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현의 강남 부동산 이야기

전셋값이 폭등한다고 사방에서 아우성이다. 실제 수도권 곳곳에서 평(3.3㎡)당 1000만원을 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 전셋값 상승폭은 최근 3년 사이 크게 가팔라졌다.

▲ 최충현 대표

서울 아파트 전세금의 경우 3년 전인 2012년 9월 평당 848만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9월에는 이보다 약 40% 뛴 1185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도의 전세 시세 역시 같은 기간 평당 576만원에서 720만원으로 25% 급등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 또한 최근 5년간 약 9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자금 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당연히 전세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1년 8월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억5615만원에서 올해 8월 3억5763만원으로 4년 만에 1억원 넘게 올랐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5억4373만원에서 5억1213만원으로 3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은 70%선에 달했다.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율이 90%넘는 곳도 적지 않다. 당연히 깡통전세의 위험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셋값 폭등의 원인을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는 힘들다.

주택 가격 상승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과 주택 소유자들의 임대 매물 월세 전환, 정부의 대책 부재 등이 복합된 결과로 해석된다.

집값이 올해 많이 올랐고 앞으로 금리나 경기도 낙관할 수 없는 데다, 기존의 전세 물건 역시 월세로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 뉴시스 자료사진

이들 자료를 보면서 전세금액이 1억원 이상 급등하는 사이 매매가격은 도리어 3000만원이 떨어졌다는 조사결과에 대해 곰곰이 따져 보았다.

서울 강남구에서도 부동산 1번지로 통하는 대치동에서만 2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을 해왔지만, 도대체 향후 전망 등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지난주 필자가 일하는 대치동에서 중개업을 하는 중개업자들의 모임에서 전셋값이야기를 꺼내었다.

필자는 앞으로의 집값 변동에 대해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10년 후를 예측해보는 내기이니 이겨도 이긴 턱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30~40평대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의 1990년대 이후 변동추이를 기억을 더듬어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꺼낸 게 발단이 됐는데, 결국은 비슷했다는 결론이 나오자 참석자 모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얘긴즉슨 90년대 초반 가격과 2001년 초 아파트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결국은 별차이가 없었다.

대치동 A단지의 30평대를 기준 삼을 경우 88올림픽 이후 급등한 90년대 초 가격은 3억~3억2000만원 선이었다.

이후 분당과 일산 등 1기 5개 신도시의 본격적인 이주 시점인 1994년 전후에는 1억9000만~2억선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IMF(국제통화기금) 직전까지 다시 급등, 3억~3억2000만원선을 회복했다.

이어 IMF 이후 1998년 가을 다시 2억원선까지 후퇴했다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2001년 초 다시 3억~3억2000만원선으로 되돌아왔다.

물론 100% 정확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 기억이 크게 틀리지는 않다고 믿는다.

아무튼 2001년 이후 2006년 가을까지 그야말로 급등 이후 급락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2006년 최고가 대비 60%까지 떨어졌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복해 현재는 2006년 최고가 대비 85% 수준을 맴돌고 있다.

이는 이 지역 A단지의 예에 불과할 뿐 재건축 진행 등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전고점을 돌파한 지역도 일부 있기는 하다.

참석자 일부는 2006년말 형성된 가격을 정상적인 가격으로 봐야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 초반 가격과 2001년 초 가격이 거의 같았던 건 분명하다.

내기 결과,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50%를 넘었다. 부동산이 황금알을 낳는다는 신화는 깨진 셈이다.

물론 단순한 말장난, 누가 이기든 지든 별로 중요하지 않는 내기를 하면서 일부 지역에서의 부동산 과열이 우려되는 건 나만의 기우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이 나름 호황을 누리면서 위례신도시 등에서는 분양열기가 뜨거웠다. 이 틈을 타 건설 회사들은 앞다투어 밀어내기식 분양에 나서기도 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분양아파트들이 완공돼 본격적 입주를 하는 시기의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형성돼 있을까. 다소 무리한 줄 알면서도 적지 않은 금액의 융자를 받아 아파트를 산 사람이 자꾸 걱정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셋값이 자꾸 오르는 이유는 집을 사지는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건 아파트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이래저래 정답없는 질문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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