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서지연 기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1000억 달러(약 112조6500억원) 규모의 '비전펀드' 출범을 앞두고 대형 악재를 만났다.

전·현직 경영자 2명이 인도 현지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거나, '이해상충' 의혹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인도 전자결제, 전자상거래 업체 페이티엠(Paytm)에 14억 달러를 투자키로 하는 등 인도는 물론 미국, 영국 등지로 경제 영토를 공세적으로 넓혀왔다.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위스 국적의 컨설턴트인 니콜라스 지안나코풀로스와 미국의 법률회사 2곳은 지난해 소프트뱅크 측을 상대로 이같은 의혹을 담은 여러 통의 서한을 보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2월 6일(현지시간)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투자 계획을 요약한 문건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뉴욕=AP/뉴시스 자료사진】

이들은 서한에서 소프트뱅크 경영자 2명의 뇌물 수수 의혹 등을 제기하며 자신들이 주주들을 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뇌물을 받거나 '이해상충' 의혹에 휩싸인 경영자로 소프트뱅크의 전 부사장인 니케시 아로라와 최고금융책임자(CFO)인 알록 사마를 적시했다.

소프트뱅크는 그동안 인도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스냅딜,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인 올라(Ola), 그리고 부동산 포털업체인 하우징닷컴 등의 지분을 사들여왔다.

지안나코플러스는 이 서한에서 소프트뱅크가 사마 CFO 등 뇌물을 수수한 임원을 회사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법률회사인 보이스와 쉴러앤플렉스너도 작년 1월 보낸 서한에서 아로라 전 부사장의 ‘이해상충’ 문제를 거론했다.

인도 출신의 아로라 전 부사장은 재임 중 사모펀드 실버레이트의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어 소프트뱅크 부사장 역할과 충돌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그는 구글 임원으로 일하다 2014년 손정의 회장의 권유로 소프트뱅크에 입사했으며, 한때 손 회장의 후계자로 꼽히는 등 각광받았다. 그는 뇌물수수 의혹도 받고 있다.

◇ “주주 운동 가장한 기업테러”…‘일고의 가치 없어’

CFO인 사마는 이해 상충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소트트뱅크가 지난 2월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금융사 레인 그룹이 운용하는 펀드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사마 CFO가 회사에 합류한 지난 2015년에 이를 이미 회사 측에 알렸다며 이러한 의혹을 일축했다.

소프트뱅크 측은 이들이 제기한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거짓과 위선으로 쌓아올린 악의적 모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로라 전 부사장도 성명을 내고 자신의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 “이러한 주장은 단 한줌의 진실도 보여주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사마 CFO도 “주주 운동을 가장한 기업테러”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 측은 이번 사태가 비전펀드 출범의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측은 지난달 30일 서한을 보내 뇌물 수수의혹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내부 조사 결과를 요청했다. 국부펀드 측은 소프트뱅크가 꾸리기로 한 1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 펀드 가운데 450억 달러를 대기로 하고 협의를 해왔다.

손정의 회장은 이번 주말 사우디의 수도인 리야드에 머물 예정이다. 그는 사우디국부펀드기 450억 달러를 대는 1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펀드 서명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펀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통신위성, 생명공학, 로봇을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 스타트업(창업 벤처회사)에 주로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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