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으로 읽는 오늘의 일본

“디플레이션 탈피가 이제 눈앞이다. 국내총생산(GDP) 600조엔 달성을 명확한 목표로 삼겠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아베노믹스 제2 단계’의 성장목표를 제시했다.

▲ 이동준 교수

아베는 이어 자메이카 순방 중이던 30일 “기존 아베노믹스의 ‘3개의 화살’(금융완화‧확대재정‧민간투자 유치)의 효과는 이제 한계를 드러냈다”면서 “명목 경제성장률 3%, 출산율 1.8명, 개호(介護, 노인복지) 분야 이직률 0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3개의 화살’을 통해 향후 일본 경제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명목 경제성장률 3%를 유지해 2020년까지 약 600조엔 규모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정확한 목표와 시기까지 언급했다. 2014 회계연도 기준 일본의 명목 GDP는 491조 엔이다.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내놓은 중장기 목표치인 실질 2%, 명목 3% 이상의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아베의 말대로 2021년 일본의 명목 GDP는 616조엔 규모로 증가하게 된다.

아베가 제시한 장밋빛 희망은 실현될 수 있을까. 아베가 진단한 것처럼 일본은 20여 년 동안 지속돼온 디플레이션에서 거의 빠져나왔고 수년 내로 경제 규모가 22% 늘어날 정도로 성장세가 탄탄한 것일까. 들리는 소식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는 않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가격 변동성이 큰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8월에 -0.1%를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이 2년여 전에 대규모 금융완화에 나선 이후 첫 마이너스다.

CPI는 지난해 여름에 3%를 웃돌기도 했지만 이는 앞서 4월에 단행된 소비세율 인상 여파다. 세금 인상 영향이 없어진 올 봄 이후 물가상승률은 감소세를 보여 오다 하락세로 돌아섰다.

성장률 패턴도 아슬아슬하다. 소비세율 인상 여파로 성장률이 큰 타격을 받은 2014년 2분기(4~6월)를 제외하면 완만한 오름세를 보여 오긴 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연율로 -1.2%를 기록했다. 최근 잇따라 부진한 지표가 발표되면서 3분기에도 역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하면 일본 경제는 아베 재집권 이후 두 번째 경기 후퇴에 진입하게 된다.

▲ 아베 신조 총리=SBS 방송 캡처

때문에 아베가 제시한 ‘새로운 3개의 화살’에 대한 일본 내의 관심도는 낮은 편이다. 1000조 엔을 넘어선 국가 부채를 개선하면서 육아지원과 사회보장을 충실히 하고, 여기에 ‘GDP 600조엔’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베가 안보 관련 법안을 힘으로 몰아붙인 뒤 이를 무마하기 위해 경제로 눈을 돌려 국민의 환심을 사려하고 있고, 이는 자칫 힘겹게 조성된 경제 회복의 불꽃마저 꺼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득세하고 있다.

사실 안보에서 경제 중시로 정책을 전환한 아베의 최근 행보를 보면 그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미일안보조약 개정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기시는 1960년 일본 국회를 수십만 명이 에워싸고 반대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미일안보조약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아베도 지난달 19일 위헌 논란과 시민들의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안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기시는 안보조약 강행처리 후 총리직을 사임했지만, 아베는 지난달 24일 자민당 총재 임기 3년을 무투표로 쟁취했다.

안보 관련 소동을 치른 후 집권 자민당은 경제에 눈을 돌려 민심을 얻으려 했다. 기시에 이어 총리가 된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는 경제 정책인 ‘소득배증계획’(10년 내 국민소득을 두 배로 만드는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이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압승을 이끌었다. 아베는 ‘GDP 600조엔’이라는 목표를 내놨다. 다만, 55년 전 일본은 고도 성장기였지만 지금은 디플레이션 극복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래저래 조건과 역량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아베가 제시한 ‘새로운 3개의 화살’은 계속적인 집권을 위한 정치 구호에 불과한 것인가. 이와 관련, <마이니치신문> 사설과 <일본경제신문> 칼럼을 소개한다.

‘새로운 3개의 화살,’ 종래의 정책에 대한 총괄은 제대로 했나

<마이니치신문> 2015년 10월 1일

지금까지의 ‘3개의 화살’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방향을 바꾸려는 것은 아닌가.

아베 신조 총리가 ‘아베노믹스의 제2단계’를 선언하고 ‘새로운 3개의 화살’을 선보였다. △‘희망을 낳는 강한 경제’ △‘꿈을 만들어내는 육아 지원’ △‘안심으로 연결되는 사회보장’이다.

목표로는 국내총생산(GDP)을 600조 엔으로 확대하고 △출생률을 1.8%로 늘리고 △개호(介護) 이직자를 0로 하겠다고 한다.

