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으로 읽는 오늘의 일본

▲ 이동준 교수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 법안의 국회 통과를 강행하면서 일본 정계는 지금 벌집 쑤신 듯 어수선하다.

아베 정권의 불안 요소는 정치적 이슈만이 아니다. 아베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잇달아 경계경보가 발동되고 있다.

아베를 대신할 대체 권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지만, 아베노믹스로 대변되어온 일본 경제의 향방은 언제든지 정권교체를 유발할 수 있다.

 『일본경제신문』 의 세리카와 요이치(芹川洋一)의 기명 칼럼과 아베의 지역구인 시모노세키에서 발행되는 『죠수(長周)신문』의 최근 보도를 각각 소개한다.

 세리카와 요이치(芹川洋一) “경제가 총리를 부르고 있다” 『일본경제신문』(2015년 8월31일, 4면)

내일부터 9월이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 무척이나 더웠던 올해. 흐름이 바뀌게 된 것 중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지지율이 있다. 여름이 끝나면서 주가도 크게 움직였다.

지지율과 주가. 이 두 가지는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 둘 다 인간의 심리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자극으로 조금만 분위기가 바뀌면 하나의 방향으로 우르르 움직인다.

‘아베 1강(强)’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견고해보였던 이 정권. 올여름, 안보 법안을 둘러싸고 흔들렸다. 전후 70년 담화는 어쨌든 넘겼다.

곧 법안의 참의원 처리 시기가 다가온다. 자민당의 총재 선거도 있다. 무투표 당선이 될 듯하지만, 이에 앞서 내각 개편, 자민당 인사가 있다. 정권의 틀을 어디까지 재정비할 수 있을까.

정권의 힘을 측정하는 한 가지 지표는 여론조사이다. 여론조사정치(poll politics)라고도 한다. 조사결과에 따라 정치가 움직이는 것이 최근의 특징이다. 소선구제의 정착과 함께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이때 주목해야 할 지표가 내각지지율이다. ‘30%면 노란불, 20%면 빨간불’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기준이다.

이보다도 더 설득력이 있는 지표가 있다. 내각지지율과 정당지지율의 조화 수준을 가늠하는 것이다. 두 가지 비율을 더한 지수는 정권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를 정권 안정도지수(leadership stability index=LSI)라고 부른다. ‘LSI가 100이라면 절대 안정, 50이면 퇴진, 80이면 그런대로 안정.’ 이는 LSI의 경험칙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내각은 거의 80이상이었다. 50이면 퇴진해야 한다고 자민당의 아오키 미키오(青木幹雄) 전 참의원 의장은 말해왔는데, 실제로는 60이면 경계경보, 70이면 주의예보를 발령해야 했다.

아소 타로(麻生太郞),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 나오토(菅直人),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등 과거 여러 내각을 보더라도 60 라인을 지키지 못하면 정권 유지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단번에 퇴진 라인인 50으로 미끄러지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베 내각인데, LSI가 7월에 74를 기록해 6월부터 11 포인트나 하락하면서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이 활발히 제기됐다.

그러나 8월에는 그 만큼 다시 상승해 85를 기록, 안정 라인까지 회복했다. 어쨌든 다시 안정 모드로 돌아선 듯도 하다.

다만 참의원에서 안보 관련 법안의 심의가 진행 중이다. 더욱이 올가을에 요주의해야 할 것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지지율의 동향을 볼 때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2012년 12월 정권 발족이후 14년 여름까지 아베 정권이 주가의 움직임과 연동해 지지율을 유지해온 ‘주가연동정권’이었다는 점이다. 주가가 상승국면이면 정권지지율도 오르고, 주가가 떨어지면 지지율도 하락한다.

두 차례 다른 움직임을 보인 적도 있다. 2013년 말 특정비밀보호법을 밀어붙였을 때와 14년 7월 중의원에서 집단적 자위권 허용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이다.

이때는 주가와 정권지지율의 동향이 일치하지 않았다. 주가는 오르고 있는데도 지지율은 떨어졌다. 올해 들어 악어의 입처럼 둘 사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흥미로운 사실이 확인된다. 신문이나 잡지의 기사를 검색할 수 있는 ‘닛케이(日経)텔레콘’을 이용해 5개 전국지(紙)가 ‘아베노믹스’라는 단어가 나오는 기사를 얼마나 게재했는지 조사해 봤다.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태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 일본 NHK 방송 캡처

그 결과, 2014년부터 1년 반 동안 선거공약 등을 통해 기사 게재수가 크게 상승하는 중의원 선거 전후를 제외하면, 아베노믹스라는 단어의 감소와 정권지지율의 저하가 왠지 같은 경향을 보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함의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① 유권자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경제인데도 정권이 추구해온 것은 정치적 내용뿐으로, 양측 간에 간극이 벌어졌다. ②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정권의 자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유권자는 인식하고 있다.

