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으로 읽는 오늘의 일본

세계적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의 디젤 차량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디젤 자동차를 대표하는 폭스바겐이 연비를 좋게 보이도록 자동차 검사를 받을 때만 배출가스를 적게 나오게 하고 일반도로를 주행할 때는 배출가스가 방출되도록 소프트웨어를 세팅했다가 적발된 것이다.

▲ 이동준 교수

미국 환경 당국이 폭스바겐 디젤 차량 48만 2,000대의 리콜과 함께 180억 달러(약 21조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린 이후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설 태세이다.

폭스바겐은 전 세계에서 1,100만대의 차량이 관련됐다고 시인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조사에 착수했다. 마르틴 빈터코른 CEO(최고경영자)도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 폭스바겐의 브랜드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회사 존립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앞으로 엄청난 배상금 부담으로 파산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과거 자동차 리콜은 대부분 품질관리 소홀로 빚어졌지만, 이번 일은 고의적인 속임수이자 소비자에 대한 ‘사기’ 행위로 기업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독일 제조업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1937년 설립 이래 80년 가까이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해온 폭스바겐은 독일 대표기업으로서 품질의 대명사였고, 독일 제조업은 기술과 신뢰의 상징이었다.

오늘날 유럽 최강 독일의 힘과 위상은 그것을 원동력으로 한 경제적 성공으로 구축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독일 기업,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에 대한 믿음이 불신(不信)으로 바뀌었다. 독일이라는 국가의 신뢰에까지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이번 사태는 기업경영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은 소비자의 신뢰임을 거듭 확인시켜주고 있다.

자동차 회사 뿐 아니라 모든 기업의 문제이고, 한 기업의 존폐(存廢)를 넘어 국가 신인도를 좌우하는 핵심 가치다.

▲ 메르켈 독일 총리가 폭스바겐 사태와 관련, 조사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사진=SBS 영상캡쳐>

이런 일이 폭스바겐에만 있는 일일까. 전 세계에서 운행되는 디젤차들은 과연 괜찮은 것일까. 이에 대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어느 곳도 자신 있게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연비와 친환경을 디젤엔진에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얘기도 나온다. 디젤 차량에서 매연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배출가스 저감 장치이다.

문제는 저감 장치 기능을 높이면 차량의 에너지 소모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만큼 출력과 연비가 떨어져 클린 디젤이 내세우는 ‘고연비’를 구현하기가 어려워진다. 요컨대 친환경과 고연비를 함께 만족시킨다는 것은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도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인 일본도 이번 폭스바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의 관련 사설과 <마이니치신문>의 해설을 소개한다.

 

자동차 신뢰 뒤흔든 디젤 조작사건 <일본경제신문> 2015년 9월15일 사설

“세계적 명문 기업이 이처럼 악질적인 짓을 할 수 있는가.” 귀를 의심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디젤차를 둘러싼 독일 폭스바겐(VW)의 조작 사건 말이다.

유럽에서 인기가 있는 디젤 엔진은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에 비해 연비 성능이 높다.

다만 디젤차는 질소산화물(NOx)등 유해물질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배기가스를 어떻게 줄일지 과제를 안고 있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와 관련된 규제가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엄격하다. 이 규제를 넘어서기 위해 VW는 배기가스 시험을 할 때만 엔진의 동적을 조정해 유해물질을 줄이는 위법적인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실제 주행 시에는 규제치의 최대 40배의 NOx를 배출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언어도단(言語道断)이다.

엔진 개발에는 배기가스 정화를 철저히 하면 주행성능이 떨어지는 이율배반(二律背反)이 동반한다.

VW는 위법적인 소프트웨어로 배기가스를 정화한 것처럼 눈속임했을 뿐 아니라 동시에 자동차를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중이 되는 연비나 엔진 출력 수치도 의도적으로 올렸다고 한다. NOx의 대량 배출은 건강에 해롭다. 죄가 무겁다.