종래의 화살처럼 정책 수단이 아니라 장밋빛 슬로건을 내건 것에 불과하다. 근거가 부족하고 실현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2014년도의 명목 GDP는 490조 엔이었다. 내각부는 명목 3% 성장을 계속 이어가면 2020년도에는 594조 엔에 도달할 것으로 시산하고 있다.

그러나 명목성장률이 3%를 넘은 것은 1991년도가 마지막이었다. 올해 4~6월기 성장률(연율 환산)도 명목은 0.2%, 실질은 마이너스 1.2%로 사실상 암울했다.

목표 달성을 위한 허들이 너무 높지 않은가. 그러나 총리는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2014년에 1.42%에 그친 출생률을 1.8%로 끌어올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총리는 아동교육의 무상화 확대를 내걸었다. 이는 자민당이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건 것이었다. 하지만 재원 확보가 어려워 2015년도에는 예산 투입조차 되지 않았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개호 이직은 연간 10만 명이나 된다. 개중에는 한창 일할 수 있는 세대가 많다.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총리는 개호 시설을 정비하겠다고 말했지만, 관련 사업자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봄 개호 관련 보수를 인하한 것이 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응이 여의치 않다.

종래의 아베노믹스를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려 한다면 기존의 정책에 대해 총괄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과제와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효과적인 전략도 세우지 못하는 법이다.

최초의 ‘3개의 화살’은 △대담한 금융완화 △기동적인 재정 출동 △성장전략이었다. 이 가운데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은 엔화 약세로 대기업의 수익을 확장시킨 금융완화 정도이다.

하지만 엔화약세는 식료품 등의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대기업 차원의 업적이 좋더라도 전체적으로 임금이 오르지 않아 소비가 늘지 않는다. 성장전략도 대부분이 실패했다.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총리는 “거의 디플레이션을 탈출했다”고 성과만을 강조했지만, 아베노믹스가 지향해온 ‘경제의 순(順)순환’은 보이지 않는다.

안보 관련 법안의 성립을 강행함으로써 아베 정권은 여론의 반발을 불렀다. 내년 여름의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두고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경제나 사회보장에 집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검증조차 하지 않은 채 장밋빛 전망만을 제시해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아베노믹스와 일본은행

<일본경제신문> 2015년 9월29일(석간)

시미즈 이사야(清水功哉) 해설위원

아베노믹스가 제2단계로 옮아간다고들 하지만 아베 정권의 금융 완화책에 대한 관심은 낮은 것 같다. 9월24일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을 듣고 시장에서는 이런 견해가 나왔다. “디플레이션 탈출이 이제 눈앞이다”라고 아베 총리가 말한 것은 추가적인 금융정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베 정권이 일본은행에 대한 관심을 접은 것은 전혀 아닌 것 같다. 가령 다음날인 25일 낮 방미 직전이라 스케줄이 꽉 찬 와중인데도 아베 총리는 굳이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를 찾아갔다.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총리가 먼저 만나자고 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아베 총리는 같은 날 오후 기자회견에서는 “디플레이션 탈출은 조금만 더 (기다려야 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전날의 ‘이제 눈앞’이라는 말과는 달리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금융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인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베씨에 따르면 아베노믹스의 ‘새로운 3개의 화살’은 ①희망을 낳는 강한 경제, ②꿈을 만들어내는 육아 지원, ③안심으로 연결되는 사회보장이다. 종래의 ‘3개의 화살’에 포함됐던 ‘금융정책’은 사라졌지만, “1번째 화살에 종래의 ‘3개의 화살’이 집약되어 있다”(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고 한다.

‘사회보장’이나 ‘강한 경제’와 같은 말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이 우선적으로 처리하길 바라는 정책으로 ‘사회보장개혁’이나 ‘경기 대책’을 꼽았기 때문이지 않은가. 안보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아베 정권은 지지율 저하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년 여름의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다시 경제 정책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새로운 3개의 화살’은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돼 있다. 예를 들면 제1의 화살로 GDP 600조 엔이라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은 불투명하다. 이렇게 되면 쉽게 금융정책에 의존하게 되지 않을까. 기득권익이 저항할 것이 분명한 규제완화 등에 비하면, 9명의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위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움직일 수 있는 금융정책에는 기동력이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완화는 엔화약세를 불러 ‘나쁜 물가 상승’에 박차를 걸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완화책도 있다. 가령 주가지수연동형 상장투자신탁(ETF)의 구입 증액이다. 역시 시장의 여건에 따라서는 금융정책을 재가동하는 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 같다. 다만, 금융완화를 하는 주요 이유는 수요를 자극하는 것이다. 성장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힘은, 설령 그런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단한 것이 아니다. 아베 정권은 ‘강한 경제’는 금융정책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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