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요즘 날씨만큼 을씨년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으로 드러난 사회 지도층의 뻔뻔한 민낯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도 우리 고유의 인정을 잃어버리고 점점 각박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따듯한 정이 그리워지는 세월이다.

▲ 임태형 대기자

한 세기 전만 해도 달랐다고 한다. 100여년 전 조선의 프랑스 선교사는 조선 팔도가 정(情)의 네트워크(Network)로 짜여 있기 때문에 가벼운 옷가지만 챙겨도 어디든 여행이 가능하다며 경이감을 표현한 적이 있다.

그랬던 우리가 오랜 시간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거치며 소중한 것을 잃어가다 이제 다시 나눔이나 사회공헌이라는 단어와 만나고 있다.

나눔과 사회공헌, 두 단어의 의미를 굳이 구별한다면, 사회공헌은 기업 등 조직체의 공식적인 나눔활동에 주로 사용하며, 나눔은 사회공헌활동을 포함해 개인의 기부, 자원봉사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나눔에 비해 사회공헌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낯선 것 같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나눔 자원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우선 소개한다.

먼저 “기업은 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압력(Pressure), 전략(Strategy), 가치(Value) 3개의 단어로 답할 수 있다.

압력은 소비자, 언론, 정부, NGO(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압력을 말하며, 전략은 경쟁력 강화, 이익증대 등 기업역량강화를 위한 전략이다.

가치는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을 기업의 핵심가치로 삼고 이를 사회공헌으로 구현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기업 사회공헌은 사회의 압력 또는 전략적 차원에서 시작하게 되지만, ‘사회의 발전 추구’라는 기업의 핵심가치 실현이 동인(動因)으로 작용하면서 바람직한 모습의 기업사회공헌활동으로 귀결된다고 한다.

저개발국의 값싼 노동력-심지어 미성년자의-을 착취해 폭리를 챙긴 나이키나 스타벅스는 사회의 압력에 의해 사회공헌을 본격화했지만, 점차 사회공헌을 기업의 핵심가치로 삼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 현대백화점 임직원들이 3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에서 수레로 연탄을 나르고 있다./뉴시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중반부터 비자금 조성 등 기업들의 연이은 비리 사건들에 대해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이 사회공헌 참여를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지금은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한 진정성 있는 활동으로 발전한 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편 기업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고, 고객 충성도와 판매를 증가시키며,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며,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외부적 효과뿐만 아니라, 활동 과정에서 내부적 효과가 의외로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경영의 가치를 사회의 발전에 두고 사회공헌을 중시하는 경영진을 종업원은 신뢰하고 존경하게 되며, 이는 회사에 대한 자긍심으로 이어진다.

▲ KT&G 임직원 등이 전북 전주시 노송동의 한 골목길에서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전주시청 제공

종업원들은 일을 떠나 다양한 잠재 고객을 만나며 회사와 제품, 서비스에 대한 욕구를 접할 기회를 가지게 되는데, 이는 히트 상품이나 만족스러운 서비스 개발로 이어진다.

또한 노동시장에도 브랜드 파워가 있다고 할 만큼, 사회공헌으로 얻어진 좋은 평판은 우수인재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이상의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이유와 효과를 개인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이유는 기업과 달리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생활 속에 기부나 자원봉사가 있는 가족이 누리는 효과는 기업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기업의 시장확대 대신에 가족의 행복과 유대감이 커진다고 해야 하는 정도일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나눔 소식과 함께 나눔이라는 단어가 연일 회자되고 있다. 나눔이라는 단어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우리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위한 새로운 트렌드를 대표하는 단어로 재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나눔은 가진 자의 자선이나 현물에 한정하지 않으며, 개인이나 단체의 재능이나 인프라를 기부하는 등, 방법이 다양하고, 사회복지 이외 문화예술, 환경, 의료, 스포츠, 교육, 재해구호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가치가 사회와 기업의 동반발전을 추구하는 것에 있는 것처럼 나눔의 가치도, 넉넉한 사람이 가진 것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무엇이라도 나누면서 인정이 넘치는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데 시민 개개인이 책임의식을 갖고 동참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정이 넘쳤던 옛날을 그리워한다. 이제 그리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그 옛날의 정을 되살려 보면 어떨까.

세상이 야박하다 하지 말고 당장 나부터 시간과 현물과 재능을 기부할 곳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적어도, 우리 사회에 새롭게 부는 나눔의 바람이 예전 조선 팔도에 넘쳤던 정의 네트워크를 살리고 싶은 우리의 소박한 희망을 띄워줄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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