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으로 읽는 오늘의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8일 무투표로 임기 3년의 집권 자민당 총재에 연임됐다.

무투표 당선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이래 14년 만이고, 이는 일본 정치의 ‘아베 1강(强)’ 체제를 상징한다.

이로써 아베는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2018년 9월까지 총리로 재임할 수 있게 됐다.

▲ 이동준 교수

앞으로 3년 더 총리를 할 경우 재임 기간은 1차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을 합쳐 6년 9개월이나 된다.

그럴 경우 외조부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 재임 2798일)와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2616일) 전 총리에 이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 번째 장수 총리가 된다.

보수 세력의 일각에서 아베 정권을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까지 롱런하는 정권으로 만들자는 논의마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아베는 일단 향후 3년간 총리직을 염두에 두고 정국을 구상하고 있다.

안보 관련 법안, 원전 재가동, 경제정책,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한일관계 등 외교정책, 2016년 7월 참의원 선거, 미군기지 정책 등의 현안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와 이에 따른 지지율 변화가 아베의 장기집권 구상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특히 ‘아베노믹스’로 대변되는 경제정책은 아베 정권의 앞날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자신은 아베노믹스를 강력한 ‘성공 체험’으로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2012년 12월 집권한 이후 아베는 일본은행을 몰아붙여 과감한 금융완화를 추진했다.

인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보겠다는 전대미문의 ‘부양책’을 놓고 여론은 찬반양론으로 갈렸지만, 일단 발사된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은 주가 상승, 엔화 약세를 불러와 지금도 정권을 유지하는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자신도 자민당 총재 재임이 확정된 직후 “갈 길이 멀다”고 솔직히 인정했듯이 아베노믹스의 앞날은 그야말로 안개속이다.

4~6월 일본의 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중국 경기의 후퇴로 시장에는 불안감이 넘친다. 엄청난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출발한 아베노믹스의 ‘제2막’의 행방에 대해 『일본경제신문』은 전문가 3명의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일본경제신문』 2015년 9월10일자 9면).

     주가 상승·엔화 약세에 의존해서는 한계, 인구·재정이 난제(難題)

 후쿠다 신인치(福田眞一, 도쿄대 교수)

2012년 말 제2차 아베 정권의 발족 전후부터 해외투자가들 사이에 기대가 높아져 주가 상승과 엔화 약세가 본격화했다.

이런 흐름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가 다른 차원(異次元)의 금융완화를 실시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고, 주가 상승과 엔화 약세의 효과를 본 일본 기업들은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다.

디플레이션 경제로부터도 벗어나고 있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SBS 방송 캡처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대담한 금융정책)은 일정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작년부터 일본의 공적 연금 등이 외국인을 대신해 일본 기업의 주식을 구매하는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관제(官製) 주식시장’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일본은행은 다른 차원의 완화를 통해 국민들 사이에 인플레이션에의 기대가 높아지면 명목금리로부터 물가의 영향을 뺀 실질금리가 내려가 민간의 설비투자나 소비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본 경제는 정부와 일본은행이 예상하고 있는 경로를 따라가지 않고 있다.

4~6월 국내총생산을 보더라도 소비나 설비투자, 수출 등 실질경제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작년 4월의 소비세 증세나 최근 중국 경제의 후퇴를 그 이유로 내세우기도 하지만, 부정적 영향만을 거론해서는 곤란하다.

중국 경제는 얼마 전까지 순조로웠으므로 나빠지자마자 이를 일본과 연결해 ‘중국 경제가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다른 차원의 완화는 영원히 실시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일본은행이 국채를 계속 구입하게 되면 국채의 신용도가 떨어지고 장기금리가 급상승할 수 있다(국채 가격은 폭락). 금융완화의 ‘출구’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추가완화나 수정예산 편성마저 거론하고 있다.

높은 주가와 싼 엔화에 의존하는 경제에 매달리고 있으므로 조금이라도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머리를 맞대고 중장기적 과제에 몰두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 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 문제는 소자고령화(少子高齡化)와 재정 적자이다.

정부가 내놓아온 성장전략에는 농업개혁 등 일정 정도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근본 문제에 들어가면 실질 경제의 힘찬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

출산율 향상도 중요하지만, 일본의 인구 구성을 감안하면 인구 감소를 억제하는 데는 이미 때늦은 국면에 진입해 있다.

여성이나 고령자를 활용하는 것도 추진하면 좋지만, 인구 감소의 추세를 감안하면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수용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논의를 진전시키길 바란다.

1,700조 엔에 달하는 개인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이나 투자신탁을 제외한 예금, 채권 등이 약 1,000조 엔이나 된다.

이는 국채 등 ‘국가 부채’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가계가 정부의 적자를 메워주며 균형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언제까지 이런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 등 사회보장비를 대폭적으로 줄이는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률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 재정 수지가 개선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성장률이 높으면 일반적인 경우 장기금리가 상승해 재정 부담이 는다.

현재는 성장률이 오르더라도 금리가 오르지 않는 희한한 국면이지만,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7 능선’, 다음은 소득 재분배

 혼다 에쓰로(本田悅朗, 내각관방참여)

최근의 급격한 주가 하락과 엔화 상승은 상당 부분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다. 유로화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주로 중국 경제가 투자가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엔화가 일종의 ‘피난 통화’로 간주되어 엔화 강세로 나타났다. 다만 극단적인 엔화 강세가 아니라 예상 범위 안에서 움직였다. 지금의 환율시장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

국내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다. 작년 4월 소비세 인상의 여파가 아직도 미치고 있다. 증세가 20, 30대 젊은 중저소득자층의 소비행동에 나쁜 영향을 주고 말았다.

