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현의 강남 부동산 이야기

▲ 최충현 대표

[이코노뉴스=최충현 대치동 서울공인중개사 대표] 서울 강남에서도 부동산 1번지인 대치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20년 넘게 해왔지만 난감한 질문에 고민하긴 마찬가지다.

요즘도 적지 않은 고객들이 “강남의 아파트 값이 오를 것 같냐 내릴 것 같냐”라는 직격탄에 이어 오르면 오르는, 내리면 내리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한다.

‘뜨내기’ 업자라면 각종 언론 매체의 가격 동향 보도와 지역의 사정을 대충 버무려 ‘그럴싸한 답변’을 내놓겠지만, 대치동에서만 20년 넘게 영업을 하다 보니 선뜻 대답하기가 곤란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꾸준하게 오름세를 보여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소 주춤거리는 모양새다.

각종 부동산 관련 매체들은 여전히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보도를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중개업을 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8월은 한여름 땡볕 탓에 전통적으로 부동산 비수기로 통했지만 올해 서울에서는 거래가 많이 이뤄졌고, 집값도 상승했다고 한다.

1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가격은 7월 대비 0.42% 올랐다. 다만 상승폭은 7월(0.44%)보다 줄었다.

특히 자치구별로는 강남구(0.90%), 서초구(0.80%), 성북구(0.74%)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아파트 거래도 1만건 이상 체결됐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이뤄진 아파트 매매 거래는 모두 1만443건이었다. 8월 거래량이 1만건을 넘어선 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6~8월 간간히 계약이 이루어 졌지만 실제 거래가격은 거의 보합세에 머물렀다. 일부 동료들은 대치동의 경우 거래 성사 가격이 1000만~2000만원 정도 내려갔다고 말한다.

매수 상담문의도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물론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은 그 진행 속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렇다고 보는 게 옳은 것 같다.

이 같은 흐름에는 당연히 정부의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이후 직접적인 부동산 대출 규제책인 LTV(주택담보 인정비율)와 DTI(총부채 상환비율)를 완화했다.

이는 일반 국민에게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메시지로 해석됐고 젊은 세대가 빚을 내서 집을 산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실제 전세금은 급등하고 대출금리는 낮아지는 틈을 타 한동안 아파트 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 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 정책이 부동산시장 활성화에서 가계부채를 관리하려는 쪽으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정부의 가계대책에 따르면 내년부터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원금 분할상환 위주로 바뀌고 대출심사도 강화된다.

 

특히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되도록이면 1년 이내로 단축하고,

LTV, DTI가 모두 60%를 초과하면 대출을 받자마자 초과분에 대해서는 원금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정치적 부담 탓인지 LTV와 DTI는 별로 건드리지 않았지만, 원금상환에 대한 부담을 채무자에게 주고 대출심사를 강화해 가계부채를 줄여보겠다는 게 목적이다.

한 마디로 ‘빚내서 집사는 일’은 포기하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오락가락 정부 정책만 비난할 수만도 없다. 양도 차액을 노리는, 투자를 위한 매수는 더 이상 쉽게 통하지 않는 세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아파트도 여느 ‘상품’과 다를 바 없다. 소비자의 경제적 능력이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돼야 한다.

물론 강남권의 경우 구매 여력이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이들은 지금 매수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을 넓혀 보면 과도한 대출을 받고 아파트를 샀는데 가격은 오르지 않고 처분도 여의치 않아 고생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빚까지 내서 구매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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