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한 기업을 대표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어떠한 기준으로 만들어야 할까.

기업사회공헌은 크게 공익사업과 임직원 사회봉사, 그리고 기부로 이루어진다. 활동의 대원칙은, 대표 공익사업이 사회공헌활동의 중심이 되고 이와 연계되어 사회봉사와 기부가 이루어짐으로써 사회공헌활동 전체의 효율과 성과를 최대한 끌어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사업과 사회봉사와 기부, 더하여 사회공헌 이벤트의 프로그램 기획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바로 ‘변화’라는 산출물이어야 한다.

사회나 대상의 변화는 사회공헌활동의 이유이며 활동의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여한다. 다음으로 신규성, 차별성, 사회적 기여도, 지역사회나 대상자의 욕구이며, 예산도 간과할 수 없는 고려 요소이다.

차별성은, 경쟁사를 비롯한 타사의 프로그램과 다르며 뛰어나다는 것을 뜻한다. 수많은 프로그램들 속에서 ‘무엇’을 한다는 것으로 차별화 하기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지만, 운영을 ‘어떻게’ 하는가에 의한 차별화를 도모하며 우리 회사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또한 충분한 예산이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긴 하지만, 주어진 예산에 맞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효율과 성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한 성공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표 공익사업은 기업의 경영과 사회공헌의 철학이 녹아 있을수록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사회봉사는 대상의 욕구를 간과하여 봉사자의 자기만족을 위한 프로그램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기부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사회공헌의 철학과 방향에 따른 분명한 기준에 의해 능동적으로 집행하여 효과성을 높이고, 이벤트는 목적 달성을 위한 예산의 효율성을 우선 고려하여야 한다.

사회공헌에서도 기업간 경쟁이 존재한다. 경쟁은 기업의 사회공헌 자원을 확대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차별화와 같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특정 대상, 특정 프로그램으로의 쏠림을 방지하고 사회적으로 자원의 고른 배분을 유도하기도 한다.

예산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사회공헌 부문은 백화점이 아니라 전문상품점 형태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사회공헌활동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의 성실한 이행’이라는 점이다. 사회공헌활동은 사회적 책임의 기반 위에서는 분명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만, 소홀한 사회적 책임을 가려주는 위장 도구가 아니며 항상 진정성있는 활동을 하여야만 국민의 신뢰와 인정으로 되돌아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1년 1월, 경영학계의 거장인 마이클 포터 교수와 마크 크레이머 Foundation Strategy Group 대표에 의해 제시된 CSV(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과 사회공헌의 실행 방법에 있어서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어 주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권의 경우 이미 빈곤층에 대한 경제적 자립지원 사업을 통해 금융사의 주요 고객으로 진입할 수 있게 한다는, 사회문제 해결과 경영성과 제고 두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CSV 개념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실행 중인 회사들이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이 과거처럼 경영활동과는 유리된, 이익의 사회환원이나 이미지 제고라는 막연한 목적이 아니라, 경영성과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활동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CSV는 기업들에게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 오고 있다.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고민이 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양과 질적인 기반은 충분하며, 전략적으로 재배치하고 단순화할 일만 남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 보인다.

건축에 비유하자면, 먼저 사회적 책임이라는 기초를 튼튼히 다진 위에, 낡고 용도가 불분명한 것은 과감히 허물고, 남은 것을 합쳐서 몇 개 건물만 높이 쌓자.

거기에다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내·외장을 하고, CSV와 창조적 자본주의, 기업사회혁신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운영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멀리서도 잘 보이는 건물, 들어서면 감탄이 나오는 멋진 건물을 설계하고 운영하자.

이러한 변화와 혁신을 위한 활동들이, 금융권에 유난히도 까다로운 국민과 이해 관계자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면서, 사회책임경영을 설계하고 실천하기를 바란다.

물론,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 예산은 이익이 난 이후의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을 보장하는 투자 예산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것,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