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작가 인터뷰...더불어 사는 삶

아티잔(장인·마스터)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마이마스터즈가 국내 최초로 등장, 화제가 되고 있다.

마이마스터즈(MyMasters.net)는 정상급 아티잔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과 시스템을 제공하고 작품 판매 및 마케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 김광신 대표

 

 

 

 

김광신 대표(52)는 “마스터들은 이름을 걸고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완성도가 매우 높고 직거래인 만큼 가격도 합리적”이라며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마이마스터즈에 가입한 마스터들은 옻칠 나전 한지 등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공예 분야에서부터 가구 액세서리 패션 등 현대 공예 분야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아티잔 라이프 스타일(Artisan Life Style)을 새롭게 제안하는 마이마스터즈는 작가주의 생활 용품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생활용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을 양성하는데도 역할 할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들의 삶과 작품 활동을 이야기 한다. [편집자주]

 

백자하면 단연 조선백자다. 질박하고 유연한 모양새가 보는 이의 마음을 절로 넉넉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옛것이며 감상과 예찬의 대상이다. 박물관에 가야만 만나는 백자는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멀다. 그렇기에 도예가, 정유정은 스스로 먼저 다가가기로 마음먹었다. ‘백자+문방구’라는 신선한 조합의 ‘오소소’를 들고서. 그녀의 작품은 일상 속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은은한 백자 소품들이 바로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더불어 사는 삶”이 인생의 목표라는 지은 이의 마음을 닮아 따뜻한 온기를 가득 담고서.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소개해 달라.
현재 백자로 문방구 작업을 하고 있다. 책상이나 책상 공간 주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백자로 제작한다. 원래는 대학원에서 백자 문방구 작업으로 논문을 썼다. 그것을 토대로 계속 작업을 이어오다 좀 더 브랜드화해보자는 생각에 ‘오소소’라는 이름을 지었다.

 

오소소의 의미는?

작은 물건이 소복이 쏟아지는 모양새, 바람에 작은 나뭇잎 따위가 많이 떨어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을 뜻한다. 오소소는, 개인적이고 조용한 순간들의 일상적인 기록들을 모아 정성스러운 손길과 시간을 더해 책상공간에서 사용 될 수 있는 문방구를 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순우리말인 ‘오소소’가 내가 하고 있는 작업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궁금했다. 왜 하필 백자고, 왜 하필 문방구인가?
처음부터 도예를 했던 건 아니다. 시작은 시각디자인이었다. 그러나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다시 입시준비를 해 도예를 시작했다. 그 후 다양한 도예 작업을 거쳤다. 오브제도 하고 색도 많이 쓰고. 그러나 이내 회의적인 마음이 들었다. 색이나 크기나 남을 의식하는 표현들이 늘었다. 좀 더 커야 멋있어 보인다거나, 색이 화려해야 더 시선을 끈다든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기에는 많은 표현이 필요하지 않았다. 도예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전통을 가진, 깨끗한 백자를 선택하게 됐다. 일상의 가치를 표현하고자 할 때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 중에 하나가 책상이고 그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방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작업하면서 어려운 점은?
아무런 무늬도. 색도 없는 백자이기에 쉽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 작업을 해보면 가장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백자일 것이다.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이르기가 어렵고, 작업과정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다. 파손되기도 쉽고 유약의 정도에 따라서도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더불어 요즘엔 색이나 패턴이 들어간 도자기를 선호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백자 작업이 고루하다 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백자는 가까이 두고 보면 볼 수록 그 매력이 빛을 발한다. 그렇기에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재미요소를 더해 여러분들께 쉽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계속 배우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백자 작업에 임하고 싶다.

공예품이 일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공예품이야말로 일상에 풍요로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이라는 것이 멀리 미술관에 가야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자신과 주변에 있는 것들부터 서서히 변해야 문화가 형성되고, 그것이 곧 예술이 된다고 믿는다. 일상 속에서 소중히 여기며 즐거이 사용할 수 있는 공예품이야말로 쉽게 접하고 나눌 수 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핸드메이드, 공예품의 매력은?
대량생산돼 똑같이 찍어서 나오는 것들보다 오로지 그것 하나에 의미를 두고 가치를 나누는 것이지 않나. 손길을 한 번 더 가하고 정성이 조금 더 들어가고, 그를 통해 사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릇파릇 프로젝트를 소개해달라.
오래전부터 내가 가진 재능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공간도 푸르고, 마음도 푸르렀으면, 하는 바람으로 ‘파릇파릇’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짓고, 화분을 나눔 용으로 디자인해 판매했다. 그리고 소셜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화분을 드리고 후원을 받았다. 처음엔 후원금으로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나눠줬다. 그 후 두 번째 프로젝트 땐 함께 하고자 한 친구(도자작가 3인, 서양화작가 1인)들과 함께 캄보디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교육을 진행했다. 그 후 남은 10% 금액은 종합 복지관에 학용품을 기부했다. 파릇파릇 프로젝트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살아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싶다.

 

앞으로 어떤 공예가로 기억되고 싶나.
어려운 분들이 얼마나 많나. 그런 분들껜 도자기가 사치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내가 먼저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다. 사실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해지는 데엔 관심이 없다. 그저 내가 만든 물건들을 통해 주변에 작지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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