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18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는 이유를 처음으로 상세히 밝혔다.

엘리엇은 이날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한 견해'라는 27쪽짜리 영문 설명 자료를 올렸다.

이 자료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제출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전문가들은 “19일 법원의 가처분 사건 심문을 앞둔 시점에서 카드패를 까 보임으로써 삼성그룹과 본격적인 논리 싸움에 돌입하는 한편 합병 반대 세력을 결집해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고 분석했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ISS는 7월 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대한 견해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보통주 기준)은 엘리엇을 포함해 33.45%에 달한다.

엘리엇은 이 자료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지지한다"면서도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며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의 지배 구조 개편 필요성을 지지한다"고 언급한 부분은 '립 서비스' 차원의 수사일 뿐 발언의 무게는 후자에 있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엘리엇은 이날 자료에서 합병 비율의 '불공정성' 문제 외에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 양사 합병에 따라 순환 출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두루 거론했다.

아울러 엘리엇은 내달 1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실질적으로 최고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물산 자사주 처분에 관한 '이의'도 제기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자사주 899만주(5.76%)를 우호 관계에 있는 KCC에 넘기는 행위를 막아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이미 주식 거래가 끝나 KCC에 넘어간 지분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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