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의 경제산책

[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가늠자는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문제 해결이다.

▲ 최성범 주필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 감축을 위해 우선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선언했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다.

우선 비정규직과 외부 하청의 구분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안전 등과 관련된 핵심적인 업무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침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 경계가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이후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과 택배원 8500명을 정규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비정규직 고용 관행에는 강력한 제동을 거는 게 맞다고 본다. 비정규직 고용을 통한 인건비 절감의 혜택은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정규직들에게 고액 연봉을 주기 위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직원 3명 중 한 명이 비정규직이라는 통계는 결국 그만큼 기득권을 갖고 있는 정규직이 드세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기존의 급여 수준을 그대로 둔 상황에서 일률적 정규직 전환은 공공기관의 경영 실적 악화로 인한 국가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비정규직 제로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존 정규직의 양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업무의 성격상 아웃소싱을 활용하거나 비정규직을 쓰는 게 타당한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일률적으로 정규직 전환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안전 문제와 별 상관 없는 조직의 경우 그 판단 자체가 더욱 어렵다. 자칫 하면 고용 기피 현상이라는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론 공공부문에 그치지 말고 민간부문의 과도한 비정규직을 축소하는 게 과제다. 하지만 이 일의 성패는 강성 귀족 노조를 설득하고 경우에 따라 대타협하는 지에 달려 있다. 정규직 고용을 기피하고 하청기업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관행은 기득권 노조와 경영진 간의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는 대기업 노조와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하며 지금이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은 지난 2015년 9월 노사정 타협을 협의하기 위해 모인 노사정 4인 대표자회의. 사진 왼쪽부터 박병원 경영자총협회장,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뉴시스 자료사진

결국 대기업 노조와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지 못하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공공부문에 국한된 일로 그치기 마련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달 말 기아자동차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조에서 축출한 것은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수호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말해준다. 대기업 노조 문제를 방치한 채 다른 쪽으로만 문제를 풀 경우 일자리 창출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고용시장이 정상으로 돌아가야 기업들도 자발적인 투자의지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철폐에 초점을 맞추는게 현실적

이런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선 이른바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이 사용자 중심적이어서 노사정 대화가 항상 실패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은 만큼 노동계도 기존의 불신을 털어내고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수 있지 않을까? 고용 불안이 노조의 강성화를 초래한 측면이 있는 만큼 고용의 안정성이라는 당근을 대기업 노조에 제공함으로써 타협의 명분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일률적인 정규직 전환보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철폐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이 경우 업무성격상 비정규직을 고용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정규직들이 기득권 수호를 위해 비정규직을 활용함에 따른 이득이 사라지기 때문에 굳이 비정규직을 고용할 필요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과도한 차별에는 세제상의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이 임금차별이 일정수준을 넘어설 경우 손비한도를 제한하는 식이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J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해선 일자리 창출이 필수적이며, 현재로선 이는 한국경제의 돌파구이기도 하다. 복잡하고 시간이 필요한 숙제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동시에 노조, 재벌 등 당사자들과 열린 자세로 대화하면 풀지 못할 일도 아니다.

 

※ 최성범 주필은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과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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