VW가 1조 엔 가량의 특별손실을 예상하고 이를 통해 대책에 나서겠다고 일찌감치 발표한 것은 사태의 조기 수습을 향한 시그널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신뢰회복을 향한 길은 멀다.

무엇보다 비리의 범위를 확실히 밝히고 리콜(회수・무상 수리) 등의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시점에서 대상이 되는 자동차는 미국 당국이 지적한 48만 대 정도이지만, 다른 차종이나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부정이 없었는지 서둘러 확정할 필요가 있다.

다른 메이커에도 강 건너 물이 아니다. “다른 회사도 이런 짓을 하고 있지 않나”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동차 산업 전체가 생각할 때이다.

일본을 포함한 각국의 당국은 VW의 디젤차만이 아니라 자국에서 운행되는 자동차가 정말로 환경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사태의 파문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시할 필요도 있다. 우선 디젤차 전체에 역풍이 몰아치지 않을지 여부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시내 중심부의 대기오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디젤차 주행을 제한할 움직임도 있다. 유럽세가 강세를 보여 온 디젤차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면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세력구도가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VW는 독일 제조업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이므로 잘 나가고 있는 독일 경제에 미칠 영향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VW 조작사건, 확대노선이 판매압력으로<마이니치신문> 2015년 9월15일

독일 자동차 대기업 폭스바겐(VW)이 배기가스 규제를 눈속임으로 넘어간 문제가 디젤차의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다.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환경기술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세계 1위가 되기 위한 ‘묻지마’ 확대 노선이 비리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78년 VW 역사상 최대의 불상사”(독일 언론)는 VW의 경영악화에 그치지 않고 디젤차 전체에 대한 불신감으로 이어져 자동차 업계의 세력구도를 뒤흔들 가능성도 있다.

◇치열한 환경기술 경쟁

“판매대수를 지나치게 늘리려다 폭탄이 터졌다.” 대형 자동차 메이커 간부는 “VW 쇼크”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VW는 리먼 쇼크 이후 도요타 자동차나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의 판매가 급감한 가운데서도 기업매수나 중국 시장에서의 확장 노선을 줄기차게 걸어왔다.

2007년 회장에 취임한 마르틴 빈터코른씨는 그 전년도에 638만대였던 판매대수를 2018년까지 1000만대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 목표는 4년이나 앞당겨 달성돼 2015년 상반기에는 도요타를 앞질렀다.

VW가 규모를 추구한 것은 차세대 자동차 개발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생존기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환경규제의 강화나 원유가격의 상승 등의 영향으로 환경기술이 경쟁력 그 자체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VW는 가솔린엔진과 모터를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자동차 개발에는 타사에 비해 늦었다.

에코카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강세를 보인 디젤의 우수성을 강조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독일 신문).

한편 세계 시장에서는 주력시장인 유럽과 1984년 일찌감치 진출한 중국에서 판매를 확장했지만, 세계 2위의 시장인 미국에서의 점유율은 2%에 불과했다.

중국에서는 디젤차의 연료인 경유의 질이 좋지 않아 추가적인 보급을 기대할 수 없었다. 환경기술의 우위성을 과시해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질소산화물(NOx) 등 유해물질의 배출이 적은 ‘클린 디젤’을 미국 시장에 확산시키는 것이 불가피했다.

다만, NOx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료를 잘 태워 불완전 연소를 줄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연료의 소비가 늘어 연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판매대수를 확장하게 위해 환경성능과 연비향상을 양립시켰다는 것을 무리하게 고객에게 어필하는 과정에서 이번 비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초점은 경영진까지 관여한 대규모 비리였는지 여부이다.

