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한국의 기업들은 5년 전인 2011년 공유가치창출(이하 CSV·Creating Shared Value)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접하게 됐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당시 이 이론을 매우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

경제적 책임에 더해 오랫동안 환경, 윤리, 자선적 책임에 이르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행에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시간이 지나도 성에 차지 않는 미미한 효과에 답답함을 가졌던 차에 공유가치창출은 기업 입장에서 지친 발걸음 끝에 발견한 샘물처럼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 임태형 대기자

CSV는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이론이고 CSR 활동도 결국 경영•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것이므로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지만 CSV의 등장은 경영자들이 CSR을 중압감 큰 의무로만이 아니라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더 관심을 쏟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 또는 사회공헌 부서를 ‘CSV’라는 용어가 포함된 부서명으로 개명을 하고, 대다수 기업의 경영자와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가치’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면서 경영과 사회 양자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세계 제일의 부자인 워렌 버핏이 자식들이 운영하는 재단이 아닌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310억 달러를 기부했으며, 2008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은퇴를 앞둔 빌 게이츠가 창조적 자본주의를 주창하며 빈민이 겪고 있는 식량, 질병, 주거 문제 등의 해결책으로 기업들에게 자선이 아니 사업으로 적극 참여할 것을 주장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새롭고 매력적인 해법을 제시하였다. 이는 모두 CSV라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하나, 그해 9월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고 간 미국의 리먼 쇼크로 금융계의 내면이 드러나면서 기업의 탐욕과 부도덕이 끼치는 무시무시한 해악이 밝혀지고 국내외에서 사회적 책임 관련 대형 악재들이 줄을 이어면서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에 접근하는 자세에도 영향을 끼친 게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주목할 만한 사건들 속에서, 2016년 현재 우리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자세와 실천방안에서 변화된 트랜드를 엿볼 수 있는데 키워드는 다음의 4가지-가치(Value), 변화(Change), 성과(Outcome), 영향(Impact)-라고 할 수 있다.

이들 키워드를 보면 최근 10년을 지나오면서 구호성, 가식과 과시를 걷어내고 지역사회 변화와 발전을 목표로 하는 좀 더 진정성 있는 활동에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사회공헌활동 결과보고의 대부분은 많은 ‘투입(Input)’ 자원과 수혜자의 나열이었다. 과거에는 많은 비용과 많은 수혜자를 과시했다고 한다면 지금은 어떠한 ‘변화’와 ‘성과’를 만들고 우리 회사와 사회에 어떤 장기적 ‘영향’을 끼치고 ‘가치’를 만들어 냈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 2007년 10월 한국을 방문한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25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대구텍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그리고 회사 홈페이지에서 이러한 보고내용의 변화를 확인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을 대하는 자세나 고민이 매우 진중해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기부, 자원봉사, 공익사업으로 나누고 있는데, 최근 이 세가지 활동방법 속에서도 새로운 트렌드가 발견되고 있다. 이러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차별화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남다른 성과를 내고 있음도 볼 수 있다.

기부는 기업이 생기면서부터 이해 관계자의 요구에 부응하여 재정적 지원을 하는 가장 전통적인 사회공헌 방법이다. 임직원 자원봉사는 20여년 전부터 활성화되어 지금은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중요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공익사업은 점차 규모가 커지고 정교하게 실행되며 사회적 변화를 일궈내고 있다.

주목할 점은, 과거 별도로 시행되던 사회공헌 활동방법 세 가지가 최근에는 프로그램과 대상에서 교집합 부분을 넓히면서 운영효율을 높이고, 자원의 집중을 통해 성과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공익사업이 있다면 기부와 자원봉사 역량도 공익사업에 연계·투입함으로써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백화점식의 다양한 대상, 다양한 프로그램으로는 역량이 분산되면서 사회적 변화도 기업의 경영적 성과도 제대로 얻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가용한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하여 정교하게 분배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투입함으로써 성과를 극대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기업마다 사회공헌활동의 목적과 목표에 차이가 있지만 과거 미사여구로 수식한 실체 없는 목표가 아니라 기업과 사회의 변화 및 가치창출, 특히 사회적 변화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게 되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과거와는 다르게 기업 자원을 배분하고 있는 것이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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