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왜 사회공헌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사회공헌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라는 두가지의 질문이 있다고 하자.

현재 대한민국 사회와 경제계 분위기 속에서 전자(前者)는 우문(愚問)이라고 할 만큼 진부한 질문이 되었다.

▲ 임태형 대기자

전자의 질문에 대한 답은 후자(後者)의 질문에 답함으로써 명쾌해질 것 같은데, “대부분이 하는데 우리 회사만 하지 않아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와 하나의 좋은 마케팅 수단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라는 다소 주관적이고 현실적인 대답을 내놓고자 한다.

혹 아직도 사회공헌을 ‘부의 사회환원’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면, 이 대답이 의아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자선은 소위 ‘한 몸에 붙어있는 다른 손도 모르게 해야...’라는 은덕(隱德)을 강조하고 있고 개인의 선택사항이라고 하지만, 기업의 사회공헌과 개인의 자선은 분명 다르다.

21세기 현재, 기업 사회공헌은 이익의 사회환원이라는 사후적(事後的)인 성격도 갖고 있지만, 사전적(事前的)인 ‘투자’의 성격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선택이 아닌 필수항목이 되었다.

개인의 자선과 달리 기업에서는 ‘전략적 사회공헌’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경영과의 접목을 의미하며 사회공헌이 경영과는 별도의 그저 착한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업의 자원을 투입하면서 사회적 성과를 만들어 내는 동시에 경영적 성과도 얻어내는 주요한 경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어려운 이웃의 의식주 해결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교육, 스포츠, 재해구호 등에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적지 않은 역할을 하면서 고객을 비롯한 이해 관계자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 이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 매출이 경쟁사 대비 우위에 서게 함은 물론이다.

이미 기업 사회공헌은 마케팅과 접목하여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브랜드 코즈( Brand Cause)에 맞추어 사회문제 해결을 약속하거나 캠페인을 하면서 해당 상품의 구매를 유도하는 대의마케팅(Cause Marketing)을 통해 상품 매출이나 기업에 대한 선호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세계 인구의 70%를 점하는 BOP(Bottom of Pyramid·저소득층)에 해당하는 45억 인구가 당면한 질병, 건강, 의식주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저가의 의약품이나 상품을 개발하여 사회문제 해결과 경영성과 제고를 동시에 거두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 포스코패밀리 봉사단원들이 지난 17일 경북 포항시 남구 냉천교 인근 하천변에서 환경정화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포스코 제공

이러한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의 가치나 브랜드 파워를 높인다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여전히 의심을 남겨두고 있을 지도 모른다.

사회공헌을 B2C 글로벌 대기업이나 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도 있고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생존이 위협받는 마당에 사회공헌은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앞서 언급한 ‘투자’라는 단어 하나로도 설명이 가능할 듯하다. 하지만 이 조차도 우리가 사회공헌을 해야 하는 논리로는 약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한다.

그것은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 기업들이 임직원 자원봉사활동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봉사활동을 통해 임직원들의 도덕심, 회사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지고, 조직내 팀웍이 좋아지면서 업무성과의 제고로 연결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이해 관계자들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기업 임직원들을 봉사활동 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기회를 접하면 기업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며 애정을 갖게 된다.

외환위기 극복 이후 한국의 수많은 대기업들이 임직원 봉사단을 전면에 내세우고 사회공헌활동 참여를 선언한 것을 보면, 기부나 공익사업보다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가는 기업들은 자원봉사활동의 이러한 내적인 가치를 중시하며 봉사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공헌은 이미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기존의 경영 요소와 융합하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거대한 담론에 수긍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임직원들의 봉사활동 지원을 통크게 시작해보고 이왕이면 몸을 낮추고 키를 맞추면서 임직원과 함께 동참해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머지않아 사회공헌활동 속에서 지속가능한 기업 성장의 비밀코드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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