다. 북미관계를 다루는 시각은 더욱 편협합니다.

한마디로 미국의 권능에 대한 지나친 평가와 북한에 대한 저평가입니다. 미국은 막강한 전략자산과 정보자산을 바탕으로 마음만 먹으면 북한을 군사적으로 완전히 제압할 수 있으며 북한 내부를 속속들이 들여다 보고 있다는 관점입니다. 미국이 북한을 군사력 경제력으로 제압할 수 있으나 봐주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이런 시각을 갖게 되면 “미국이 화가 나 평양폭격을 감행하기 전에 북한이 머리 숙여 미국의 요구에 맞춰가라”라는 주장을 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3자가 콩놔라 팥놔라 하는 셈입니다. 한국의 대다수 언론의 관점입니다. 이런 관점은 미국이나 북한을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북미간에 벌어지는 사실들을 반영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아무런 실천적 방향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미국은 저물어가는 세계 최강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러 패권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맹방이었던 영국 독일 프랑스가 달러권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호주 조차 중국과 각자의 화폐로 교역하자는 판입니다. 무조건 친미인 파키스탄도 이란과 자국화폐로 결제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침몰하기 직전 배 안의 쥐들이 앞다투어 탈출하려 하듯이 미국의 과거 맹방들이 미국권역으로부터 달아나려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발을 빼고 있습니다.

▲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지만 최근 들어 달러 패권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말 지중해 구경을 마치고 첫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주요 7개국(G7) 정상들. 왼쪽부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타오르미나=AP/뉴시스]

국제 정치력의 유지도 군사력과 경제력 즉 동맹에 대한 강력한 압박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자유민주주의의 견고한 연대는 약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럽제국에 대한 대 러시아 압박 요구에도 유럽의 동맹국들은 미온적입니다. 친미쿠데타 실패 이후 미국의 영향력이 지배적이었던 유라시아 중앙의 터키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북한에 관한 한 미국의 영향력은 아주 취약합니다. 미국은 종전 이후 70년간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북한을 봉쇄하고 압박하여 왔습니다. 수 없는 UN제재는 아주 촘촘하고 강력하며 연속적인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는 미국 주도 UN의 압박에 굴복했으나 북한은 ‘자주권’을 명분으로 저항하였습니다. 미국의 북한봉쇄정책은 강도 높은 것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모든 차원의 압박 봉쇄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듯 합니다. 북한은 완전고립 속에 진행되었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식량문제도 거의 해결한 듯 합니다.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UN의 제재와 압박을 무시하고 미국과 대항할 수 있는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자국을 공격한다면 공격 수준에 맞게 맞대응해 주겠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선의로 봐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북한을 때려잡으려 하지만 이미 북한을 때려 잡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분명합니다.

얼마 전 트럼프 행정부는 “▲북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모든 대북제재와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으며 ▲최종적으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 는 대북정책 4대 기조를 공개했습니다. 핵심은 무력으로 제압할 수는 없고 대화로 풀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천명하며 관계당사국들과 미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향한 정지작업용 발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힘으로 북한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북미간의 관계는 힘 대 힘의 냉정한 역학관계의 산물입니다. 협박, 폄하, 기만 등의 언사를 거둬낸다면 군사력으로는 북한을 제압할 수 없음을 선언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기대했던 내부 붕괴론은 노르웨이의 국제평화연구소 창설자 요한 칼퉁의 말대로 현실 가능성이 없습니다.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적대적 방안은 ‘제재와 압박’ 뿐입니다.

▲ 북한은 하루가 멀다고 전략무기를 발전시키며 미국에 대해 공세적인 입장에 서 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정밀조종유도체계를 도입한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여기서 미국의 고민이 생깁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제재와 압박은 그 효과를 알 수 없고, 군사적으로 공격하자니 완전한 제압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를 UN으로 묶어 북한을 압박하는 시도도 점점 수월치 않게 되었습니다.

대화를 시작하자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진행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북한을 무시하거나 애써 거들떠 보지 않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을 가늠하기가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협상을 하더라도 북한의 수에 말려들기 시작하면 미국주도 세계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부담입니다.

북한에게 현저히 밀리는 방식으로 평화협상이 이뤄지면 미국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주권국가들이 북한을 따라 배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미협상으로 미국의 제국으로서의 위신이 흔들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과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가 미국의 입장에서는 고역 중의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북의 입장에서 미국을 상대하기란 예전 보다 훨씬 쉬워졌고, 훨씬 공세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군사적 긴장은 최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잃을 게 많은 미국과 잃을 게 없는 북한

큰 국면에서 북한이 미국에 비해 공세적인 입장에 서 있습니다. 시간은 가고 미국의 별다른 처방이 없는 가운데 북한은 하루가 멀다고 전략무기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지독한 시련을 겪어온 북한에게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공세는 지난 수 십 년에 비하면 아주 약화된 것입니다. 북한은 경제,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내부구조를 견고히 하고 있습니다. 북미관계에서 시간은 북에게 유리합니다. 초조한 미국과 초조할 것 없는 북한, 잃을 게 많은 미국과 잃을 게 없는 북한이 북미관계의 본질입니다. 이런 시각으로 북미관계를 들여다 보면 동북아를 둘러싼 거대한 체스판이 보일 것입니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남경우 대기자  kwnam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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