독일 부품 메이커로부터 이적해온 빈터코른 회장은 톱 다운 방식으로 제조과정의 세부까지 관여하는 중앙집권적 경영 스타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고, 특히 도요타나 GM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1위의 자리를 확고하게 다지는 것에 골몰했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 4월에는 창업가 출신으로서 빈터코른씨 등 집행부 톱을 감독하는 자리에 있던 페르디난트 피에히 감사위원장(당시)과의 관계 악화가 표면화했다.

빈터코른씨 주변에서는 “기업을 급성장시킨 업적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감사역회의의 지지를 토대로 피에히씨를 사퇴시켰다.

빈터코른씨는 23일의 회장 사퇴 후의 성명에서 “전혀 비리를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규모 확대가 구심력이 되어 온 만큼, 판매 촉진에의 압력이 비리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메이커, 흔들리는 신뢰

미국이나 프랑스 등의 당국은 다른 메이커의 디젤차도 비리가 있었지 않았나 조사할 방침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VW가 세계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디젤차 비율은 25% 정도이지만, 푸조는 42%、르노는 49%나 된다.

영국의 컨설턴트회사 벤디지털의 리처드 겐씨는 “NOx는 세계적으로 규제강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악의 타이밍에서 일어난 비리 사건이다”고 말했다.

가령 비리 사건이 VW에 그치지 않게 된다면 디젤차로 수익을 올려온 유럽 자동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되고, 이는 유럽 경제 전체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VW는 경영에서도 커다란 타격을 받고 있다. 미 환경보호국(EPA)은 대기정화위반에 대한 제재금액이 최대 180억 달러(약 2조 1600억 엔)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미 사법부의 수사 결과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될 뿐 아니라 유럽연합(EU)이나 한국, 캐나다 등도 조사를 추진할 의향이므로 제재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독일의 <남독일신문>에 따르면 소비자에 의한 손해배상소송이 세계 각국에서 약 40건이 제기되었다.

VW는 당면한 고객 대응이나 조사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65억 유로(약 8700억 엔)의 특별손실을 계상했지만, 제재금액이나 손해배상을 어디까지 감당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4년의 최종이익은 110억 6800만 유로(약 1조 4800억 엔)이지만, 2015년은 막대한 손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자기자본은 900억 유로(약 12조 엔)로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재무내용은 건전하고 수십억 유로 정도의 지불은 소화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비리 문제가 미칠 사업 및 재무에의 영향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기업 가치를 하향조정할 예정이다.

판매대수 감소도 불가피한 가운데 손실이 확대되면 기업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한편, 폭스바겐 사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가 강세인 일본 자동차 업계에겐 어부지리의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유럽 시장은 VW나 르노 등 유럽세가 시장점유율의 6-7할을 점해 왔다. 1할 정도에 머문 일본 자동차 업계의 경우 “에코카로 주도권을 잡을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다만, 환경 성능에 대한 신뢰를 뒤흔든 사태인 만큼, 업계 전체가 보다 엄격한 검사에 충분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각 메이커는 기술의 투명성 확보와 규제강화에 따른 비용 증가에 견딜 수 있는 기업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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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카 개발과 VW의 확대노선의 경위

1997년 도요타자동차 ‘프리우스’ 판매

2002년 도요타, 혼다 연료전지 자동차 정부에 납입

2008년 테슬러 모터스 전기자동차 판매

       VW 스웨덴의 상용차 메이커 인수

2009년 GM 미 연방파산법 적용 신청

        VW 스즈키와 자본・업무 제휴 발표

        도요타 대규모 리콜

2010년 VW 2018년까지 판매대수 1000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

2012년 도요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발매

        VW 포르쉐와 경영통합 발표

2013년 도요타와 BMW, 혼다와 GM 연료전지자동차 제휴

        닛산, 다임러, 포드 연료전지자동차용 시스템의 공동개발 합의

2014년 VW 1000만대 판매 앞당겨 달성

2015년 상반기 판매대수에서 VW 도요타 누르고 세계 1위

        VW・스즈키 제휴 해소

        VW의 배기가스 비리 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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