지금 중국에서 촉발된 주가하락을 계기로 세계경제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일본은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가 아베 총리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내각의 커다란 정치적 자원은 지지율이다. 자민당 내의 젊은 의원들이나 총리 측근의 실언 등으로 인해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교만함과 오만함이 표출되면서 자민당에 대한 ‘싫은 느낌’(이시하 시게루[石破茂] 지방창생담당상)이 확산되고 있다. 총리에 대한 공명심(功名心)과 알아서 복종하는 심리에 의한 ‘탈선사고’이기도 하다.

겸허함을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신의 당’의 분열소동으로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워졌지만, 야당과 안보 관련 법안의 수정을 둘러싼 협의 등을 추진해 합의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후 70년 담화가 평가를 받은 하나의 이유는, 보수적 색깔을 엷게 해 중도에 접근했다는 인상을 준 점이다.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공명당 지지자의 내각지지가 크게 늘었고, 무당파도 7월의 17%에서 20%로 3포인트 상승, 담화에 대해서도 26%가 좋게 봤다.

이것이 포인트이다. 날개를 왼쪽으로 넓히는 것이다. 온건한 보수라는 이미지는 안심감을 부여한다. 이는 아베 총리의 정치 스타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어느 중견 국회의원은 “여성 후원자가 ‘아베씨는 왠지 무섭다’고 말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일부의 언론 보도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정치행동이 직선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겸허, 신중, 온건. 올 가을, 때로는 키를 조정해 방향을 바꾸면서 배를 나아가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베노믹스는 어디로 갔나” 『죠수(長周)신문』(2015년 8월21일, 1면)

아베노믹스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지금껏 일본은행이 약 300조엔이나 되는 국채를 구매해 시장에 엔화를 공급함으로써, 문자 그대로 ‘다른 차원의 금융완화’에 의해 대기업의 실적은 크게 늘었고 헤지펀드 등 외국인 투자가들도 크게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이제 ‘아베노믹스’라는 명칭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실제 경기는 침체되어 ‘도금(鍍金)’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소비세 증세의 영향을 받은 작년도 연율 마이너스 0.9%에 이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의 성장률도 이전 3개월과 비교해 마이너스 0.4%, 연율 환산으로 마이너스 1.6%라는 대폭적인 경기 후퇴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경제가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내각부가 발표한 4~6월 GDP 속보는 물가변동 영향을 제외한 실질 면에서 전기 대비 0.4% 감소였다. GDP의 약 6할을 점해온 개인소비가 크게 줄었고, 설비투자도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다, 더욱이 중국의 경기 후퇴로 수출마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최근의 GDP 하락은 특히 개인소비 침체 때문이다. 작년부터 소비세가 증세되면서 가계소비지출이 크게 위축됐는데, 올해 4~6월 경기도 계속해서 전기 대비 0.8% 감소로 침체 일로이다.

소비세만이 아니라 전기요금이 상승한 데다, 엔화약세 정책에 의해 의도적으로 인플레가 발생하면서 수입 식자재 가격도 올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임금은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 일반은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디플레 탈출’, ‘물가 2% 상승’이라는 명목을 내세우면서 물건 값만이 상승하는 가운데 일반 근로 가정은 일방적으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생활이 지속되었다.

대기업들이 베이스업을 주장하고, 정부는 ‘낙수효과’ 이론을 내세워 상부구조가 윤택해지면 하층부로 국물이 미친다고 선전해왔다.

하지만 후생노동성이 발표하고 있는 매월근로통계조사에 의하면, 현금 급여 총액은 리먼 쇼크 이전보다도 더욱 침체했고, 실질 임금도 작년보다 줄어들었다.

이는 정사원의 극히 일부만이 혜택을 받은 반면, 대부분의 근로자는 오히려 손실을 봤다는 점, 역대 최대의 이익을 올렸다는 기업들이 사회에 이익을 분배하지 않았다는 점을 여실히 말해준다.

GDP를 끌어내린 또 다른 요인으로는 수출이 4.4% 감소한 점과 관련된다. GDP 후퇴는 ‘중국의 경기 후퇴’를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이제 중국의 경제성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경기 후퇴가 미국 경제와의 관련성보다는 중국과 관련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센카쿠열도 문제 등으로 정치적으로는 긴장관계를 연출하면서도, 중일 무역이나 중국인의 일본 관광이 일본 경제에 중요한 요소로서 자리잡고 있다.

