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국내외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내부에 '비상등'이 켜졌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긴장감을 갖고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도높게 주문했다.
현대·기아차는 지금의 대외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외부 변수가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게 내부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과거 금융위기 때는 글로벌 업체 대부분이 같은 처지에 놓여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현대·기아차에 유독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엔화와 유로화 약세로 일본과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브릭스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양적 성장을 추구해온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루블화와 브라질 헤알화 등의 가치 폭락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차를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고 있지만 시장 지배력을 지키기 위해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상황 역시 호락하진 않다. 현대차의 5월 내수 판매량은 작년 5월보다 8.2%나 줄었다. 기아차는 10.4% 늘었지만, 이는 지난해 6월 카니발이 출시되기 전까지 판매 실적이 워낙 부진한데 따른 기저효과다.
정몽구 회장은 최근 "현재의 대외상황은 개별 기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신발끈을 조여매고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자신감을 갖고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줄 것"을 주문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앞으로 긴 터널을 지나야 하지만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등은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