이는 예상 밖의 사태이며, 반성하고 있다. 정부는 중저소득자나 연금생활자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대응을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수정예산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형태로 구축해 집행하는 것이다, 즉효성의 관점에서 보면 정액 급부금 혹은 쿠폰과 같은 소득 보전이 중요하다.

중저소득자를 대상으로 3조~3조5,000억 엔 규모로 충분히 지원해준다면 소비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클 것이다. 예산 조치를 임시 국회나 통상 국회의 초반에 처리할 필요가 있다.

아베노믹스는 지금껏 효과를 발휘해 왔지만, 이를 상쇄하는 듯한 부정적 효과도 동시에 존재해 왔다. 소비세 증세와 원유 가격 하락 등 2가지가 그것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실질 2%, 명목 3%로 만들기 위한 관점에서 보면 아베노믹스는 진행 중이고 ‘7부 능선’ 정도 왔다고 생각된다.

첫 번째 화살인 금융정책에서는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재정을 주축으로 하는 두 번째 화살은 작년 수정예산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첫 번째 화살 보다는 낮은 점수이다.

성장전략이 주축이 되는 세 번째 화살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고 단기적으로는 이룰 수 없는 목표이다.

원유 가격이 조금 하락하고 있는 데다 물가 예상치도 약간 내려가고 있다.

4~6월 GDP가 연간 비율로 마이너스 1.2%였으므로 예상되는 GDP 성장률도 당초보다 크게 내려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증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지금 같은 상태가 이어지면 추가 완화의 필요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년도 참의원 선거에 대비해 또 다른 선택지가 되는 것은 소득재분배 정책이다. 성장한 과실을 공평·공정의 관점에서 배분해 나간다. 다음의 중요한 축은 재분배라고 총리도 잘 알고 있다.

(2017년 4월 소비세를 10%로 인상하는 것에 대비해) 조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되지만, ‘마이 넘버 제도’의 시행에 맞춰 이른바 ‘급부성 세액공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세율을 경감하는 것은 이와 같은 발상이지만, 집행하기가 쉽지 않다. 세율을 낮추는 것은 대상 품목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최저한도로 억제하고, 본격적인 소득재분배는 급부성 세액공제로 실현해나가야 할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비세 증세의 재연기는 하지 않는다는 각오로 추진해 간다. 이를 견딜 수 있는 거시경제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최대 사명이다. 지금은 소득세 증세 재연기 여부를 논의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구조개혁

 미우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상공회의소 회장)

5년간 5명의 총리가 교체되었던 시절을 떠올리면, 하나의 안정적인 정권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일본에겐 커다란 재산이다.

아베 총리가 주장하는 ‘경제 최우선’ 노선이 명실상부하게 실행되길 기대한다. 최우선 과제로서 디플레이션 탈출을 내걸고, 대규모 금융완화와 재정 지출을 실시한 것이 아베노믹스의 제1막이었다.

20년간 지속된 디플레이션이야말로 일본 경제의 원흉이었는데, 이에 대해 아베노믹스의 제1막은 뒷일은 생각하지 말고 눈앞에 있는 산을 넘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당연히 이에 대한 비판이나 부작용은 존재한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어느 누구도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처방전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내세우지 않았다. 이 또한 사실이다.

기업도 가계도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엔화 상승은 멈췄고 주가는 올라, 기업은 사상 최고치의 이익을 챙겼다. 주주에 대한 이익 환원도 유지하거나 보정하는 경향이다. 돈을 쌓아두겠다는 기업은 확실히 줄었다.

그러나 금융완화나 재정지출은 ‘시간 벌기’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올가을 이후에 추가적인 재정지출, 추가적인 완화라는 형태로 또다시 이 두 가지에 의존하는 것은 멈춰야 한다.

본질적인 구조개혁에 힘을 쏟을 시기가 도래했고, 아베노믹스는 제2막으로 원활하게 이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1%도 안 되는 잠재성장률의 수준이다. 최근 중국발 시장의 혼란 상황을 통해서도 언뜻 보였지만, 일본 경제는 반석위에 있지 않다.

성장 엔진이 약한 배로는 거친 바다를 헤치고 나갈 수 없다. 언뜻 잘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마이너스 성장이 되거나 주춤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성장엔진을 강화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아베노믹스의 제2막에 해당하는 성장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숙제가 있다.

효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효과가 나오지 않으면 아베 정권이 이상하다는 압력을 받을텐데, 인내력과 끈질김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정부가 추구하는 미래상에 대해 상당한 확신을 갖지 않는 한 쉽사리 성공할 수 없다.

정권이 모색하는 성장을 위한 환경정비의 수준은 어떤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조금만 더 가면 타결될 것이다. 경제계가 총동원되어 요구해온 원자력발전소 재가동도 센다이(川內) 원자력발전소 1곳만 가동되기 시작했지만, 0과 1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민주당 정권 하에서 제기된 엔화강세 등의 ‘6중고(重苦)’는 해소되고 있는 도중이다.

이런 와중에 노동력 부족이나 지방 황폐화라는 과제가 눈에 띈다. 제1막이 어느 정도 성공했으므로 대응할 여력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TPP도, 규제완화도 정치의 역할이랄 수 있는데, 안정적인 정권에 의한 이해관계 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선거만을 생각하는 정권은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안정적인 정권기반이 확립될 때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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