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24일 합병 비율 등을 문제 삼아 SK C&C와 SK㈜의 합병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이날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고 SK C&C와 SK의 합병 등 임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한 끝에 합병 건에 대해 반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SK의 지분 7.1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전문위원회는 합병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하나 합병 비율, 자사주 소각 시점 등을 고려할 때 SK의 주주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SK C&C와 SK는 지난 4월 1대 0.73의 비율로 합병을 결정했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합병 비율이 최태원 회장 일가 지분이 높은 SK C&C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SK그룹은 이에 대해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와 국내 자문기구인 기업지배구조연구원이 찬성 의견을 냈고 SK 대다수 주주들이 찬성 입장을 표명하는 만큼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브랜드의 상징성과 그룹 정체성 유지 차원에서 합병회사의 사명은 'SK㈜'를 쓰기로 했다. 합병회사 출범 예정일은 8월 1일이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국민연금의 결정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이날 전날보다 2천700원(4.03%) 오른 6만9천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국민연금의 결정 직후에는 6%대로 급등하기도 했다.

반면 제일모직은 결정 직후 9% 가까이 급락했다가 낙폭을 줄여 전날보다 3.86% 내린 채 장을 마쳤다.

다음 달 17일 주주총회를 앞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에서 삼성의 우호 지분은 삼성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지분 13.8%와 KCC 지분 5.96%를 합한 19.8%인 반면 이번 합병의 최대 암초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지분율은 7.12%다.

국민연금(10.15%)을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자 지분(21.5%)을 삼성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면 합병 찬성표가 41.2%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손에 열쇠가 쥐어져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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