무역에 관해 살펴보면, 리먼 쇼크가 일어난 2008년까지는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었다. 그러나 그 후 미국 경제가 후퇴하면서 중국이 최대 수출 상대국이 됐다.

2014년에는 미국이 다시 일본의 제1 수출대상국으로 복귀했지만, 재무성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출액은 13조 6,500억엔으로 13조 3800억엔의 중국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일본의 수출총액 73조 1,000억엔 가운데 미국이 점하는 비율은 18.7%에 불과하다.

한편, 중국, 한국, 대만, 홍콩,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이 39조 5,200억엔(54.1%)으로 대부분을 점하고 있다.

수출입국인 일본은 아시아권을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수출총액 가운데 EU는 7조 5,900억엔으로 전체의 10.4%, 중동은 2조 9,900억엔(4.1%)이다.

수입 상대국의 측면을 보면, 여기서도 리먼 쇼크 후는 중국이 단연 1위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앞서와 같은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4년 수입총액 85조 8,900억엔 가운데 중국은 19조 1,700억엔(22.3%)으로 상당 부분을 차지한 반면, 미국은 7조 5,400억엔(8.8%)을 점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은 38조 6,200억엔(45%)을 기록했다. 이밖에 유럽연합(EU)이 8조 1,700억엔(9.5%), 석유 등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는 중동이 15조 8,400억엔(18.4%)을 점했다.

이는 경제적으로 중국이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제국과의 우호관계를 강화하지 않으면 국가로서의 존립기반이 크게 훼손될 수 있음을 잘 말해준다.

국내시장을 고갈시키면서 해외시장의 개척을 추구하는 독점자본의 눈으로 보더라도 13억인 중국 시장을 포기한 채 시비조 외교를 전개하는 것이 얼마나 바보스러운 행위인지 명확해지는 대목이다.

2012년 말 아베 정부가 재등판한 이후부터 환산하면 GDP는 불과 3년만에 달러 기준으로 거의 40%가 감소한 것이 되고, 일본 엔화로 환산하더라도 11% 감소라는 수치가 나온다.

엔화 약세로 수출이 늘어나 경기가 좋아진다고 말해왔지만, 수출도 늘어나지 않았다. 벌어들인 기업이익이 일반 국민에게 흘러들어가는 일도 없었다.

경기는 ‘온건한 회복기조’(정부, 일본은행)는커녕 오히려 대불황 돌입을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아베노믹스’의 참화라고 부를 만한 사태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아베 정부가 한 일은, 요컨대 일본은행이 국채를 대량 구입해 엔화약세 정책을 실행하고, FRB를 대신해 시장에 뿌린 돈을 해외 해지펀드가 거둬들인 것뿐이다.

투자대상을 잃은 채 눈을 부라리고 있던 금융자본이 ‘아베노믹스’라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거품에 편승해 일본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면서 닛케이평균은 달아올랐다.

일본은행이 공급하는 돈으로 외국자본이 달러를 구매함으로써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동시에 적당한 값이 된 일본의 주식을 구입함으로써 주가를 끌어올리는 양상이었다. 이런 ‘호경기’에서 돈을 번 국민은 거의 없다.

‘국고가 비었다’는 명목 하에 소비세 등으로 국민 부담을 강제하는 가운데 다국적기업화한 대기업은 법인세 감세 혜택을 받으면서 외국으로 생산거점을 이전해왔다.

국내를 완전히 피혜화시킨 가운데 이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의해 일본시장을 통째로 외국자본에 팔아넘기는 데에도 전혀 주저하지 않는 형국이다.

나중 일은 나몰라라는 자세로, 일본의 국익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경제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1억 2,000만인의 국민이 소비하고 경제활동이 순환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회복 운운은 어불성설이다.

생활하는데 필요한 임금이 없으면 구매의욕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비정규고용의 자유화를 통해 1억 2,000만인 시장을 근본부터 훼손하는가하면, 한발 더 나가 ‘자동차가 팔리지 않는다,’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면서 해외시장을 찾고 있는 것이 독점자본이다.

이들이 이윤을 독점하는 한 불경기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탐욕스러운 자본이 더욱 이익을 얻기 위한 시장원리개혁이며, 이를 위한 금융정책이 ‘아베노믹스’였다.

‘아베노믹스’는 불과 3년 만에 그 진상이 들어났고, 아베 신조도 퇴진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 국내정치는 안보 관련 법안 문제로 수습이 안 될 지경에 이르렀고, 외교 분야에서는 근린제국과 정상회담을 열지 못할 정도로 악화되었다.

유일하게 의지할 분야였던 경제정책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에 잠식되어 종말을 맞을 지경이다. 고이즈미 개혁에 박차를 가해 일본 사회를 붕괴시켜온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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