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기업의 몸집이 커지면서 ‘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CSR)도 비례하여 커지고 있다.

2011년 7월의 미국의 ‘월가점령 시위’라는 단편을 보더라도 금융권은 사회적 책임 요구를 가장 강하게 받고 있는 기업군에 속한다.

그만큼 금융권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며 국민을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 임태형 대기자

우리 금융권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추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본다. 1970년대부터 학술교육과 사회복지, 환경보전과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사업과 기부, 사회봉사의 방식으로 실행되어 왔다.

최근에는 빈곤층 자립이라는 사회문제 해결과 경영성과를 연계하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의 사회공헌활동으로까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2000년 이후에는 지속적이고도 전폭적으로 사회공헌 예산을 늘리며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사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CEO(최고경영자)부터 말단 직원까지 사회봉사활동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사회로부터의 인정이나 칭찬은 무척이나 인색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권의 경우 최근 수년간 매년 1000억원씩 사회공헌에 투자를 늘려오면서, 한국 기업의 평균 사회공헌투자금액인 경상이익의 1.7%를 훨씬 상회하는, 7000억원 가까운 사회공헌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일례로 전국은행연합회가 공시한 ‘2015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2015년 총 1014억원의 사회공헌활동비를 지출했다. 농협은행이 전국 지역단위로 조직한 임직원봉사단 ‘행복채움봉사단’은 지난 2015년 한 해 4700회가 넘는 봉사활동을 펼쳤고, 참여인원은 10만9000명에 달했다.

또한 각각의 금융회사는 이해 관계자의 요구나 정부의 시책에 대응하는, 이를테면 다문화, 사회적 기업, 일자리 창출, 미소금융 등 수많은 사회 문제에 관련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상을 보자면 손색없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사회공헌정보센터는 그동안 금융권의 사회공헌활동 내용을 수집하면서 사회공헌 투자규모와 프로그램의 높은 수준에 놀랐다.

▲ KB국민은행 신입 사원들이 지난달 26일 연수 프로그램 '도전 100㎞' 중 도보 이동 거리에 비례해 기부금을 적립하는 'KB국민은행 희망별'을 진행하고 있다./KB국민은행 제공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백화점식으로 수많은 프로그램이 나열되어 있다는 점과 금융사간에 큰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중복된 내용의 사회공헌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다양한 사회문제 모두에 관여하다 보니, 어느 하나 도드라지는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참여하는 경제교육 프로그램, 비슷한 대상 비슷한 내용의 사회복지 프로그램들, 그리고 이러한 많은 종류의 프로그램 각각에 충분치 않게 조금씩 할당된 예산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일반 국민들에게는 물론 이해관계자에게도 임팩트가 전해지지 않는 그저 그런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취급되고 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새삼스럽지만 각 금융사들은 타사와 차별화되고 사회적 기여도를 고려한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예산과 인적 역량을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기업에서는 내부나 주변 이해 관계자들의 요구에 의해 많은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중에는 홍보 목적의 단순한 이벤트나 즉흥적인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프로그램들도 있기 마련이며 이러한 프로그램은 수명이 길지 못하다.

하지만 어려운 기획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많은 자원이 투입된 대표 프로그램조차 자주 변경되는 경우가 관찰된다.

즉각적인 효과가 없다거나, 급변하는 사회현실에 맞춘 프로그램으로 교체한다는 이유가 일리는 있으나, 잦은 프로그램의 폐기나 변경은 사회공헌의 인지도를 높이지 못하고 파트너나 이해 관계자의 불신감을 높이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각 금융사는 경영이념 및 사회공헌철학에 근거한, 새로운 CEO나 부서장이 와도 흔들리지 않으며 인적·물적 자원을 10년 이상 집중하고 지속할 수 있는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으며, 이는 기업 이미지 홍보에도 분명히 기여하게 된다.

기업은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 준수 속에서의 사회공헌을 주문해야 하며, 기업의 전략적 사회공헌이든 개인의 이기적 동기든, 밀려드는 나눔과 사회공헌 자원을 지역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변환하는 세련된 자세가 필요하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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