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사회공헌활동의 성과도출은 중요하다. 경영진이 사회공헌에 지속적으로 비용을 투입할 결심을 하게 하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성과를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매출과 연계된 계량적 성과든, 감동적인 이야기와 같은 질적 성과든 간에 성과 보고는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투자를 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 임태형 대기자

그러나 선진국도 우리나라도 사회공헌 부문의 성과산출에는 한계를 느끼는 만큼, 기존의 활동에서 성과도출을 위한 고민과 함께, 성과를 산출하기 용이한 사회공헌활동 방법을 찾는 시도 또한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계속돼 왔으며 적지 않은 성공 모델을 낳고 있으므로 눈여겨 볼 만하다.

전략적 사회공헌은 바로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회사의 경영에도 가시적으로 기여하게 할 수는 없을까?

우리 회사가 생산하는 상품으로, 우리가 가진 능력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곧바로 매출에도 기여하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인데, 바로 경영과 사회공헌이 연계된(related), 즉 사회공헌이 경영의 한 요소로 마케팅이나 영업, 구매, 인사 등과 같은 위치에서 연결될 때 비로소 전략적 사회공헌이 실행된다고 할 수 있다.

전략적 사회공헌활동 방법으로 최근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다.

cause는 원인, 이유를 뜻하는 단어로 기업은 저마다 브랜드 코즈(Brand Cause)가 있다.

생활용품 기업인 P&G의 Brand Cause는 ‘위생과 건강’이며, 삼성전자 가전 부문은 ‘편리한 가사활동’, 다음과 같은 인터넷 포털 기업은 ‘정보제공과 소통, 지식의 공유’, 식품회사는 ‘건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Brand Cause를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이나 역량과 연계시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Cause Marketing이다.

예를 들어, 팸퍼스 기저귀는 아기를 바로 눕혀 키워 유아 질식사를 예방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또 팸퍼스 기저귀 한 팩이 팔릴 때마다 아프리카 산모와 유아에게 파상풍 백신을 보낸다는 ‘one pack=one vaccine’ 공익연계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을 한다.

CJ에서 판매하는 생수는 고객이 100원 기부에 동의하면 CJ와 편의점이 각각 100원씩 더해서 식수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에 식수를 보낸다.

동물사료 회사는 사료 한포가 팔릴 때마다 일정기금을 모아 독거노인에게 애완견과 고양이를 분양하고, 페이스북에 ‘좋아요’ 클릭이 증가한 만큼 유기동물 보호소에 사료를 보내고 있다.

▲ 마이크로 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는 빈곤층의 자립을 도와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만들면 더 큰 시장이 형성돼 결국 기업에게도 이익으로 되돌아 온다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역설했다./[AP/뉴시스 자료사진]

이러한 Cause Marketing의 공통점은 기업의 Brand Cause와 사회적 문제 간의 연관성을 찾아 소비자의 공감과 참여(구매 행위)를 얻어냄으로써 매출 증가와 같은 효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BOP 시장을 겨냥한 사회공헌형 마케팅이다. BOP는 ‘Bottom of Pyramid’의 약자인데 말 그대로 '피라미드의 맨 밑바닥',즉 최하위 소득계층을 뜻한다. 지구촌에서 연간 소득이 3,000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전세계 인구의 70%에 달하는 극빈 계층이 이들이다.

지금까지 BOP계층은 자본주의 소비자 계층에서 제외되어 왔다. 70%의 BOP층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대물림되는 빈곤과 질병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부국의 원조나 기업의 자선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들을 소비자층으로 보고 이들이 빈곤과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저렴하고도 품질이 좋은 제품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비록 마진이 적거나 없더라도 이들이 건강을 찾고 가난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새롭고 거대한 잠재고객층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목적이다.

방글라데시에서 프랑스 다농이 영양결핍에 시달리는 아동을 위해 70원도 되지 않는 고품질의 요구르트 ‘샥티도이’를 보급하고 멕시코의 CEMEX가 저소득층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저가격 시멘트를 보급함으로써 세계 4대 시멘트 회사로 도약한 것 등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적정기술’의 보급 또한 BOP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공헌이자 잠재적 고객층을 형성하는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다.

70리터의 물을 쉽게 운반할 수 있는 큐드럼(Q-Drum)은 물을 긷는 노동과 시간을 대폭 줄여줌으로써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할 수 있게 하고, 우물을 파주고 두 발로 작동하는 펌프를 제공함으로써 야채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게 하고 잉여농산물을 판매함으로써 건강과 소득증대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적정기술로 빈곤층에서 벗어나 중산층으로 올라간 계층은 신규 소비자층을 형성하며 그들을 빈곤에서 구해준 회사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결국 기업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2007년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과 다보스 포럼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고문은 ‘창조적 자본주의’를 역설했다. 창조적 자본주의란 빈곤층의 자립을 도와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만들면 더 큰 시장이 형성되어 결국 기업에게도 이익으로 되돌아 온다는 게 요지다.

빌 게이츠는 사회공헌을 통해 사회적 문제도 해결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적정기술의 보급이나 BOP계층을 위한 저렴한 상품의 보급은 창조적 자본주의와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초 마이클 포터 교수가 하버드비지니스리뷰를 통해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킨 CSV 또한 창조적 자본주의와 통한다. CSV(Creating Shared Value)에서 공유가치(Shared Value)는 기업이 원료구매에서 생산 판매에 이르는 가치사슬 속에서 사회적 책임활동을 수행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한 결과가 결국 기업의 이익에도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보듯, 기업 사회공헌의 방법은 진화한다.

CSV는 사회공헌을 넘어 새로운 사회적 책임활동 방법론을 제시하기까지 한다. 사회공헌이나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 일하는 기업 종사자들은 사회공헌이 마케팅이나 영업, 인사처럼 경영에서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하지만 좀처럼 경영의 주류에 진입하지 못하고 사회공헌은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에서 ‘이익의 사회환원’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와 같은 과외 활동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 폴 폴락 CEO가 지난해 10월 19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OECD Ministerial Meeting Daejeon 2015 World Science & Technology Forum)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사회공헌이 경영의 주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회공헌 예산을 늘려 공익사업이나 기부 규모를 늘리는 게 아니라, 경영과의 강력한 연계로 사회공헌활동이 경영활동으로 느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적정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주장하는 폴 폴락 윈드호스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도 “적정기술은 좋은 의도를 가진 서투른 수선쟁이보다는 냉정한 기업가에 의해 개발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선가들의 공짜 선심보다 기업의 이윤추구라는 이기주의적인 동기가 빈곤층의 욕구에 맞는 상품을 적시에 제공하여 빈곤층을 자립시키는데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그는 또 “빈곤계층을 자선의 대상이 아닌 고객으로 볼 때 지속가능한 도움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사회공헌과 사회적 책임 전략을 수립할 때는 사회적 문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시장’까지도 보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그러자면 사회복지만 보고, 노인문제만 연구할 것이 아니라 회사의 현재와 미래 시장을 보고 마케팅과 영업을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말로만이 아닌, 정말로 ‘전략적인’ 사회공헌을 시작해보기 바란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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