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현의 강남 부동산 이야기

▲ 최충현 대표

얼마 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40평형대 아파트를 소유한 유명 대학의 A교수가 전화 상담을 해왔다.

A교수의 아파트는 2년 전 필자의 중개로 월세보증금 4억원과 월세 240만원에 임대를 내놓은 상태였다.

당시 전세 시세는 8억원 정도였는데, 월세는 월 6%로 계산해 계약을 맺었다. 말하자면 원래 전세가인 8억원에서 월세보증금 4억원을 뺀 나머지 4억원에 6%를 곱해 240만원을 월세로 산정한 것이다.

이처럼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나 전부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되는 수치(비율)를 전월세 전환율이라고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전월세 전환율은 ‘연리 10%와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4배 중에서 낮은 비율’로 정하도록 돼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1.5%인 만큼 전월세 전환율은 주택의 경우 6% 이내에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감정원이 주택실거래정보를 바탕으로 산정한 지난 7월 기준 전월세 전환율은 7.4%로 서민들의 주거비용 부담은 진정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아파트 월세 거래 현장에서는 보통 년(年) 몇 %로 계산하지 않고 월(月) 몇 %식으로 계산한다.

A교수는 현재 세들어 사는 임차인이 기간을 연장해 갱신 계약을 맺고 계속 살기를 원한다면 월세를 올리고 싶다고 했다. 아니 올리는 게 당연하다는 투였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A교수 본인 소유의 아파트 전세값 시세가 10억원으로 25% 인상됐으니 현재 월세 24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상향조정해 중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얼추 따져봐도 360만원은 받아야 하지만 그나마 살던 사람이니까 10만원 깎아준다고 생색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2년 전 임대차 시장에서는 임대차 물건이 10개 나온다면 그중 8개는 전세였으며 2개 정도가 월세 물건으로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가 됐다. 7~8개가 (전)월세이며 2~3개가 전세물건으로 나온다.

그만큼 공급이 늘어났는데 그것도 아주 대폭으로 늘어났다. 시장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2년 전만 해도 2.5~3% 수준이던 기준금리가 1.5%까지 떨어졌으니 집주인 입장에서야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A교수에게 "2년 전에는 월 6%로 계산을 했지만 강남의 경우 지금은 보통 월 4%선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월세금은 실질적으로 올려받기 힘들다“고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다만 전세는 10억원을 받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를 구하는 고객 중에는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전세물건이 나오면 수수료를 후하게 줄테니 꼭 연락해 달라고 신신당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 강남권에서는 전세금은 조금 비싸더라도 물건만 확보하면 계약을 성사시키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A교수는 처음에는 펄쩍뛰었다.

그는 “강북에 소형 아파트를 소유한 내 친구는 월 8%로 받고 있다”면서 ‘강남 현실’을 결코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항변했다.

결국 A교수와 임차인은 월세 290만원으로 협의해 재계약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임차인은 중개수수료와 이사비용, 이사의 번거로움 등을 감안해 조금 비싼 줄 알면서도 주인의 요구에 응했다고 한다.

강남 부자 동네에서는 임차인들이 월 4~5%선에서 월세를 지불하고 있으나 이보다 가난한 저소득층의 강북 세입자들은 지역에 따라 8~10% 월세를 내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강남은 전세값이 올라도 임차인들이 이를 감내할 만큼의 경제력이 있지만 강북의 저소득층은 오르는 전세값을 감당하지 못해 비싼 월세를 감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강남의 집주인인 임대인들은 대부분 은행에 거액을 예금해 둔 경우가 많아 전월세 전환율이 상대적으로 조금 낮아도 은행이자보다는 훨씬 짭짤하다는 사실을 잘 아는 만큼 만족해 하는 편이다.

그런데 강북은 임차인들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전세값을 마련하지 못하면 더 변두리나 심할 경우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비싼 월세를 지불하는 예가 허다하다.

버는 돈은 일정한데, 아니 줄어드는 마당에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는 과도한 주거비용 지출 부담은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주머니 사정이 쪼그라 드는데 내수를 살린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물론 강남권에서도 임대인이 월세를 다소 비싸게 올려 달라고 해도 일부 임차인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재계약에 응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 9일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그 시행령을 개정해 전월세 전환율을 4%선으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한목소리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나무라고 있다. 특히 전월세 전환율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해 세입자들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7월 신고 기준 전국 시·도 별 전월세 전환율은 세종시가 6.2%로 가장 낮았다. 서울은 6.5%, 최고인 경북은 10.6%로 지역별로 들쭉날쭉하다.

정부는 임대시장의 왜곡이나 부작용은 없는 지 신중히 검토, 월세 임차인들의 고통을 다소나마 덜어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그래야 내수도 진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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