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주 작가 인터뷰...거닐기 좋은 하는 사람

아티잔(장인·마스터)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마이마스터즈가 국내 최초로 등장, 화제가 되고 있다.

마이마스터즈(MyMasters.net)는 정상급 아티잔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과 시스템을 제공하고 작품 판매 및 마케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김광신 대표(52)는 “마스터들은 이름을 걸고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완성도가 매우 높고 직거래인 만큼 가격도 합리적”이라며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 김광신 대표

마이마스터즈에 가입한 마스터들은 옻칠 나전 한지 등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공예 분야에서부터 가구 액세서리 패션 등 현대 공예 분야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아티잔 라이프 스타일(Artisan Life Style)을 새롭게 제안하는 마이마스터즈는 작가주의 생활 용품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생활용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을 양성하는데도 역할 할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들의 삶과 작품 활동을 이야기 한다. [편집자주]

 

[flaneur] 한가롭게 거니는, 거닐기를 좋아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을 뜻하는 플라뇌르는 19세기 프랑스에서 유래한 말이다.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생업에 쫒기지 않으며, 마음이 내킬 때 한가하게 도시를 산보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 우아하고 유익한 걸음걸이를 꿈꾸며 정순주 작가는 하늘빛 가방을 짓기 시작했다. 쪽으로 염색한 천연가죽에 한 땀, 한 땀 정성껏 바느질한 가방. 한가로운 가을 하늘을 연상시키는 ‘플라뇌르’를 들고 있으면 무작정 걷고 싶어진다. 쫓기듯 달려온 일상을 내려놓고 더없이 넉넉한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가죽과 천연염색의 만남이 인상적이다. 지금의 소재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오래 전부터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다. 재료나 기법이 한국적이면 굉장히 모던한 디자인을 만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더 세련되고 새로운 아름다움이 나온다고 믿었으니까. 직접 그린 그림을 자기에 프린트한다든지 하는, 크로스오버적인 생각들이 작업의 바탕을 이뤘다. 또 하나는 오래전부터 가죽을 좋아했다. 그런데 가죽은 무거워서 들고 있으면 힘들어지는 시기가 오더라. 가죽 자체는 너무 예쁜데 아쉬웠다. 그래서 그동안의 생각들을 함축해 표현한 것이 ‘플라뇌르’다. ‘가죽으로 염색을 하는데 천연염료를 쓰고. 그렇지만 가볍고 종이 같은 질감의 어떤 걸 만들어보자’라는 게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공예는 다른 장르에 비해 대중과의 소통에 소극적인 듯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
 

나 역시 처음엔 가방을 드는 사람들의 편안함이나 기능보다는 물질성이나 텍스처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스스로 하고 싶은 디자인의 가방을 만들어왔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상업성이 강한 페어에 나갔다. 수없이 다양하게 펼쳐진 제품들 가운데서 툭 내던져진 느낌을 받았다. 사실 그 전까지는 항상 안전하게 보호받는다는 느낌이었다. 같은 업종에 있거나 디자인, 미술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내 가방을 호평해주고 애용해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페어에 오는 분들은 미술과 관련 없는 일반인 들이거나, 다른 장르의 미술을 전공 한 분들이 더 많았다. 가방을 걸어놓았을 때 이게 가죽이라고 인지하는 분들이 10%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방을 만져보고 "이게 너무 좋아요" 라고 사가는 분들이 계서서 큰 힘을 얻었다. 그 후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일반대중을 이끌고 수준을 높여준다는 의미보다는 조금이라도 중간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 미술을 하는 사람들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대중에게도 내 작업을 소개하기 위해선 조금 다른 디자인으로 풀어야 될 것 같다.

 

명품 브랜드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플라뇌르’만의 매력은?
 

내 가방을 좋아해주시는 분들 중 “명품을 다 써봤는데 이제 더 이상 들고 싶지 않다”고 말씀해주신 분이 계셨다. 개인적으로 차별화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기존의 명품으로는 더 이상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거다. 단순히 겉, 외양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대안을 찾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다. ‘플라뇌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나 또한 염색을 하면서 어느 정도는 예상은 하지만 이게 어떤 결과가 나올지 100% 예측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비슷한 정도의 채도나 명도의 가방이 나와도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갖는 분들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방을 갖는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아티잔 라이프 스타일(artisan life style)은 무엇인가?
 

난 작가가 농부랑 똑같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해가 뜨면 자신의 일터로 가서 일을 하고, 어두워지면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소소한 시간들이 쌓이는 가운데 그저 스타일로서 소비될 물건이 아닌, 만든 이의 생각과 가치가 담긴 물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쪽이라는 전통염료를 가지고 이렇게 아름답고 예쁜 걸 만들 수 있구나. 이것이 우리 생활에서 평범하고, 귀하게 사랑받을 수 있구나’ 그것을 내 가방을 쓰는 분들이 함께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반드시 비싼 물건을 쓰지 않아도 이 같은 소중함들을 인정하고 즐길 수 있다면 우리 생활의 격이 한 단계 높아질 거라 믿는다. 그렇기에 우리의 것. 아름다운 것이 소소한 일상의 일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조금씩 확장되면 하나의 문화, 아티잔 라이프 스타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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