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부의 사회환원’은 이제 제법 익숙한 말이 됐다.

이 말은 원래 사회를 기반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은 마땅히 사회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에 의해 현금이나 현물을 기부하는 것을 의미했다.

사회적 압력이 시사하듯 ‘부의 사회환원’은 시혜성(施惠性)에다 수동적이었고 기부거절로 인한 비난을 피하는 방법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가진 단어였다.

▲ 임태형 대기자

극단적으로 보면 어쩔 수 없이 뜯기는 돈이라고 생각한 탓에 기부의 효과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와 관련, 대기업들이 뇌물공여가 아니라 정권의 압력에 굴복해 어쩔 수 없이 재단에 바친 준조세 성격의 기부행위라고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번 사태를 떠나 기업 간의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기업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주주, 정부, 시민단체, 고객 등)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강해지면서, 기업들은 기부의 양을 늘리게 되고 이왕 할 바엔 좀 더 능동적으로 하면서 홍보 효과에 대한 기대도 점차 키우게 된다.

따라서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장려하고 NGO(비정부기구)와 함께 공익프로그램을 시행하며 착한 기업 이미지를 심기 위해 사회공헌을 위한 기업의 인적 물적 자원 투입을 매년 큰 폭으로 늘려나가게 되었다.

기업사회공헌 활동이 투자라고 할 만큼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이제 ‘전략적 사회공헌’에 주목한다. ‘전략적’이라는 단어가 붙음으로써 이전의 시혜성 사회공헌, 즉 착한 기업 이미지 만들기에 만족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경영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공헌으로의 전환을 의미하게 되었다.

전략적 사회공헌은 사회공헌활동이 경영과 분리된 별도의 자선활동이 아니라, 사회공헌활동의 결과가 경영에도 분명 기여하게 한다는 개념이다.

사회공헌은 생색내기나 홍보용이 아닌 경영과 분리되어 순수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지만, 구체인 경영성과 제시는 주주와 경영자가 사회공헌에 지속적인 투자를 결심하게 하는 동인(動因)을 제공하며 지속가능한 사회공헌을 가능케 한다는 점 때문에 당위성이 강화되고 있다.

사실 기업사회공헌에서 경영적인 성과와 사회적인 성과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은 쉽지가 않은 일이다.

▲ 16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 1층 ‘착한목소리 기부존’에서 직원들이 ‘SC제일은행 착한도서관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오디오 콘텐츠를 감상하고 있다. 시각장애 청소년을 위한 꿈 백과사전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오는 31일까지 재능기부를 신청할 수 있다./SC제일은행 제공

최근 20여년 동안 대부분의 경영자가 사회공헌활동의 경영적 성과를 요구하고 학계와 기업 사회공헌업무 실무자가 함께 사회공헌의 성과측정 도구를 개발하여 수치로 보여주고자 시도를 했지만 별 진전 없이 여전히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980년대 중반, 선진 기업들은 기존의 기부, 그리고 직접 시행하던 공익프로그램에 더하여, 소위 대의마케팅(Cause Marketing)에 대한 시도를 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확인하게 되면서 이후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대의마케팅을 시도하며 사회적 성과와 경영적 성과 두 가지를 동시에 누리는 단맛을 보아 왔다.

그래서 해외 선진 기업들의 대의마케팅이 사회공헌과 어떻게 연계되고 어떻게 사회적 성과와 경영적 성과 두 가지를 얻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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